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평행선

여성노동권 관련 세미나를 하고, 평행선 영상을 같이 봤다.

조금은 무덤덤하게 봤다. 이 영성을 처음 봤을 땐 어떤 느낌이었을까.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집행부들 하나같이 어쩜 그렇게 회사와 똑같은 태도로 하나같이 예의없는 말을 내뱉을까..

남성/여성, 정규/비정규 노동자의 분할은 자본이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해야 할테지만,

그 안에서 자본이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그대로 재현하는 이들에 대해 인간적인 비판도 필요하지 않을까..

 

함께 싸웠던 이들을 져버리는 일은 왜 어느때나 일어날까.

어느 단추를 고쳐 끼워야 세상이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까.

 

 

 

 

하지만 영상을 무심하게 보기도 했는데, 영상 속 일들이 잘 실감나지 않았다. 영상이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게 아니라, 내 상태가 그렇단 얘긴데, 어느 순간의 환희나 어느 순간의 분노 모두 멀게 느껴진다. 감정이 죽어가는 상태는, 좋지 않아..;

 

 

 

중간에 '싸울 준비를 하게'란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가 나온다. 찾아보니 정윤경의 '칼을 가시게'다. 이 사람은 어쩜 이리 좋은 노래를 많이 만들었을까.

 

2010/08/10 09:55 2010/08/10 09:55

지나간다버려진 복숭아

복숭아는 비싸다.

하지만 복숭아는 맛있다.

복숭아를 먹기 위해, 상처 때문에 팔리지 않은 것들, 그래서 싸게 파는 것들을 사오곤 한다.

 

며칠 전에도 그런 복숭아를 몇 개 사서 자전거 뒷안장에 싣고, 집에가서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달렸다.

그런데, 이런!!, 단단하게 고정되지 않았던지, 복숭아가 든 봉지가 툭 떨어져 길바닥을 구르는게 보인다.

자전거를 멈춰세우고, 마음을 어찌 드러내야할지 몰라, 의성어 '엉엉'을 표준발음대로 소리내며 복숭아를 주워들고 문질렀다.

 

다른 과일들이 다 팔려나가도록 혼자 팔리지 못해 천덕꾸러기 신세로 가게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한 채 눈총을 받다

이제 누군가의 손에 들려 그이에게 나는 어떤 의미가 되었고, 마음이 놓았는데,

그것도 찰나,

몇 분 지나지도 않아 처참하게 땅바닥에 버려졌고...

난 아무런 가치도 없는걸까.. 난 누구에게도 아무 의미없는 존재일까..

 

복숭아가 이런류의 생각을 했을까봐

너무 마음이 아팠다.

미안해, 미안해, 넌 나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야..ㅠㅜ

 

쓰다듬고 토닥이고, 손에 곱게 들고 가다, 중간에 다 먹었다...

 

네가 굴러떨어졌을 때 정말 슬펐다우.............. ㅠㅠ

2010/08/09 23:23 2010/08/09 23:23

지나간다낯설음

휴가철이 되니 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친구 몇을 만나게 되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취업, 돈, 결혼... 등등으로 이어진다.

난 백수가 꿈에, 결혼할 생각도 없으니 내 차례에서 번번이 썰렁해진다.

 

서로 얘기를 끌어가기 어려웠고, 회상할 과거도 시간이 지나는만큼 희미해져 함께 나눌 게 그닥 없다.

앞으로 연락이 드물어지다(지금도 거의 연락하지 않지만) 곧 끊기리라는 게 빤히 보인다.

 

낯선 세상이다.

2010/08/08 13:15 2010/08/08 1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