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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13호] 「미나리」, 한국이 미국을 바라보는 어떤 초상화

미나리한국이 미국을 바라보는 어떤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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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미나리가 천국이다봄이 제철인 나물 미나리는 물론한국에서는 지난 3월에 개봉한 영화 미나리도 많은 관객의 주목을 받고 있다작년부터 계속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인민들이 신음하는 가운데미나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서사와 배우 한예리와 윤여정의 호연 등을 통해 점차 많은 사람에 영화 매력이 퍼지는 상황이다또한 수상 여부로만 영화의 가치를 말하기는 어렵지만미나리는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던 미국의 독립영화제 선댄스영화제를 비롯해 무수한 영화제나 시상식을 거침없이 휩쓸며 평론가들의 찬사도 받고 있다이미 영국을 대표하는 영화 시상식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배우 윤여정이 상을 받았고곧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미나리는 최소 1개 부문 이상에서 상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배우 윤여정은 4월 25(현지시간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 편집자 주)

 

대체 무엇이 미나리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만든 것일까가장 큰 이유는 앞서 잠시 언급했던 대로 미나리가 절망적인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끝내 희망을 발견하려 노력하는 가족 드라마의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동시에 점차 미국 영화에서 비중이 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이민 서사를 다루는 작품인 점도 서구 사회에서 주목받은 이유로 볼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미나리가 일반적인 관객은 물론 비평가도 사로잡은 가장 큰 이유는 미나리가 일반적인 이민 서사를 넘어영화가 배경으로 삼고 있는 1980년대 당시는 물론 영화가 공개된 2020년대에도 통용되는 미국에 대한 동경과 불안감이 겹쳐 있는 초상을 섬세하게 그려나간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미나리에서 드러나는 이민의 과정이 쉽지 않음을 말한다는 점에서 그치지 않는다. 1980년대 소위 코리안 뉴웨이브라 칭해지며 주목받았던 배창호 연출의 깊고 푸른 밤을 비롯해마틴 스코세이지의 유명한 작품인 갱스 오브 뉴욕을 비롯하여 한동안 미국 헐리우드 상업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아일랜드계 미국인를 주인공으로 삼은 갱스터 무비 등도 어떤 의미에선 이민의 고단함을 드러내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예나 제나 자신이 본래 태어나서 살던 고향을 떠나다른 지방도 아니고 생판 다른 나라에서 살기는 쉽지 않다이러한 부류의 작품은 이전부터 한가득 존재했다.

 

미나리가 다양한 결과 지층으로 이민과 정착의 과정그 속에서 이주민이 정착지로 택한 곳에 대해 지니는 복합적인 감정과 다시 거꾸로 정착지가 이주민을 대하는 환경과 자세를 복합적으로 비추며 섬세하게 이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이미 관객들은 영화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주인공 가족들에게는 어딘가 심상치 않은 지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던 모니카’(한예리)와 제이콥’(스티븐 연가족은 새롭게 살게 될 집에 도착하자마자 균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제이콥은 모니카와 깊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사할 장소를 정한 곳은 물론새집이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겉으로 보기에는 드넓은 푸른 잔디가 펼쳐진 곳이지만집은 컨테이너 가건물로 지어진 곳이며 설상가상으로 집에는 계단도 없다누가 봐도 제대로 된 집은 아니고잠시 머물다 떠날 목적으로 만든 용도의 집이지만 제이콥은 이곳이 자신들의 새로운 정착지가 될 것이라 호언장담을 하기에 바쁘다모니카는 이런 제이콥의 모습이 무척이나 마땅치 않다.

 

