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부정한 노동조합의 경영권 간섭?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부정 사건이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기아자동차 뿐만이 아니라 부산항운노조의 채용비리 의혹도 역시 불거졌다. 자본과 결탁한 노동조합 관료들의 이와같은 행위는 앞으로도 계속 폭로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미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도 취업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조합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며 기사면을 채우기에 바쁘다.


회사와 결탁한 노조관료들의 부정채용 사건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문제는 그 비판의 방향인데 '취업장사' 라는 선정적인 제목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자 하는 언론들의 비판방향은 '노동조합 간부' 의 도덕성 이 아니라 '노동운동' 에 대한 공격으로 향하고 있다. 당연히 자본은 이러한 호기를 놓치려 하지 않는다. 이미 기아자동차 사측은 사건이 보도된 초기부터 '계약직을 채용하려고 했으나 노조에서 파업한다고 협박해서 할수없이 정규직으로 채용' 했다고 엄살을 부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에 대해서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하거나 최소한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대우를 보장해야 하며 신규채용에서도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채용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본의 이윤만을 보장하는 경제정책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 확대에 여념이 없는 정권과 자본이 그런 조치들을 취할리는 만무하기 때문에 그 몫은 당연히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의 정도에 달려있는 것이다. 만약 그들의 말대로 '파업 협박' 때문에 계약직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 되었다면 그것은 오히려 기아자동차 노조를 칭찬할 일이다.  비정규직 채용에 대한 정당한 반대를 '협박' 으로 매도하는 그 자들이 바로 지금 '대기업 노조의 도덕성' 운운하며 노동운동에 칼끝을 들이대는 자들이다.


언론들은 일제히 '대기업 노조의 경영개입이 문제' 라는 기사와 사설을 실으며 노동운동 자체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월 24일 기사에서 지난 여름 LG 칼텍스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내걸었던 요구안중 '회사 매출액의 0.01%를 지역사회 발전기금으로 조성할 것’을 '회사의 순이익을 지역기금으로 돌리라는 요구안' 이라며 대표적 경영개입의 예로 들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투쟁' 을 한다고 앞장서서 매도해 왔던것 역시 조선일보다. '이기주의적 노동운동' 이라며 노동운동을 매도하던 언론이 정작 노조의 사회적 요구안에 대해서는 '경영권 침해' 라며 거품을 무는 이러한 코미디가 바로 '노동귀족론' 의 실체다.


동아일보 역시 1월 24일자 사설에서 '사원징계도 노조의 눈치를 봐야 한다' 며 개탄했다. 그러나 이들이 바라는 사원징계는 노동조합 운동을 앞장서서 해왔던 전투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등의 징계를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노동조합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런가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조합들이 하고 있지도 못하는 '경영참여' 를 '재고'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1월 24일 기사에서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말을 빌어 '노조가 경영에 참가해야 경영투명성이 높아지고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접근방식을 재고할 필요' 가 있다며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노조가 건전한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 경영참여를 삼가'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자본과 결탁한 노동조합의 궤변일 따름이다. 오히려 경영에 참여함으로서 건전한 감시자로 된 사례가 압도적이며 상식적으로도 이치에 맞는것이다. 경제연구원의 '수석' 연구위원 이라는 자가 이런 언어도단을 마음놓고 할수 있도록 하는것이 지금 언론들이 만드는 사회 분위기이다. 


결국 이러한 비난들이 목표하는 바는 한가지로, 전체 노동운동의 약화가 바로 이들이 바라는 바다. 그것은 또한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노동귀족론' 이 노리는 바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개탄하는 한편 그것을 더욱 악화시키는 '비정규직 보호법' 을 제정하는 이중적 태도에서 드러났듯이 현 정권의 대기업 노조에 대한 막가파식 비난은 정규직, 비정규직 할것없이 모든 노동자들의 현실을 억압하고 자본의 이익에만 충실하기 위한 수단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노동운동 진영에 가해지는 도덕성 시비와 '경영진도 파업등 노동조합의 위협에 전전긍긍해 타협하지 말고 원칙을 지키라' (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 ), '대기업 노동조합의 과도한 권리행사를 제한할수 있도록 근로기준법등 관련법의 개정이 필요' (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 ) 는 등의 주문은 올 2월 정기국회에 다시 상정될 '비정규직 보호법' 을 놓고 예상되는 노동계급의 투쟁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사전 포석에 다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누리 대문에 올라온 '계급전사'의 '뇌물먹은 노동자와 분신한 노동자' (http://board.jinbonuri.com/view.php?id=nuri_best&no=3332) 라는 글은 현 시점에 적절하지도 않으며 효과적이지도 않다. 물론 썩어빠진 노동조합 관료들의 행태를 비판해야 하며, 장차 재현될 수 있는 노조 관료들의 부패에 대한 경계가 필요함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하는 상대는 그들이 아니라 노동귀족론을 운운하며 전체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정권과 자본이다. 무엇보다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한다고 해서 '민주노총의 당이라는 굴레' 에서 벗어나야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으며 그것이 노동조합의 당에서 노동계급의 당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아무리 노동조합이 한계가 있고 부패한 관료들이 있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일차적으로 그들의 계급적 힘을 느끼고 투쟁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노동자들의 대학' 은 노동조합 이기 때문에, 그런 태도는 오히려 노동자들과 민주노동당을 이격시키자는 주장일뿐 아니라 '대기업 정규직은 더이상 노동자가 아니다' 는 태도와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에 대한 지배계급의 공세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상황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관점에 대한 철저한 태도없이 도덕적인 관념에만 몰두해 있다면 그와 같은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수 없을 것이며, 잘못된 방향의 설정도 불가피하다. 지배계급들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맞서 '다른 세상' 을 건설하기 위해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이야기 할수 있어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