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7/04/26

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4/26
    장애인의 성은 인정되어야하지만, 그들의 어긋난 욕망까지도 받아들여져선 안됀다.(3)
    독립영화비평
  2. 2007/04/26
    약자 속의 약자 이주노동자
    독립영화비평

장애인의 성은 인정되어야하지만, 그들의 어긋난 욕망까지도 받아들여져선 안됀다.

장애인의 성은 인정되어야하지만, 그들의 어긋난 욕망까지도 받아들여져선 안됀다.

<핑크 팰리스>

김현지

“한번 태어나서 죽으면 언제 다시 태어날지 모르는데, 숫총각으로 죽으면 진짜 억울하다. 억울해!”

핑크 팰리스는 장애인의 성에 대한 얘기이다. 대체로 전신, 혹은 하반신이 마비된 척수 장애인, 언어장애와 경직이 심한 뇌성마비 장애인, 그리고 시각, 청각, 소아마비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나와 성에 대한 경험과 욕구, 다양한 생각들을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주인공 “한번 태어나서 죽으면 언제 다시 태어날지 모르는데, 숫총각으로 죽으면 진짜 억울하다. 억울해!”라는 말을 한 48세의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최동수 아저씨의 얘기가 주를 이룬다. 최동수씨의 평생 소원은 ‘섹스 한 번 해보는 것’ 몇 년 전 청량리 성매매업소를 찾아 한 번 시도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한다. 그리고 감독은 이런 최동수씨의 욕구를 해소해주기 위해 (소원 한번 풀어주기 위해) 성매매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 번째 시도를 돕는다. 감독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 잘, 잘못을 떠나서 그들이 느끼는 성에 대해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들의 욕구가 인정 되어야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성욕을 갖고 있는 인간이다.” 결국 우리 모두 동등하게 욕구가 인정 되어져야하고, 받아들여 져야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는 감독이 이 영화를 감상할 때 제시한 금기를 어겼다. 잘, 잘못을 떠나서라고 감독의 의사를 분명히 밝힌바 있으나 왜곡된 성에 대한 시각과 여성의 상품화 등등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쾌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함부로 말 할 수 없다. 웃기지만 나는 사지가 멀쩡한 여자이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결핍이 되면 그것 밖에 안보이게 되는데 하다못해 장애인 남성이 갖는 성욕의 거세됨이 그것 밖에 안보 이는 게 당연 한 것 아닌가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감독이 정말 말하고 싶은 부분은 장애인들의 성이 인정되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간간히 장애인 부부, 여성, 다양한 층의 남성들이 말하는 성에 대한 얘기는 훈훈하기도 하고, 애틋하기 까지 했다. 그러나 최동수씨가 말하는 성에 대해 듣고, 그것을 받아주고 카메라에 담아내는 감독의 태도를 보면서 나는 그 곳에서 또 하나의 차별거리, 또 하나의 타자를 보게 된 기분이여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정상인들은 맘껏 즐기면서 자신은 그렇게 못하게 한다고 성매매 금지법에 대한 분개심을 표출했다. 그런 그의 시각에서 사회적 약자 혹은 희생물이 되는 여성을 바라보며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을 때 만들려고 했던 의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최동수씨가 한 성매매 소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끝나는 이 영화의 끝은 그저 다른 약자를 만들어내는 부당한 욕구 분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핑크 팰리스에서 장애인들만의 성에 대한 잔잔한 얘기만으로도 충분히 감독의 의사가 전달되었을 것인데 내게 이런 혐오감을 자아내게까지 정직하게? 끝까지 최동수씨 의 얘기를 담아낸 감독의 의사가 궁금하다. 이럴 수밖에 없는 그를 동정하라는 건가. 핑크팰리 스의 끝은 내게 비겁한 자멸로 여겨졌고, 굉장한 찝찝함을 남겼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약자 속의 약자 이주노동자

<약자 속의 약자 이주노동자들>

김현지

우리 집에는 작은 차별이 있다. 맏이로 태어난 첫째 딸, 여성이라는 이유로 막내아들인 남동생이 받는 대우와는 다른 대우를 어렸을 때부터 받아왔다. 다른 내 성격적 결함이 있었으리라는 추측을 제외하고서라도. 같은 행동도 동생이 했을 때는 받아들여지지만 내가 하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숱한 상황 속에서 내가 원치도 않는 성으로 태어나 그렇게 대우 받았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 후 그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 돌아오는 말은 “ 네 성격이 이상해서 그래 ” 단 몇 마디이다. 처음에는 그 말을 사실로만 받아들였다. ‘그래 내가 좀 이상하니까 이렇게 나를 대하는 건당연한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넘기는 것은 쉬웠지만, 계속 되어 쌓여가는 억울함과 불만에 억눌렸던 나의 상한 감정이 비어져 나왔다. 내가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전제로 그렇다면, 그들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이상한 나의 목소리를 한번 내보기 했다.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투쟁이었다. 부당하다 생각되면 귀찮은 아이 취급받기를 각오하고 조목조목 내 논리를 펴가며 따져가기 시작했다. 이 이상한 환경 속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나를 믿는 나뿐 이었으므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보고 떠오른 내 과거의 잔상이다.