작중 정황상 이들은 미국에서는 꽤 오랜 시간 살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타운으로 유명한 LA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들은 왜 갑작스럽게 지금도 한국계는 물론 다른 인종의 사람들을 쉽게 보기 어려운 아칸소의 한적한 시골 마을로 이사한 것일까영화는 그 이유를 직접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지만가끔 드러나는 제이콥의 대사를 통해 어느 정도는 추측할 수 있도록 만든다제이콥은 자신이 한국 사람인 것에 대해 자부심을 지니고 있지만정작 그는 미국에서 만난 한국계에 강한 불신과 환멸을 느끼고 있다그는 자신이 가족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기는 원해도같은 한국계 미국인들에게는 뭔가 큰 배신을 당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제이콥이 바라는 아메리칸 드림은 같은 한국계 미국인들이 없으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꿈이다동시에 제이콥은 같은 한국계 미국인이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도 불안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작중에서 그는 역사적으로도 많은 한국계 이민자들이 종사했던 직종인 병아리 감별사의 베테랑이지만그는 그 일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임금이 박봉인 것은 물론내심 그는 이 일이 자신의 권위나 가치를 하락하는 것처럼 생각한다오히려 그는 자라면 암탉이 되어 달걀을 낳을 수 있는 암컷 병아리만을 살리고수컷 병아리들은 가차 없이 소각로로 보내는 모습에서 좀처럼 행사하지 못했던 가부장의 권위를 고민하는 모습까지 보인다제이콥은 하루빨리 병아리 감별사 일에서 벗어나아칸소의 푸른 잔디에서 고추나 배추 같은 한국 농작물을 심어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잔뜩 팔아 성공하고 싶어 한다.

 

제이콥이 한국계이지만 가족을 제외한 다른 한국계는 멀리하고 싶어 하지만 다시 그들을 상대로 한몫을 단단히 챙기고 싶어 하는 모습가족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가부장적 권위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자세그리고 1980년대에도 절대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선망했던 농장주에 대한 꿈은 미국을 대하는 한국인의 어떤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이는 제이콥의 독선적인 행보가 못마땅한 모니카 역시 마찬가지이다매사에 즉흥적이고 결코 쉽게 이룰 수 없는 꿈에 집착하는 제이콥과 달리 모니카는 겉으로 보기에는 이성적이고 차분해 보인다그러나 그 역시 미국의 생활이 불안한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아칸소에 와서 남편 제이콥과 병아리 감별사 일을 시작하며 우연하게 만난 한국계 이민자에게 한인 교회를 묻는 것은 물론 부부의 아들 데이빗’(앨런 김)에게는 딸 ’(노엘 조이상으로 끔찍하게 아낀다모니카는 그저 겉으로만 불안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교회라는 일종의 플랫폼을 통하여 같은 인종적 동질감을 지닌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어하고 다시 아들을 통하여 자신의 결핍을 대리 만족하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서 정작 이민자 2세대인 데이빗은 부모님과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선천적인 심장병을 지니고 태어난 데이빗은 지병으로 인해 더더욱 부모님들의 관심이 있지만, ‘한국인 남성의 정체성을 강요하는 제이콥은 물론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지만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계속 자신에게 좋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를 강권 받는 모니카도 모두 제이콥에게는 낯설고 어색하다부모님은 모두 한국인이지만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미국 문화에 익숙한 데이빗은 정작 부모님들이 어려워하거나 표면적으로만 대하는 미국인들과 친하게 지낸다아칸소에 한인 교회가 없어 모니카가 꿩 대신 닭으로 찾아간 현지 교회에서 모니카가 다른 백인 여성과 좀처럼 소통하지 못하는 가운데데이빗은 스스럼없이 백인 아이와 친하게 지내고 심지어는 곧바로 서로의 집에 놀러 갈 약속까지 잡는 모습은 데이빗의 정체성이 이미 부모님과 다른 방향으로 분화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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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같은 가정 내에서도 균열이 반복되는 가운데 새롭게 이사한 모니카를 응원하기 위해 한국에서 방문한 모니카의 엄마이자제이콥에게는 장모님인 순자’(윤여정)의 등장이 큰 파문을 만든다순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전형적인 한국인 할머니의 모습이다대충 간단한 영어 단어 몇 가지는 쓸 수 있지만순자는 언어는 물론 행동도 과거 한국의 정서에 단단히 묶여 있다모니카에게는 오래간만에 보내는 가족의 존재가 너무나도 반갑고 순자가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 들고 온 한국 음식의 존재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지만데이빗은 순자가 자신의 할머니라는 사실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동화나 각종 매체에서 봐왔던 미국인 할머니의 모습과는 생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그다지 친절하지도 않고쿠키나 케이크를 잘 굽지도 못하며오히려 자신의 치부를 장난스레 놀리는 모습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렇게 미나리의 가족 구성원들은 표면적으로는 가족으로 묶여있지만구성원 각자의 입장에 따라 서로를 점차 멀리하고 있다영화의 중반부부터 모습을 등장하는 순자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그렇다고 제이콥이나 모니카가 주변의 다른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 역시 아니다모니카는 앞서 언급했듯 한국계 미국인이 아닌 다른 미국인들을 무척이나 불편해하고제이콥은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환멸을 지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다른 미국인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 역시 아니다넓고 푸르지만주변에 다른 이웃 하나 발견하기 어려운 새로운 고향 아칸소의 풍경처럼이들은 서로 다른 성공의 꿈을 꾸지만 이미 이들은 해체 일보 직전의 상황이다그저 이미 가족으로 묶여 있다는 이유로그리고 다시 가족을 벗어나는 순간 더욱 괴로운 상황을 원하지 않기에 이들은 남아있는 것이다.

