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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두기비디오 - 디지털삼인삼색

집회나 토론회등 특별한 일이 없는이상, 일요일은 보통 집에서 짐승 몸통의 회전력 테스트 및 지면과의 밀착도 테스트 ( 연구자료는 지구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위해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ㅅ-; )를 해보는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요번주만은 과감하게 집구석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 님 ( http://www.mediamob.co.kr/flyingpink/ ) 이 말씀해주신 '목두기비디오' 를 보기 위해서요 ^^;;

 

 


목두기비디오는 예전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사이트 ( http://www.mokdugi.com/ ) 를 발견한 이후 볼까말까 망설이다가 기억속에서 잊혀져 버렸던 작품입니다. 재미있을거 같기는 했는데, 유료결재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단계에서 확신이 안섰던거죠. 좌우지당간, 지금 목두기비디오를 상영하고 있는곳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안의 '하이퍼텍 나다' 극장입니다. 내릴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것 같던데 보실분들 빨리 가보세요 ^^


목두기비디오의 줄거리는 위에서 말씀드린 #@%~/&^ 님 의 블로그에도 나와 있고 ( http://www.mediamob.co.kr/MediaMob/Article/ArticleView.aspx?PKId=11305 ), 목두기비디오 사이트에 들어가시면 정보가 나오니까 굳이 더 타이핑 하지는 않겠습니다.


정말이지,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알고싶다' 를 보는듯한 느낌이 납니다. 영화제작단계부터 그런 컨셉으로 잡은거 같아요. 페이크다큐 ( 다큐물의 형식을 빌려온 극영화, 가짜다큐 ) 라는 개념인 이상,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TV 다큐멘터리들의 형식을 차용한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비교되곤 하는 '블레어윗치' 의 경우는 같은 다큐멘터리라도 'VJ 특공대' 형식의 것을 차용했는데, 목두기가 만약 그러한 형식을 따랐다면 개인 미디어제작이 그리 활성화되어 있지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낮설게 느껴졌겠죠.


형식은 그렇다치고, 내용은 엉뚱하게도 '아미티빌호러' 를 연상하게 하더군요. 부엌에서 어머니를 죽이고, 다락으로 도망친 어린 여동생을 끝까지 쫓아가서 죽였다고 알려지는 사건내용은 관객에게 장남이 어떤 광기에 휩싸여서 살인을 저지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고, 그 부분이 저에게는 아미티빌을 연상하게 만들었지요. 어릴때 TV 에서 해준 아미티빌 덕분인지 하우스호러물에 다소 약한편인데, 그런면에서 다소 아쉬웠던것은 폐가를 찾아가는 장면 입니다. 좀 더 으스스하게 진행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다소 일찍 도착한 관계로 '하이퍼텍 나다' 극장 로비를 서성이다 보니 재밌는것이 눈에 띄이던데, 네티즌이 선정한 정치, 문화계 명사들의 이름을 그 조그만 상영관의 좌석마다 지정해 두었더군요.  '나' 열의 31 번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의 이름이 붙어있는 식입니다. 황우석 교수의 이름도 있는걸보니 최근에도 선정작업이 있었나봐요. 저는 은근히 박노자,정성일,(고)정은임,박찬욱 등의 이름이 붙어있는 자리가 걸리길 빌었는데 윤도현씨 이름이 박힌 자리가 걸렸습니다. 좀 아쉽긴 했지만, 박근혜 자리가 걸리지 않은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ㅋㅋ


극장로비에서 주워든 아트플러스 상영작 가이드를 보니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가 열렸던 서울아트시네마 ( 필름포럼 ) 에서 지난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이었던 '디지털 삼인삼색 2005' 를 하더군요. 마침 목두기비디오가 끝나고 종로로 향하면 안성마춤인 상영시간이 있길래, 곧장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해보니 필름포럼 1 관 에서는 일본산 걸작 호러물로 꼽히는 구로사와 기요시 의 '회로' 를 상영 중이던데, 디지털을 보느냐 이걸 보느냐를 두고 잠시동안 갈등 했습니다만 결국 세 단편중 하나를 연출한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이름이 저의 호기심을 좀더 강하게 자극했습니다 ^^;;


'디지털 삼인삼색' 은 2000 년 처음 시작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매년마다 제작하는 작품으로, 세 명의 아시아 감독들을 선정(?)해서 각각 약 30∼40분 분량의 작품을 주제나 스타일 제약없이 디지털 촬영장비를 이용해 제작하여 옴니버스 영화로 완성하는 작품입니다.
올해는 태국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세계의 욕망', 일본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혼몽', 한국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 요렇게 새 편이 담겨 있습니다. ( 그러고보니 '쓰리' 시리즈를 비롯해서, 최근 이 3 개국의 합작 프로젝트가 꽤 되네요 -,- )

 

 

위라세타쿤의 '세계의 욕망' 은 태국의 정글에서 사랑의 도피 여행을 떠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주제로 영화제작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깁니다. 영화 중간중간에 사랑에 대한 노래와 춤도 나오고, 상당히 낭만적인 느낌을 만들어가지만 현실세계는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죠. 그런데 제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솔직히 이 작품... 주제는 좋은거 같은데 꽤나 지루했습니다. 심지어 졸기까지 했다는... --;

 


츠카모토 신야의 '혼몽' 은 신체를 압박할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죠. 좁은 공간으로부터 벗어나기위해 누운채 기어서 이동을 시도해 보지만, 벽은 점점 더 조여오고 사방에서 흉기가 튀어나와 그를 괴롭힙니다.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영화는 유명한 '철남 : 테츠오' 를 비롯해서 잡지 등을 통해서 설명을 보기는 했어도 한번도 볼 기회를 잡지 못해서 아쉬워 하고 있었지요. 일관되게 도시속의 인간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감독답다는 생각이 드는데, 과연 꽉 짜인 틀안에서 숨막히는 생활을 강요당하는 인간에게 탈출구는 자살뿐인지, 하는 우울한 생각이 들더군요 ^^;

 

 

송일곤의 '마법사들' 은 '마법사' 라는 밴드를 결성했던 친구둘이 산장에서 옛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부터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둘의 추억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중간에 화두를 찾아 환속을 결심하는 스님, 그리고 다른 밴드의 멤버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확장되어가죠. 시간의 흐름에 따른 영화도 아니고, 스토리의 진행을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의존하는등 마치 연극을 보는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실험적인 형식을 차용하면서 잃어버린 꿈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송일곤 감독의 영화는 예전에 인상깊게봤던 단편 '소풍' 을 제외하면 본것이 없는데, '거미숲' 을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이퍼텍 나다 와 필름포럼 등을 옮겨다니면서, 서울이나 대구나 비주류 영화들이 찬밥 신세에 놓이는 수준은 비슷한거 같다는 생각에 집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우울해 지더군요. 지난주까지만 해도 리얼 판타스틱으로 시끌시끌하던 필름포럼 극장이 다시 찬 바람 날리는것도 그렇고... 뭐 그래도 시네마떼끄가 아니라 일반 극장에서 이런 영화들을 만날수 있다는 자체가 예전보다 훨씬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대구에도 '동성아트홀' 이라고 새로운 공간이 생겼던데, 이번 휴가철에는 거기나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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