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렇게 갑자기 추워지다니!

아직 겨울을 맞이할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단 말이다. 난 여름에도 '겨울보단 여름이 좋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이다. 추운 건 딱 질색이고, 한겨울에 집회를 갈라치면 울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한겨울 굴뚝 위에 올라갔던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로선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이 든다. 절망감 - 내 한계를 정해진 기한 없이 겪어야 할 때, 살기가 싫어진다. 이렇게 싫은 겨울이지만, 역설적이게 겨울은 포근한 기억이 참 많다. 몸은 춥지만 마음은 넉넉했던가보다. 따뜻한 방바닥에 드러누워 온종일 책을 읽는다든지, 귤을 까먹는다든지, 푹신한 눈밭에 뒹군다든지, 이런 것들은 미리 준비가 되어있어야 가능한 일들이고 - 떠올려보면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게 참 포근하고 설렜던 것 같다. 그러니까, 바꿔말해, 그다지 굶주리지 않았기에 마음이 넉넉할 수 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