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구호에 대한 논쟁을 보면서 끄적였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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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는 "과일은 모든 사람의 것이지만, 땅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수많은 문제의 근저에 소유관계가 자리잡고 있음을 고려하면 '누구의 것도 아님'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이 지구를 현세를 살고 있는 구성원들의 소유로 둘것인지, 과거를 살아온 인류와 앞으로를 살아갈 인류 모두의 소유로 둘것인지(그래서 누구의 것도 아니게 되는) - 이것은 큰 차이다.

사적소유와 집단적소유가 아닌 '보편적 소유'.

대상화, 비주체화 등등 다 일정한 맥락에서는 의미있는 지적이지만, 권리는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타인의 권리를 대신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주체가 주장하는 권리만 성립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권리는 교육받은 사람, 능동적인 사람, 정치적 주권을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이 주어진다. 인권의 최고봉을 참정권(내가 내 의사를 표방할 권리)으로 상정하는 서구 자유주의로의 도돌이표다.

우리의 운동은 지금이곳에 있는 나 혹은 우리에 국한되지 않는 권리를 지향해야 한다. 여기에서 미래세대를 빠트릴 수 없다. 미래세대를 고민하는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님'을 상기하려는 노력이다. '아이들에게'라는 문구에 대한 문제제기는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한 문제제기가 '누구의 것도 아님'을 대립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종종 보여서 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