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반성문 퍼레이드

정동영이 쓰더니, 손학규도 썼구나.

당췌, 집단적인 허언증은 치료될 가망이 없다.

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반성문들을 어찌할꼬?

이러다 이명박도 쓰겠네.

 

정치는 경제에 조응한다.

위기는 위기인가 보다.

인민주의는 이런식으로 발로하는건가?

 

둘다 공통적으로 '역동적인 복지'니 '적극적 정부'니 라는 가당찮은 수사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자 한다. 민주노동당, 혹 진보신당과 바로 이곳에서 만나게 될텐데 반성문들은 연립정부를 갈수록 현실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축적체계 없이 복지는 가능하지 않다.(손학규는 중국을 언급하는데, 중국 자본주의와 미국 자본주의는 구체적인 동역학은 차치하고 추구하는 이념의 차원에서라도 대체 무엇이 다를까? 손학규 눈에는 팍스콘이 보일리 없다.) 정부는 어떠한 체계 안에서든, 언제나 적극적이었다.(당신들이 했던 일들은 모두 국가의 이름으로 했던 것임을 잊지 말아라.) 이들은 신자유주의를 '이념'으로 축소시키고 있고, 반성문 몇 장 쓰면, 당근과 오이 중 무엇을 먹을지 고르는 일처럼, 신자유주의를 케인즈주의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몰역사적인 이들의 관념론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전형적인 몰골이다. 그래서 나중에도 반성문을 쓰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보수언론이 여론을 호도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버릴 수 없었다고. 평생 반성문만 쓰며 세상을 바꾸겠지. 그들은 실제 역사를 바꿔온게 누구였는지는 알지도 못할 뿐더러 시선을 돌리지도 않는다.

자본주의를 낭만적으로 부정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많았다. 중요한 건 그 효과다. 신자유주의 비판이 생산관계의 적대적 모순에 대한 비판이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2010/08/25 00:40 2010/08/25 00:40

보는거바더 마인호프 콤플렉스

다 보고서 영화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들의 저항은 지금도 계속된다'는 포스터 표제와는 달리 과거의 운동을 청산하는 시각에서 영화는 전개된다. 청산은 아니라 할지라도, 영화는 너무 모호하다. 어느때에는 너희는 헛것을 보고 싸운거라는 얘기를 하는데, 그들이 정말 그랬을까?

 

테러리즘이, 혹은 그들의 저항이 자기 모순이었다면 그것을 들추면 될 일인데, 영화는 개인들이 어떠한 모순도 느끼지 않는 것 마냥 그리고 있다. 이건 애초에 피를 즐기는 인종이 테러를 한다는 식이다. 오히려 테러의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공권력이 스스로 던진다. 적군파 스스로는 그것에 대한 질문도 못던질만큼 폭력에 미친 집단이었던 걸까. 아니면 관객들이 동기 정도는 이해할 거라 생각해서 언급하지 않는 걸까. 물론 초반에 어떤 꿈이 있었는지는 소개되지만, 바더-마인호프 그룹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고민으로 테러를 선택했는지가 빠져있다. 그들의 군사훈련 장면은 실제와 너무 달랐을 것 같은데, 자신의 저항을 하나의 놀이쯤으로 생각한 것 처럼 그린 게 싫다.

그런데, 불쾌감을 유발한 장면들이 실은 현실에 판박이로 재현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걸 감독의 악의로 볼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진다. 테러리즘은 애초에 그렇다. 사회의 토대와 관계를 뛰어넘어 다른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일텐데, 그런 태도들이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배어있다. 음.. 더 생각해보니, 감독이 여기까지 고려하지 않고 만들진 않았겠구나 싶네.. 모호할 수 밖에. 자신에게서 괴물이 나왔고, 자신이 그 괴물의 존재이유일 때 선택할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다. 영화는 최소한 그런 정도의 진정성은 부여해줬다.

 

테러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혁명을 하자는 것 만큼이나 반혁명적인 것이 없다. 하지만 그 같은 상상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 용서할 수 없는 인간들에 대해.. 참 많은 사람이 죽어왔고, 눈에 보이는 테러 이상으로 잔혹하고 은밀한 죽음들이 이어지는데, 이런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

2010/08/17 03:11 2010/08/17 03:11

지나간다지리산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어쨋든 14일 새벽 산을 오르려 출발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렸고, 그 사람들을 보며 왠지 든든한(?)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지리산이 만만한 산이 아니라는 건 곧 깨달았다.

일행 하나는 등산화 밑창이 뜯어져 털렁 거리면서 걸었고, 난 그냥 운동화를 신고 걸었다.

얼마 걷지도 않아서, 간식을 많이 싸온게 후회되기 시작했고, 생술을 쏟아버리기도 했다.

배고파서 간식을 먹는 게 아니라, 무게를 줄이겠다는 마음으로 우걱우걱 먹으면서 걸었다. ㅠ

 

날씨가 좋지 않아 구름 속을 계속 걸어야 했다. 걷기만 해도 옷과 가방이 축축히 젖었다.

능선길일텐데, 길 옆 경치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연하천 대피소까지는 그래도 갈만했다.

벽소령 대피소를 가면서는 이게 어떻게 길이냐는 절규를 하며 걸었다.

돌과 돌과 돌과 돌들을 밟고, 미끄러지고...

등산화를 준비 안한게 좀 후회됐고,(이건 조금)

간식이나 기타 짐을 많이 싸온 게 많이 후회됐다.

짐만 좀 덜었어도 훨씬 수월케 갔을텐데..

이런 저런 상황을 가정해봐도 우선 체력이 딸리는 게 가장 문제겠지.

 

이러저러 해서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했는데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대피소에 자리가 없어서 비만 조금 막아지는 공간에 사람들이 자리를 펴고 눕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완전 바깥에서 잠을 자게 생겼길래 후다닥 자리를 맡아놓고, 밥을 먹었다. 식수장 까지 가는데도 돌길을 가야하니, 물끓이기도 심난해 그냥 찬밥을 뜯어 먹었다. 밥 먹고 매트 깔고 침낭 뒤집어 쓰고 그 위에 비옷 덮고, 그냥 잤다.

 

다음날 일어나니 전날보다 심해진 비바람에 걷기도 힘들었다.

가차없이 짐싸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도 비에 쫄딱젖고..

 

다음 번에 다시 종주를 계획해보기로 했다.

그 땐, 간식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최대한 짐 줄여야지..ㅠ

등산화도 하나 사신고.

날 좋을 때로.

 

숨 헐떡이느라 걸으며 얘기하는 것도 힘들고, 그저 빨치산 정기 텔레파시로 나눠야지. 뭐.

2010/08/16 16:15 2010/08/16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