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2014.3.24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구호에 대한 논쟁을 보면서 끄적였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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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는 "과일은 모든 사람의 것이지만, 땅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수많은 문제의 근저에 소유관계가 자리잡고 있음을 고려하면 '누구의 것도 아님'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이 지구를 현세를 살고 있는 구성원들의 소유로 둘것인지, 과거를 살아온 인류와 앞으로를 살아갈 인류 모두의 소유로 둘것인지(그래서 누구의 것도 아니게 되는) - 이것은 큰 차이다.

사적소유와 집단적소유가 아닌 '보편적 소유'.

대상화, 비주체화 등등 다 일정한 맥락에서는 의미있는 지적이지만, 권리는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타인의 권리를 대신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주체가 주장하는 권리만 성립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권리는 교육받은 사람, 능동적인 사람, 정치적 주권을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이 주어진다. 인권의 최고봉을 참정권(내가 내 의사를 표방할 권리)으로 상정하는 서구 자유주의로의 도돌이표다.

우리의 운동은 지금이곳에 있는 나 혹은 우리에 국한되지 않는 권리를 지향해야 한다. 여기에서 미래세대를 빠트릴 수 없다. 미래세대를 고민하는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님'을 상기하려는 노력이다. '아이들에게'라는 문구에 대한 문제제기는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한 문제제기가 '누구의 것도 아님'을 대립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종종 보여서 끄적.

2014/08/16 18:55 2014/08/16 18:55

지나간다2014/08/12

아침 저녁 찬바람이 인다.

공기 속에 섞여 있는 가을바람이 구분되어 느껴지는 게 신기하다.

어느새 또 1년이 지나가는 건가.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을 후회없이 보내고 싶다는 욕심과

그래봐야, 티끌의 티끌 같은 존재라는 허망함이

항상 교차한다.

 

정작 그 허망함 속에서도

호르몬의 노예를 벗어나지는 못하니

이 얼마나 이율배반인가.

 

올해 에어컨을 구매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는데,

구매하지 않고 한 해를 넘기게 됐다.

기특. 기특.

 

세월호 관련 싸움의 초점이 새민련에 맞춰지는 거,

별로 유효하지도 않고, 오히려 새민련에 빠져나갈 구멍을 안겨주는 것 같다.

새누리당을 놓아두고 새민련을 점거농성하는 건,

새민련이 '유가족 편' 혹은 '유가족에 가까운 편'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정치 전반에 대한 압박이 되어야하는데,

지금 싸움 방식은 새민련에게 유가족을 '대리'하라고 압박하는 꼴이다.

주타켓이 현정권-새누리당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야당-새민련이 타겟이 되면서

정작 정권-새누리당은 부담 가질 게 없어졌고

새민련은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격려', '비판적 지지'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농성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위 사회주의자들의 입장은

그야말로 희극이다.

동시다발적으로 김무성, 이완구 사무실을 비롯해

여야할 것 없이 야합 대상자들을 모두 압박하는 방식이었어야 하는데

드러난 현실은, 새민련 압박 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지리멸렬이다.

이것도 현재 운동역량의 주소일터이다. 여기에서 출발하는 수밖에.

2014/08/12 10:22 2014/08/12 10:22

지나간다오늘날의 저항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것 같은 장면들을 종종 목격한다.

'키보드로 혁명을 외치다' 같은 거?

이런 것들도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광범위한 믿음과

낡은 운동에 대한 조롱.

이렇게 말하지만 불과 몇 년 전 나도 저 부류에 가깝지 않았던가.

조금은 달랐다고 변명하지만, ...'변명'이지.

 

아무튼 갑갑하다.

2014/08/04 14:40 2014/08/04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