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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떨어지는데 노동자가 왜 반대하냐고?

민주노동당 당게에서 허영구씨가 쓴 글을 퍼왔습니다.

 

쌀수입이 마치 노동자, 도시빈민을 위한 정책인양 선전하는 부분에 대한 효과적인 반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인다면, 쌀 수입 개방을 강행하는 자들이 바로 노동자 민중의 삶을 더욱 옥죄는 자들이라는 부분을 강조할 필요가 있겠군요.

 

아이들 핸드폰 하나 사주는 정도의 경제효과를 선전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교체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농약을 마시거나 그게 싫어서 집회라도 할라치면 경찰 폭력에 살해당하는 농민들 이야기는 말 할 것도 없겠죠.      

 

원문 : ( http://www.kdlp.org/index.php?main_act=board&board_no=2&art_no=211894&jact=art_re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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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떨어지는데 노동자가 왜 반대하냐고?
- 쌀값 하락- 노동자 생계비 절감 논리 수긍 어렵다

한국경제신문 11.25일자 다산칼럼란에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가 '헛된 몸부림'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쌀시장 개방을 적극 옹호하였다. 쌀시장이 개방되면 쌀값이 떨어지는데 왜 쌀 소비자인 노동자가 반대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그는 한국농업의 위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8%의 인구가 국내총생산의 4%를 생산하는데 그 중 쌀값이 국제가격의 4배나 더 비싸기 때문에 실질적인 국내총생산 비율은 2% 정도라는 것이다. 국민의 90% 이상이 비농업부문에 종사하는데 이들 대다수 국민의 경제적 후생은 생계비를 낮추는 낮은 쌀값과 정비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왜 노동자의 생계비를 낮추는 쌀시장 개방에 반대하면서 국회의장석을 점거하는 등 소란을 피웠는가 하고 꾸짖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행동은 노동자들의 이익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먼저 8%의 인구가 국내총생산의 4%를 생산한다는 부분이다. 농업을 단순히 1차 산업으로 보고 논·밭이나 가축우리에서 생산되어 1차 판매되는 것만을 계산해 국내총생산비율을 산정한 수치다. 그러나 오늘날 농업은 농업관련산업(Agribusiness)이라 하여 매우 광범위하다. 1차적인 생산뿐만이 아니라 수송, 가공, 저장, 판매 등 전 분야에 걸쳐 부가가치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현재는 농민을 위한 진정한 협동조합이 부재하고 농민이 부가가치로부터 배제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농업의 역할을 4% 국내총생산에 불과하다는 부르주아적 계산방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농업이 갖는 진정한 경제적 가치는 부가가치를 제외하고라도 인구의 지역분산과 지역개발, 안전하고 안정된 식량의 생산, 특히 논농사를 중심으로 물의 저장과 환경보호 등을 감안할 때 현재의 농업총생산 수치보다 4배 정도는 더 많이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 농업계의 주장이다. 따라서 현재의 국내총생산 수치를 놓고 농업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무지이거나 모독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김병주씨가 쌀 소비자로서 노동자들을 걱정했으니까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추곡수매가를 폐지하고 쌀시장을 개방하는 바람에 전국의 쌀값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멀쩡한 농민이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끊을 리 없다. 오죽하면 그러하겠는가? 전국적으로 80Kg당 한 가마니에 14만 원대까지 떨어졌고 지역에 따라서는 12만 원까지 폭락하였다.

지금 쌀값의 하락이 소비자인 노동자들의 가계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그들의 후생을 증대시켰는지 살펴보자.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의 쌀 소비량은 연간 80Kg에 미치지 못한다. 평균 한 사람이 한 가마니도 먹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하루 평균 한 사람이 고작 밥 두 공기를 먹을 뿐이다. 만약 한가마니에 14만 원 하는 쌀을 구입해 1년간 먹는다면 하루 쌀값은 고작 200원에 불과하다. 한 공기에 100원이다.

노동자 평균임금을 연봉 2500만 원으로 가정하면 가구당 3.6인가족의 쌀 소비량(1인당 80Kg소비) 50만4000원(가마당 14만원)은 노동자 1년소득의 2%에 불과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후생을 더 높이기 위해 1/4에 불과한 외국쌀을 들여오면 1년소득의 0.5%가 될 것이다. 연봉 1500만 원인 비정규직 노동자 가구라 하더라도 쌀값은 1년소득의 3.4%에 불과하다. 만약 맞벌이 하는 노동자가구소득으로 환산하면 쌀값은 생계비에 전혀 영향이 없는 존재일 뿐이다. 아이들 핸드폰 하나 사주는 것에 불과하다.

도대체 쌀값이 얼마나 싸야 노동자들의 생계비를 낮추어 후생을 높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한 가족이 먹는 1년 쌀값이 한 사람이 하루 한 갑 피우는 담배값도 안 되는 현실을 외면하는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의 반(反)농민적 의식과 사고로 노동자를 위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정말이지 당황스러울 뿐이다. 쌀값문제를 놓고 대대적인 국민토론회라도 열어보자.

 

(2005.11.28, 오마이뉴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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