 

미나리는 이러한 관계의 충돌을 연속적으로 그리며 한국에서 미국을 바라봤던 시선을 점차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작품은 그저 아메리칸 드림이 허상이라는 점을 고발하는 차원에서 머물러 있지 않다대신 그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백일몽이 어떠한 맥락에서 태어나는지같은 백일몽이라도 왜 그 허상을 쉽게 놓고 싶지 않아하는지를 드러내는 것이다작중의 제이콥은 물론역사 속에서 이민을 택한 한국인들 역시 쉽게 미국을 단일한 존재로 말했지만 미나리」 속의 주인공들은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등장인물이나 존재들은 미국이 절대 단일하지 않으며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더 계층적이며 분절되어 있음을 말한다그 계층의 공간에서 자신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하층 계급에 놓인 한국인 이민자들은 언젠가는 자신이 계급을 상승할 수 있다는 꿈을 꾸지만그 꿈은 다시 역설적으로 자신이 어떤 위치와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의도적으로 망각할 수 있기에 꿀 수 있는 꿈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미나리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나 이민 이후의 고군분투에서 머무르지 않는다동시에 무조건적인 절망으로 일관하지도 않는다어찌 되었든 새로운 터전에서 정착하게 되었다면다시 어떻게 삶의 맥락을 만들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다마치 제이콥도모니카도 저마다 자기가 바라는 성공만을 말할 뿐 쉽게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는 상황에서 데이빗만이 같은 마을하층 계급의 백인 아이와 친구를 맺는 모습에서 드러나듯 성공이라는 허울의 목표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주변을 다시 돌아보기를 말하는 것이다마치 습해서 푹푹 발이 꺼지는 뻘밭이지만그러한 공간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말이다.

 

성상민 ┃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상근활동가문화평론가

 

 

<편집자 주이 글은 본지의 요청으로 싣게 된 소중한 기고 글로 국제코뮤니스전망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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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남궁원 동지 8주기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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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남궁원 동지 8주기 추모식

 

올해도 잊지 않고
코뮤니스트 남궁원 동지 추모식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동지들은
모란공원에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혁명적 토론의 장에서... 마음을 함께 하셨습니다. 

코뮤니스트 추모식은 단순한 추모 행사가 아닙니다. 

코뮤니스트의 길을 걷다가 먼저 가신 동지를 기억하고 
함께 하는 동지들의 운동과 삶을 살피고 보듬고 성찰하고
코뮤니스트 정신 계승과 혁명적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입니다.

올해는 특별히 
남궁원 동지의 혁명적 발언을 함께 낭독하며 실천을 다짐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원칙적으로 투쟁하고 계승하겠습니다.

 

2021년 7월 4일
코뮤니스트 정신 계승회의

 

<추후 일정>
8월 태양이 뜨거운 날, 강릉 작은코뮨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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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 그것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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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 그것은 피할 수 없다"

 

코뮤니스트 남궁원 동지 8주기 추모식

 

 

일시 : 2021년 7월 3일(토) 낮 12시

장소 : 마석 모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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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남궁원 동지 8주기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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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 그것은 피할 수 없다"

 

코뮤니스트 남궁원 동지 8주기 추모식

 

 

일시 : 2021년 7월 3일(토) 낮 12시

장소 : 마석 모란공원

 

 

 

"어디를 둘러봐도 탈출구가 없다. 해결책은 없다.

부르주아도 인정한다. 자본주의 지속적인 경제 파국을.

 

전 세계 거리가 점거 연대의 화염에 싸인다.

대결, 그것은 피할 수 없다."

