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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번째 멜로영화 - 너는 내 운명

짐승은 영화를 좋아하지만, 보통 '영화광' 들이 그렇듯이 많은 작품을 보는건 아닙니다. 편식하는 까다로운 습성이 입에서 눈으로 옮겨갔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피품목 몇가지가 있다지요. 종교영화가 그렇고, 스펙타클 어쩌고 하는 헐리웃 스타일의 액션영화가 그렇고, 그리고 멜로영화가 그렇습니다.

 

너는 내 운명


'너는 내 운명' 은 그런 짐승이 극장에서 보게 된 세번째 멜로영화 입니다. 첫번째는 멜로인지 일반 드라마인지 혼란스러운 '파이란' 두번째는 어쩌다가 단체관람(!) 식으로 보게 된 '연애의 목적', 세번째가 '너는 내 운명' 이 되겠습니다. 같이 갔던 어떤분 (ㅋㅋ) 에게는 내가 본 '두번째' 멜로영화라고 말씀드렸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연애의 목적'을 빼먹었네요. ^^;


파이란은 멜로라기 보다는 밑바닥 인생의 사회 드라마에 가깝다고 볼수도 있겠습니다. 삼류 조폭중에서도 삼류밖에 안 되는 건달과 먹고살기 힘들어 말도 잘 안 통하는 한국에와서 위장결혼까지 해야했던 조선족 처녀의 이야기지만, 둘은 연애질은 고사하고 죽기전에는 서로 얼굴한번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그저 각자의 이야기들만 진행시켜 나가지요. 파이란이 호평을 들은것은 눈에띄는 연애감정으로 빠지지않고서도 3류 인생의 마지막 남은 희망을 사랑에 걸었기 때문일테고, 동시에 자꾸만 어긋나는 두 사람의 만남과 감정들이 어쩐지 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일 겁니다. 그들의 남루한 삶도 마찬가지고요.


'너는 내 운명' 이 파이란과 같은 컨셉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계획을 세운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이쁘고 아기자기한 장면과 감정들만 교차하는 다른 멜로영화들 보다 훨씬 더 '현실적' 으로 보여집니다. 그런건 꼭 배경이 변 향기 풀풀날리는 농촌이라서 그런것만은 아닌거 같아요. 좋아하면서도 선뜻 다가가기 힘들어서 이리 저리 비트는 모습이나, 그게 싫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처지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나, 그들을 둘러싼 주위 사람들의 폭력적인 시선과 모멸감까지 마치 어디선가 직접 보고 느낀듯한, '익숙함' 을 안겨줍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노골적으로 '신파물' 이라고 불렀다지요. 과연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중반이후로 지독하게 슬프고, 대놓고 눈물샘을 쥐어짜는 장면들을 집어넣어서 미쳐 손수건을 준비하지 못한 커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어 버리죠. 하지만 덮어놓고 '신파' 라고 부르며 멀리할수 없는건 위에서 말한 익숙함, 현실감 때문이에요. 어디선가 분명히 저런 사람들이 살고 있을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거죠. 그것이 단순하게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서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

 

너는 내 운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2% 부족한 것은 어쩔수 없는것이, 너무 둘의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신파를 짜다보니 주위 환경에 대한 묘사는 단편적으로 지나가 버린다는 거죠. 그녀가 다방으로 가게 된 사연에 대한, 전 남편에 대한, 성매매에 들어갈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묘사들. 그녀가 AIDS 보균자임을 알게 된후 마을 사람들이 그를 보는 시선, 어머니나 형제를 비롯한 집안 식구들의 그에 대한 공격이 지나치게 생략되거나 혹은 간소화 되어 있어서 단순히 '배경' 으로서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실화에 기초하고 있다지만, 온전하게 그런것만도 아니죠. 영화는 해피엔드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언 해피엔드가 분명하니까요. 그녀가 출소하고 난 후에 그들이 헤어질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나 이유에 대한 생략도 아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삶' 이 엑스트라가 아니라 주연으로 등장해서는 신파가 안 되었을까요. 짐승은 오히려 그 경우에 더 많은 눈물샘이 자극되었을 텐데요 ^^;

 

너는 내 운명


또 하나, 자꾸만 생각이 나는 걸 떨쳐버릴수 없는것이 당사자 본인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겁니다. 영화가 극중에서 등장하는 언론처럼 인간이나 사랑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만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고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건 내 관점인거고, 본인들은 어떨지 모르는 거니까요. 만약의 경우지만, 하이에나 같은(--;) 언론의 속성을 그런식으로 폭로해놓고 정작 자신이 그런 함정에 빠진거라면 지독히 멍청하거나 지독히 뻔뻔하거나 둘중 하나겠지요.


어쨌거나 한번쯤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부족한것도 많고 한계도 눈에 띄일 정도지만 나름대로 잘 만들긴 했어요. 커플인경우 손 잡고 들어가서 보고 나면 연애감정이 증폭될겁니다. ㅋㅋㅋ 2 주째 박스오피스 1 위에 오를 정도로 잘 나가고 있으니 느긋하게 한번 보시는것도 나쁘지만은 않을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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