차별 속의 차별, 계속 되는 악행, 말도 안돼는 상황. 힘이 힘을 누르고, 악습이 악습을 낳는 상황들. 숨 막히는 상황들 속에서 이주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주장한다. 자유를 노래한다. 드러나는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맥락의 내용을 담은 <상계동 올림픽>에서 가난하고 집 없는 자가 갖게 되는 설움. <미친 시간>에서 베트남 전에 한국 군인을 향한 증오비를 세울 정도로 그들의 잔인함을 경멸하는 베트남 사람들.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부터 딸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설움.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커다란 차별이란 고리로 연결 되어 있다. 힘 있는 자의 왜곡된 시각이 만들어 낸 악행. 그 곳에는 싸울수록 자신의 무력함을 실감하지만 이 억울한 현실에 온 몸을 바쳐 항의하는 약자들.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계란이 다 터져 나가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힘을 다해 부당함에 항의 하겠다는 생의 의지. 이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현실이 마음 아플 뿐이다. 받아들이기 싫지만 말도 안돼는 일들이 일어나는 현실 속에서 힘(그것이 돈의 부재이든, 권력의 부재이든지)이 없다는 이유로 가축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는 이들은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대우를 받기 위해 죽기까지 싸운다. 사람으로 태어나 갖게 되는 조건 속에서 사람이상의 대우를 받는 이들과 사람 이하의 취급 받는 이들. 이들 속에 나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EBS에서 특별한 성격의 애니매이션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제목은 <별별 이야기>였는 데, 인권에 대한 문제를 주제로 다룬 영상들이었다. 이것을 보며 내가 현실 속에서 갖고 있는 위치에 대해 끊임없이 반문해 보았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작가로 살아 갈 때 갖게 될 위치를 생각했다. 작가를 할 때 좋은 점은 생각의 소스가 작업으로 잘 풀어져 나올 때 그자체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가정에서 맏딸로 태어나 겪은 차별로 부터 다음 차별의 연결고리를 더듬어가며 하나의 다큐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순환 되는 차별의 고리에 대해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은 "너도 말 할 것 없다."였다. 내가 속한 가정안에서의 차별, 한국 안에서의 차별, 그렇지만 그들 안에서도 있을 차별. 누구를 탓할 수 있는가. 차별은 차별을 낳는다. 나 역시 내가 차별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인식하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받는 차별에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나의 이기심을 본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받는 차별에 대한 울분이 터져 나오는 기록물을 보고 분개할 수 있지만, 나는 완전히 그들의 입장이 될 수는 없다. 그들 속에서 그들이 되지 않는 한 내가 느끼는 감정은 피상적으로 잠시 분개하는 것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의 한 측면을 바로 이해하고 나의 작업으로 풀어보고 싶다는 인식하는 정도가 아직까지의 내 위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잘 못된 태도를 비난하기 이전에 차별이 되 물림 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 더욱 좋은 해결책이 마련되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별별 이야기의 줄거리>

인권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이하 인권애니메이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제작한 옴니버스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인권(차별)을 주제로 애니메이션 감독 여섯 명이 참여하였다. 이 영화는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차별의식을 지적하고 차별을 차이와 구별하는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해서는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제작되었다. 장애인의 현실을 다룬 <낮잠>(유진희 감독), 사회적 소수자 차별이야기 <동물농장>(권오성 감독), 사회에 만연한 고정된 남녀 성역할을 지적한 <그 여자네 집>(5인 프로젝트팀), 외모차별을 다룬 <육다골대녀(肉多骨大女)>(이애림 감독), 이주노동자를 다룬 <자전거 여행>(이성강 감독), 입시위주의 교육문제를 꼬집은 <사람이 되어라>(박재동 감독)로 이루어진 총 여섯 편의 옴니버스 형식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 그 외 <별별 이야기> 참고기사

삐딱한 시선에 대한 6명의 충고, <별별 이야기>

[씨네21 2005-12-23 13:49]

<낮잠>의 유진희 감독

DVD 타이틀의 매력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훌륭하게 복원된 고전영화들과의 만남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는 여러 단편 작품들을 모은 것도 빠질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제작한 <별별 이야기>는 우리네 곁에서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구성원이지만 무관심과 냉대를 받는 소수자의 이야기다. DVD에 수록된 6편의 단편애니메이션은 모두 인권차별을 주제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장애우에 대한 편견과 따가운 시선, 사회적 무관심을 밀도있게 그린 <낮잠>, 양떼들 사이에서 염소가 겪는 차별에 관한 이야기 <동물농장>, 아이를 가진 직장 여성의 일과를 통해 남녀 성 차별에 접근한 <그 여자네 집>, 큰 몸집을 가지고 태어나 고통받는 여성을 통해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메스를 가하는 <육다골대녀>, 주인없는 자전거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다룬 <자전거 여행>, 고릴라를 의인화해 입시 중심의 교육 환경을 비판한 <사람이 되어라>이다.

이들 작품들은 인권차별이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심각하기만 한 건 아니다. 적절한 유머와 재미를 갖추고 있어 작품에 대한 부담감을 일부분 해소하고 있다. 부록의 하나로 제공되는 인터뷰를 통해 연출자들이 들려주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인권차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들을 수 있다. 스토리보드는 여섯편 가운데 <동물농장> <그 여자네 집> 두편에서만 제공한다. 화질과 음향은 기대 이상으로 좋은 편이다.

(글) 김종철

저작권자 ⓒ 씨네21.(www.cine21.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