 

- 남궁원(2011)

 

 

코뮤니스트 정신 계승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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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죽은 사람을 애도하지 마라

 

 

차가운 대지에 누워 있는 죽은 사람을 애도하지 말라 

썩어 흙이 되고 그 위에 또 흙이 쌓이면 

고요하고 달콤한 대지가 어머니 품처럼 감싸줄 것을 

또한 모든 인간은 죽게 마련이거늘 

 

잡혀가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야 하는 동지를 애도하지 말라 

차가운 철창에 산채로 매장되었다고 

 

그보다는 무심하고 냉담한 군중을 애도하라 

겁먹고 굴종적이며 

극악무도한 고통이 눈앞에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감히 입을 닫고 있는 군중이여!   

 

- 랄프 채플린(1917) 

 

 

 

ㅁ 인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입니다

 

 

전 세계적인 자본주의 위기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시대야말로, 

혁명의 문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위기를 단순히 경기순환상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자본주의 체계 자체의 역사적 쇠퇴 경향과 혁명적 프롤레타리아의 

투쟁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노동계급이 역사적 관점을 상실하고 하나의 공장, 하나의 지역에 

갇혀 있으면 패배한다는 역사를 공산주의자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전쟁, 빈곤, 생태계 파괴 극복을 위해서는 

공산주의 사회가 절대적인 필요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입니다. 

저는 노동자 혁명 운동이 다시금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혁명을 꿈꾸고 시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건강한 자본주의를 위한 투쟁이 아닌, 

이제 공산주의를 위한 투쟁에 이제 나서야 합니다. 

 

- 남궁원(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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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코뮤니즘 세상에서... 예술, 공예/장인, 전통 작품은?

코뮤니즘 세상에서...

예술공예/장인전통 작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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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즘에서 사회적 생산력은 향상될 것이다코뮤니스트 사회는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킬 것이고경제는 더는 자본 축적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에 기초할 것이다그렇다면 예술공예/장인또는 대량생산을 허용하지 않는 전통적인 형태의 생산은 어떻게 될 것인가작은 규모로 직접 변형하고 창조할 수 있는 능력으로부터 우리를 분리함으로써 소외가 뒷문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예술공예 또는 전통적인 생산과 같이 대량 생산이 아닌 형태의 생산은 코뮤니즘에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코뮤니즘에서... 노동생산성은 각자와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욱 발전한다그렇다면 공예/장인예술 등의 모든 전통적인 형태의 생산이 그들의 비생산성 때문에 사라지지 않을까사회적 대량 생산과 직접 노동개인 노동을 분리함으로써 코뮤니스트 사회에서 각 개인의 변화된 역량의 발견으로부터 소외가 되돌아오지 않을까?

 

 

코뮤니스트 도덕노동생산성그리고 희소성의 인위적인 생산에 대한 소부르주아지의 사랑

 

우리 코뮤니스트는 자본주의가 문명의 위기에 점점 더 자주 의지하게 되면서 인간의 발전과 필요를 불필요하게 일상적으로 거부하는 인위적인 희소성의 창출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체제의 논리에 물들어 있는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소부르주아지는 투기에 참여하기 위해 끊임없이 희소성을 창출하는 방법을 모색한다가장 최근의 보기는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복제할 수 있고암호를 사용하여 독특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디지털 예술가들이 황홀해하는 장면이다이에 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내는 작은 투기 붐.

 

다른 경우에는 그것을 뻔뻔스럽게 사회적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남미 각지의 매우 열악한 골판지 수집으로 생활하는 사람들’(cartoneros, 영어로는 waste picker)이 현지 작가들의 책을 베껴 쓰고 제본하는 카토네라(cartonera) 출판 운동의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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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태롭고 빈곤한 노동력 착취에 참여하기 위해 보헤미안적 소부르지아지의 가학적인 쾌락을 넘어 심지어 상징적일지라도손으로 무언가를 베끼는 것이 무엇에 필요할까독특하고 희귀한 복사본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오늘날 기술은 이미 배포된 새 복사본에 많은 노동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어떤 책의 복사본도 무한대로 제작할 수 있다.

 

예술과 공예품 생산에 대한 창조적 소부르주아지의 접근은 희소성비참함인간의 노동력 착취를 통한 즐거움이며코뮤니스트 사회는 지금의 이런 경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미래에 대해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코뮤니즘에는 그런 일과 그런 도덕이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코뮤니스트 사회의 풍요와 대량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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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공동체의 비극에 대한 거짓 신화그리고 코뮤니즘에서는 더더욱 그렇지 않다.

