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2014/08/17

전주공고 뒷편에 정체모를 건물이 하나 있었다.

주변을 산책하다 몇 달 전 발견했는데,

으리으리한 건물, 화려한 처마와 단청,

딱 봐도 뭔가 종교시설 같았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려니까, 그 날 무슨 행사 중이었는지

어떤 사람이 나와서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멀리서 둘러보기만 했다.

 

오늘, 주변을 산책하다 그 근처를 다시 지나게 됐는데,

건물 주변을 서성거리니까 한 분이 나와서 안에를 둘러보겠느냐고 묻는다.

잡혀가는 거 아냐라는 생각에 약간 겁이 났지만, 

호기심이 더 커서 둘러보겠다고 했다.

 

안에 미륵부처를 모셔놨다고 소개하면서,

다른 절들과 달리 천지신명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 그랬다.

다른 절에는 천지신명이 없어서, 경박해졌다고.

요즘 종교는 복을 달라고 비는데, 그게 아니라 스스로 복을 지어야 한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댓가가 필요하다,

공덕을 쌓는 데에는 물질적인 것 만이 아니라 노력으로도 가능하다,

조상에게 공덕을 쌓는다는 뜻으로 건물을 가꾸고, 음식도 준비하고 그런다,

등등의 이야기.

깊이 이야기 나눈 게 아니라, 단편적인 소개들이어서 이것만 가지고 뭐라 평가하긴 어려운데,

어디에 가져다 붙여도 통용될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자력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이계(異界)의 존재를 계속 언급한다.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여기 오게 된 건 공덕을 많이 쌓아서이다,

쉽게 오기 어려운 곳이다,

천지신명이 계신 곳이기 때문에 마음이 혼탁하거나 신기가 있으면 안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등등의 이야기도 나왔다.

 

차 한잔 마시고 갈거냐고 묻는데,

차까지 마시면 정말 빠져나가기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양했다. ㅋ

 

돌아와서 찾아보니, 대순진리회에서 갈라져나온 대진성주회 계열이다.

아주 한적하고 으슥한 곳에 건물이 으리으리하고, 조경도 반듯반듯한데,

간판도 하나 없고, 불특정다수와의 접촉을 그다지 반기지 않을 분위기.

천연색, 차안의 것이 아닌 색 - 느낌이 썩 좋지 않다. 뜬금없고, 섬찟하기도 하다.

큰 귀신과 무당이 사는 느낌이랄까.

사람의 마음을 미혹하는 무리라는 게 단번에 느껴진다.

 

어쩌다 보니 길거리에서 포교를 당한 게 아니라,

제 발로 본진을 찾아간 셈인데.....ㅋ

http://daejinsj.org/sogae.html?id=dojang2

 

덧,

어떤 대순진리회 사이트를 훑어보니,

이거 완전 식민지근대화론으로 도배되어 있다.

( http://www.dsjr.org/kor/dskys/dskys07-02.php )

상제의 큰 뜻을 실현하기 위해서,

근대화가 필요했고, 그래서 일본이 들어와야 했고,

그래서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기게 했고,

국내에서는 진보회를 탄압해 일진회로 흡수시켰고, 일진회가 일본을 끌어들였고, 등등.

민중 봉기가 무산되도록 상제가 악천후를 만들었대나......

참... 지랄도 쌍쌍이다.

 

대순진리회가 증산교(강증산) 계열에서 갈라진걸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증산교 계열은 다 이런 식의 역사인식인가?

민족종교라고들 해서 반대일 줄 알았더니.. 음..

 

덧2,

지금은 기억에서 거의 희미해졌는데,

몇 해전, 갑오농민전쟁 당시 동학조직이 그리 단일하지 않았고,

갑오농민전쟁의 패배 이후 지속적으로 활동한 동학 조직들이 여럿 있었다는 글을 읽었다.

제주 이재수의 난에도 그 조직들의 영향이 있었다고 그랬는데, 조직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다.

(찾아보니, 영학당, 남학. 영학당은 1888년, 1889년에도 봉기를 일으키려다 실패.)

남학이 제주까지 세력이 있었고 이재수의 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어느정도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지 고증이 필요하겠지만,

아무튼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창조가 있는 게 아니라,

맥이 이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에 탄식했더랬다.

2014/08/17 15:03 2014/08/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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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6 20:20 2014/08/16 20:20

지나간다2014.4.20

세월호 사고 직후 음모론이 성행하는 것을 보며 끄적였던 글.

여전히 너무 많은 의혹이 있고, 드러난 증거들이 '음모'를 연상시키지만

그래도 우리는 명철한 지성을 믿어야 한다.

음모는, 오히려 권력자들이 더 좋아하는 방식이다.

진실이 희미한 가운데 덩달아 다른 많은 것들을 가릴 수 있으니까.

유병언 사체 관련해서, 난 그게 유병언 사체가 맞든 아니든,

그런 괴상한 방식으로 사건을 공개되면서,

누군가는 이를 둘러싼 답없는 논쟁을 기대했을 거라고 본다.

 


음모론으로 권력을 무너뜨리면, 남는 건 불신으로 가득찬 사회, 누구도 믿지 못하니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 그러니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야만의 세상입니다.

이 나라에 이토록 매뉴얼 하나 갖춰지지 않았었다는 데 너무 놀라며 분노하고 있지만, 그 반대급부로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가설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우려스럽습니다.
이런 가설들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논의가 불가능한 종교적 영역으로 쉽게 넘어가버립니다. 세상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약자에게 투사하는 마녀사냥의 배경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 대상이 어디로 튈 것인지는 통제 가능한 영역이 아닙니다. 오늘은 박근혜지만, 내일은?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중들의 공포가 야만으로 치달았던 사례를 역사에서 숱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국면에서, 앞으로 이보다 더 큰 수습불능의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체계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저들은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그 서곡을 보는 것 같아서 공포감이 듭니다.

좌파의 정체성은 좌파의 대안으로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데 있지, 세상을 붕괴시키는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쏟아지는 어떤 가설들을 지지하고 확산시키기보다는 점검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면 좋겠습니다.

배의 구조변경이 어떤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는지,
화물 적재에 어떠한 가이드라인이 있었는지,
승무원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이 있었는지,
비정규직 노동자로 배를 운행하는 것에 문제는 없는지,
조난이 발생했을 때 지원체계는 갖춰져 있었는지, 등

시스템의 문제를 점검하는 데 방점을 찍는 게 우리의 태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위정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건 눈에 보이는 표적을 비난하면 되니 쉽게 동참할 수 있고 성과도 쉽게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의 문제는 당장 손에 잡히는 해결방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음을 인정해야 실마리를 풀 수 있습니다.

2014/08/16 19:01 2014/08/16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