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05 년 정리하기

작년 이맘때에 '2004 년 정리하기' 하며 방정리도 안하는 주제지만 왠지 안하고 넘어가기에는 찝찝하다며 끄적거렸던 기억이 나서 찾아보니 내가 써놓고 내가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읽어볼만 하다. (--;) 지나간 일기장을 넘기는 기분이 이럴것이다. 지금 또 몇자 끄적이고 나면 내년 이맘때 이걸 보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2004 년 정리하기' 에서 나는 다함께 가입, 민주노동당 입당, 이직, 북마크된 온라인 사이트 증가 등을 1 년간의 중요한 변화들로 꼽았었다. 그로부터 다시 만 1 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닥 만족스럽지 못하다. 특히 조직활동에 기여하는바는 오히려 줄어든거 같아서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 "항상 그래왔듯이 신년에는 잘 해야지, 좀더 나아져야지 하는 생각은 있지만 그것이 또 공염불이 되어버리면 어떡하나 걱정도 됩니당. 내년 이맘때쯤에 또 비슷한 이야기를 토닥거리고 있다면 암담할 뿐이겠지요." 작년에 끄적였던 문구인데, 아무래도 우려대로 된 것 같다.


나이가 들면 그만큼 발전하는게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다소 후퇴하는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수 없는데, 물론 이런저런 사정들이야 있고 그에대한 변명이야 늘어놓을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할수 없는것은 처음의 열정이 보다 작아진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뭐가 문제일까? 어느분의 말처럼 정말 무언가 자극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올해 내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연애의 시작이다 (^^;). 인터넷상의 글로만 지켜보다가 김선일씨 피살1주년 반전집회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그 뒤 전쟁과 변혁의 시대, 지역포럼, 온라인 번개 등의 자리로 꾸준히 만남이 이어지면서 내가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나간 일들에 자랑스러워 하거나 힘들어 하기 보다 지금에 감사하고 앞으로의 일들을 대비할줄 아는 사람이다. 짐승이 모르는게 많고 어리버리 해도 답답하다는 말 대신 차근차근 이야기할줄 아는 사람이다. 성급하고, 독선적이고, 고집센 짐승을 타이르기도 하지만 또 장점을 격려해줄수 있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생각을 가지고 독립적인 삶을 누릴수 있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자만하지 않고 주위의 작은것들을 함께 챙겨가는 사람이다. 나에게 그녀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다. 올해 짐승의 후퇴는 그녀가 좀 더 일찍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일거다. 감기도 눈병도, 얼렁 사라져 버리길.


이 자리를 빌어 내게 확실히 연애의 기회를 제공한, 9.24 반전집회후 무지개숲 후원주점에서 뒷풀이를 하자고 말씀해주신 그 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더불어 작년에 "없던 앤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것도 아니고" 운운하던 글에 "하늘에서 애인도 뚝 떨어지시길" 이라고 말씀해 주신 분께도 감사를 ^^; 하늘에서 떨어진건 아니지만 어쨌든 말의 힘이 대단하다고 해야할까나.


이틀뒤에는 33 이 된다. 짐승이 아직 그 어디에도 가입하지 않고 온라인상의 모 커뮤니티 (카페) 에서만 뒹굴거리고 있을 때, 그 커뮤니티 안에 당시 짐승이 역활모델로 삼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굳이 서울로 올라오지 않아도 되었던 상황에서 서울행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은 그 사람의 영향이었는데, 그 당시 그가 33 이었던 기억이 난다.


비록 서울에 올라온지 오래 가지 못해 여러가지 이유로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렸고 그 뒤 그사람이 어딘가에 올려둔 글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로도 같이 할수 없겠다고 생각하게 되긴했지만 어쨌든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을 믿고 덜컹 서울행을 결정해버렸던 당시의 기준에서 보면 각별한 의미를 가진 나이가 될 것이다. 나는 다른 누구에게 무언가를 보여줄수 있을까?


하여간 내년엔 여기서 더 이상 퇴보해서는 안될것이다. 활동뿐만 아니라 직장이나 경제적인 것을 포괄한 모든 부분에서 지금과 같은 상태가 유지되어서는 심각하게 곤란하다. 너무 말만 앞세워 다짐만 다지다가 내년 이맘때엔 좌절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나는 더 이상 혼자도 아니고 이제는 새끼에서 자라날때도 됐다.


온에서 오프에서 만난 모든 분들께, 추운 날씨에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2006 년 멋지고 행복하게 시작하시길 빌어본다. 희망하시는 모든 일들이 다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