 

예술과 공예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더 넓은 견해를 반영한다맬서스주의자들(Malthusian)과 생태학자들은 좁고 반동적인 시각에서 풍요를 대규모 농축 공장과 환경 파괴와 연관시킨다그들은 심지어 음식에서도우리가 고기를 먹는 것을 멈추게 하고세계는 유한하며이미 우리 인간이 너무 많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장인적인 형태의 생산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약간의 반동적 메시지이다자본주의 이외에 다른 가능한 사회는 없다는 것이다우리는 인간이더라도 실제로 파괴적이고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노동자가 너무 많고 너무 많이 요구한다는 것이다따라서 우리의 필요를 요구하는 대신에 그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희생과 박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세계에서 가장 답답하고 반동적인 자본가의 비전이다.

 

우리는 이미 이 연재 글의 이전 편에서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우리 앞에 놓인 역사적 경향에도 새겨져 있지 않다는 것을 살펴보았다코뮤니즘에서의 농업 생산은 생태적일 것이지만장인이 되는 것은 아니며 자동화될 것이다코뮤니스트 사회에서 생산력은 엄청날 것이지만인간의 필요에 따라자본 축적이 아닌 만족을 위한 최적의 규모그리고 사회적 생산이 변화된 환경과의 공동 대사의 필요에 따라 분배될 것이다.

 

 

코뮤니즘의 예술과 공예

 

반면에 자본주의가 주는 풍요와 직접적인 모순에 빠지는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경향은 예술공예 또는 전통적 생산의 실종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달라진 것은... 그들은 해체되었고아무도 그들의 기본적인 공급에 의존하지 않으며더는 축적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예술이 사라진 곳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이다.

 

책의 보기를 계속해보면 오늘날 전자 형식은 실제로는 유통(배포단위당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책을 복제할 수 있다. 1,000부 배포에서 10만 부로 늘리는 것은 디지털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사람의 수에 달려 있다이것은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풍요를 가장 가깝게 엿볼 수 있는 것이다그것이 바로...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진보적이었을 때 자본주의 재산의 특징인 바로 그 법적 제도에 대한 진정한 변형되고 기괴한 희화화인 지적 재산에 관한 수많은 모순과 모든 괴물 같은 법안을 만들어내는 이유이다.

 

그러면 물리적 객체와 그 정교함은 어떻게 될 것인가수천 명의 사람이 그것에 관심을 두게 되고 기술을 배운다책의 제본 및 물리적 생산은 더는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수단이 아니다물리적 대상과 그 창조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그것은 그 자체로 끝이다. 읽고 싶은 욕구 충족을 넘어서고 싶은 사람들은 그것을 편집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손으로 묶는 것을 즐길 수 있다.

 

이것은 코뮤니스트 도덕이 나타내는 것 이상의 단계이다이것이 사람들이 (축적을 위한수단이 되지 않고 자신과 서로를 위한 목적이 되는 세계를 나타낸다면자본주의가 접하는 최소한의 풍요의 경험은 우리가 코뮤니스트 사회에서 모든 인간 활동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리라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사회화와 임금노동 폐지가 가져올 인간 본성의 급진적 변화에 접근하고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이며이들과 함께 코뮤니스트 사회에서 노동 분업의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분업의 종식은 단순한 조직적 사실이 아니라 코뮤니즘에서 사람들의 삶 전체 경험을 변화시키고 그들의 능력을 자유롭게 하고 사회화하기 때문이다.

 

특정 개인에 대한 예술적 재능의 배타적 집중과 이에 따른 광범위한 대중에 대한 억압은 노동 분업의 결과이다.··· 어쨌든 사회의 코뮤니스트적 조직과 함께예술가의 종속이 사라진다이는 전적으로 분업에서 비롯되며또한 개인의 특정한 예술에 대한 종속은 그를 전적으로 화가조각가 등으로 만든다바로 그 이름은 그의 직업발전의 한계와 노동 분업에 대한 의존성을 표현하고도 남는다.

 

코뮤니스트 사회에서는 화가가 없고 다른 활동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사람만 있다.

(맑스 엥겔스독일이데올로기, 1846)

 

 

예술과 공예는 삶의 수단에서 해방되고소수의 전문적인 활동과 독점은 사라지고 종의 사회적 지식과 의식으로 통합된다코뮤니즘에서는 모든 인간의 활동이 예술이 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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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인들예술가들장인들... 그들은 그냥 사라질까?

