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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노동자의 힘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다함께 65 호

현장 노동자의 힘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 전지윤

http://www.alltogether.or.kr/

 

민주노총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비리와 구속은 많은 노동자들에게 충격과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그가 기아차비리 진상조사단장과 민주노총 조직혁신위원장이었다는 점에서 배신감은 더욱 크다. 

검찰은 그가 민주택시노조연맹 위원장이던 2001년부터 최근까지 택시사업주에게서 “사용자측에 유리하도록 잘 협조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8천여만 원의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돈을 빌린 것이며 조합원 치료비 등에 썼다’고 하지만 별로 믿기지 않는다.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도 비공개적으로 기업주들의 돈을 받은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다.

이번 비리와 그동안의 투쟁 회피를 연관지어 볼 필요가 있다. 강승규는 투쟁보다 협상을 더 강조하는 대표적인 개량주의자였다. 

실제로, 강승규가 돈을 받은 시기는 노동자들과 택시사업주들이 부가세 감면액 배분과 완전월급제를 두고 대립하던 시기였다.

‘운수노동연대’는 성명서에서 “민주택시연맹의 국장급 이상 중앙 상근자들이 택시회사의 간부나 이사로 이직(?)하는 현상들이 자주 발생”한 것을 “계속되는 민주택시연맹의 침체 현상”과 연결했다.

특히 지난해 정오교통 조경식 열사가 분신한 후 벌어진 투쟁에서 협상에 나선 강승규와 민택노련 지도부가 투쟁을 서둘러 마무리한 것도 의구심을 일으켜 왔다.


노조 간부 비리의 원인과 대책


노조 간부 비리는 자본주의에서 노사간 협상을 전문으로 하는 상근간부층의 보수화와 타락에서 비롯한다. 현장 노동자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협상의 전권을 가진 간부들의 일부는 협상 파트너인 기업주들과 유착하며 부패하곤 한다.

따라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조직혁신안에서 제시한 간부재산 공개나 윤리강령 제정, 상급단체의 감사 등만으로는 부패를 근절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현장 노동자들이 노조 간부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들이 핵심이 돼야 한다.

사장·정부와의 협상 과정과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고, 현장 노동자들이 통제하는 회계감사제도를 둬야 한다. 모든 노조 간부는 언제든지 조합원이 선출·소환할 수 있어야 하고 협상과 결정 권한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있어야 한다.



강승규 증후군을 이용하는 정부와 사용자들


물론 유전게이트 등 온갖 비리의 장본인인 노무현 정부가 지금 이것을 터뜨린 것은 의도적이다. 노무현은 노조 간부 비리를 곶감 빼먹듯이 터뜨려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분열을 야기하며, 지도부를 마비시키는 효과를 내왔다. 

이번에도 노무현은 양대노총이 상설공동투쟁체를 구성하고 2만여 명이 참가하는 양대노총 결의대회 개최를 결정한 시점에서 강승규 비리를 터뜨렸다. 덤프연대와 화물연대의 파업도 예고돼 있는 상황이었다.

민주노총은 노무현 정부가 “비리혐의로 [민주노총에] 타격을 주어 힘을 약화시키고 비정규직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등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옳게 지적했다. 

반면, 검찰은 택시사업주들에게 돈을 받은 열우당과 한나라당 의원 10명은 공개하지도 않고 있다. 한국노총 권오만은 일부러 안 잡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그의 비리에 연루된 정·관계 인사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는 강승규 비리 사건 이후 곧바로 택시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도급제 확대와 차등요금제를 발표했다.



지도권 경쟁보다 현장조합원 민주주의가 우선이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진통 끝에 현 지도부가 하반기 투쟁을 책임있게 마무리한 후에 내년 1월 조기 사퇴와 선거를 치른다는 결정을 내렸다.

아직까지 이수호 집행부가 강승규의 비리를 묵인했거나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부의 즉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 지도부 총사퇴가 하반기 투쟁에 미칠 악영향을 볼 때도 그렇다.

지금은 분파적 이해관계나 지도권 다툼이 우선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 비리를 척결하고 노무현의 공격에 맞서 투쟁하면서 위기를 돌파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수호 집행부도 대안부재라는 상황을 이용해 지도권 유지에만 급급하면서 투쟁 건설을 소홀히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하반기 총력 투쟁’을 말하면서 이해찬과 김대환을 만나는 식의 오락가락 행보는 끝내야 한다.

이수호 지도부는 “비정규 법안 문제와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 등 “하반기 투쟁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현대차 이상욱 집행부의 배신과 기아차 남택규 집행부의 투쟁 회피에 이어진 강승규 비리 사건은 민주노조운동을 더한층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또한 ‘중도 하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활동가들이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현장 노동자들의 행동과 투쟁 건설이다. 지난 6월에도 노조 간부 비리로 위기에 몰린 노동운동을 되살린 것은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이었다. 

지난 10월 10일 김동윤 열사 장례식 때도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뒷걸음치는 지도부를 잡아세우는 강력한 행동을 보여 주었다. (관련 기사 링크 : 특수고용직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라!

현장 노동자들 스스로의 행동과 통제에 기반할 때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개악안과 노사관계로드맵에 맞선 투쟁도 강력해질 수 있고 노조 간부 비리도 방지할 수 있다.

강승규의 비리를 철저히 파헤치고 관련자들을 단호히 척결하면서 동시에 노무현에 맞선 하반기 투쟁 건설에도 멈춤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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