 

그렇다코뮤니즘에서는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화가 지식과 지위의 독점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사라질 것이다위험하거나 유쾌하지 못한 직업이 사회화되는 것처럼 예술작품과 의미 있는 물건의 제작도 사회화될 것이다물론 코뮤니스트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오늘날 자본주의가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진정한 예술가와 시인은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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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시인은 단지 저주받은 사람일 뿐이다현대 사회가 그에게 던지는 이 저주는 그의 혁명적 상태를 나타낸다그러나 시인이 완전히 변형되어 시와 과학에 관한 공통된 인간의 기원을 인식하게 될 때, 그가 강요받은 보호구역에서 벗어나 지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인은 모든 사람의 능동적이고 수동적인 협력과 함께전 세계를 미지의 것에 대한 도전 상태에 올려놓을 의기양양한 신화를 창조할 것이다.

(Péret tiene la palabra」 ,뱅자맹 페레(Benjamin Péret),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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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뱅자맹 페레(Benjamin Péret)

 

2021321

해방

 

 

<원문 출처>

https://en.communia.blog/in-communism-art-craftsman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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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노동자 시와 노래 (2012~2021)

코뮤니스트 노동자 

시와 노래 

(201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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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말한다. 현실은 확장되고 변하는 것이라고. 또 어떤 이들은 우려한다. 프롤레타리아트라는 깃발 아래 예술가들이 똘똘 뭉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그렇다. 우리는 보고 있다. 세상이 변해 가는 것을. 하지만 그 속에서 지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프롤레타리아트에게는 중대한 도전이 가로놓여 있고 노동예술의 내용은 그 예술적 미학이나 형상화가 늘 낡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날로 버텨내기 힘겨운 강퍅한 삶 속에서, 부르주아들이 만들어놓은 공고한 질서의 전복을 꿈꾸는 프롤레타리아트의 밤은 별빛처럼 찬란하다. 사라지려야 사라질 수 없는 노래는 뜨겁다. 인류 문명과 문화예술이 낳은 생명이 노동이라면, 문학도 그 생명의 유기체로서 노동의 구성물질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1%와 99%, 부자와 가난뱅이들로 전 세계 민중과 노동자들의 삶이 철저하게 분할된 오늘의 시대를 살면서, 다시 한번 선연한 프롤레타리아계급 문학의 복원을 꿈꾸며...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스무 명이 넘게 죽어 나가도 세상은 노동자를 외면하고 있다. 문학의 눈이 분명하게 바라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이 서글픈 역사이며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노동의 현실이다. 자본은 세계화되었고 자본의 지배는 총체적이다. 노동자들은 꼼짝달싹 없이 자본에 포위되었다. 지구촌 전체가 그들의 식민지다. 중세 이후, 너무나 잔학한 형벌이라고 해서 금지되었던 화형(火刑)을 이명박이 남일당에서 자행하지 않았던가? 기억하라, 우리도 똑같이 너희를 산 채로 불에 태우리라!"

 

('문학, 그것은 짓눌린 삶으로부터', 임성용, 「코뮤니스트」 창간호,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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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창간호,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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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창간호, 2012년

 

 

 

가슴이 저미도록

 

 

 

잊지 마라

사랑은 빗방울 같은 것

내가 이 땅 위에 한 방울 빗물로 떨어져

코뮤니스트의 이름으로 스며들기 위하여

오로지 그 하나의 신념을

사상과 실천으로 펄펄 담금질하기 위하여

나는 내 몸을 거침없이 달구는 풀무가 되고자 했나니

 

나는 이미 부박한 삶을 떠난 내 영혼이

가장 가까운 지척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안다

사무치게 안타깝지만 조금은 빨리 돌아가

회호리바람 같은 청춘을 여기내려놓고

붉은 가슴 붉은 글씨에 새겨진 혁명의 씨앗을

내 육신의 마지막 핏줄 속으로 흘려보내고 간다

저주받은 노동의 대지에 뿌려진 피와 땀들이

세상의 모든 선과 악으로 부딪쳐 싸울 때

나는 가슴이 저미도록 못다한 내 노래를 부르리라

 

오늘내가 고요하게 잠든 노을빛으로 사라져도

내가 맞선 적들은 여전히 나를 밟고

욕창처럼 욱쑤시는 뼈마디에 투쟁의 노래 그치지 않고

나는 사랑하는 계급과 동지와 혁명의 숨통을 끌어안고

환한 웃음으로 한 걸음한 걸음씩 되돌아오리라

날마다 나는 다시 태어나 내 앞의 일생을 마저 살고자

나를 찾아 내가 내일낯선 사람처럼 걸어온다면

나는 얼마나 가슴이 저미도록 기쁠까

 

어머니시여아내와 아들과 누이들이여

벗들이여눈물겹게 보고픈 사람들이여

내 끈질기게 빛나던 눈동자와 열렬한 음성을 기억해다오

살다 살다 언젠가 나는

덧없이 잊혀지는 내가 못견디게 그리워지면

나는 터벅터벅 나를 찾아와

가슴이 저미도록 내 이름을 부리리라

마음이 애달픈 친구여

차마 나에게 작별을 고하려거든

너는 끝까지가슴이 저미도록 살다 죽어라!

 

 

詩 ┃ 임성용

코뮤니스트」 2, 2013

 

 

 

 

 

코뮤니스트의 운명

고 남궁원 동지의 3주기를 기억함

 

 

 

이름 없이

한 명의 코뮤니스트가 사라지는 것이

유독 슬픈 것만은 아니다

그의 생이 온통 프롤레타리아트의 곁이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도록 눅진한 날이었으나

그는 좀처럼 비 개인 맑은 하늘을 포기 하지 않았다

 

곁을 내어주고 난 그의 빈 몸에

비 개인 맑은 하늘처럼 채워지는 코뮤니즘의 길

 

남궁원 동지의 몸은 이미 저승으로 저물었으나

그가 남긴 웃음은

혁명정당 강령의 첫 번째 문장 같았다

프롤레타리아트의 곁이 되고 그 웃음에 베어드는 일,

낮은 곳에서 솟구치는 외침은 죄다 그의 문장이었다

조용조용 들어주는 그의 문장문장들

토닥토닥 토닥여 주는 그의 문장문장들을 거치면

 

아물지 않는 것이 없고

견디지 못할 것이 없고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

 

이름 없이 계급투쟁을 살고

이름 없이 혁명을 살고

이름 없이 사멸하는 국가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코뮤니스트의 운명,

가장 빛나는 전망이다

가장 빛나는 전망

남궁원 동지여!

더 할 수 없는 명예여!

 

 

詩 ┃ 조성웅

코뮤니스트」 5, 2017

 

 

 

 

 

미루나무

 

 

미루나무는

비바람에 쓰러진 게 아니었다

가슴이 저미도록 사무친 것이 있다

 

어떤 통곡이 있다

어떤 기억이 있다

달그림자 드리워진 올가미가 있다

 

울며 울며 땅을 치더라는

울지도 못하고 하늘을 보더라는

목 놓아 부여잡던 손톱자국이 있다

 

검은 구멍 속으로

깊숙이 햇볕이 든다

시구통으로 질질 끌려나오는 사람이 있다

미루나무 혼자서 붉은 담벼락 언덕을 본다

 

피맺힌 것이 있다

잊혀진 것이 있다

무덤의 유골로도 남아 있지 않은 것

사라진 뼈에 사무친 것이 있다

 

외로운 목숨이 질 때

미루나무가 쓰러질 때

인간의 땅에 태어나 푸르른 미루나무가 있다

인간의 핏줄을 타고 흐르는 마지막 숨결이 있다

 

 

詩 ┃ 임성용

코뮤니스트」 7, 2018

 

 

 

 

 

동태

 

 

 

동태는 강자였다 콘크리트 바닥에 메다꽂아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동태를 다루려면 도끼 같은 칼이어야만 했다

아름드리나무 밑둥을 통째로 자른 도마여야 했다

실패하면 손가락 하나정도는 각오해야 했다

얼음 배긴 것들은 힘이 세다

물렁물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한때 명태였을지라도,

몰려다니지 않으면 살지 못하던 겁쟁이였더래도

뜬 눈 감지 못하는 동태가 된 지금은

다르다

길바닥에 놓여진 어머니의 삶을

단속반원이 걷어차는 순간

그 놈 머리통을 시원하게 후려갈긴 건

단연 동태였다.

 

 

詩 ┃ 박상화

코뮤니스트」 9, 2019

 

 

 

 

 

마트 계산대에서

 

 

무겁고 긴 발을 끌고 들어와

시간의 목을 쥐고 걷듯이 가게를 한 바퀴 돌고

마침내 천 원짜리 아이스티를 한개 갖다 놓고

꼭 다문 지갑을 열어

보풀이 인 고지서들을 주섬주섬 꺼내놓다가

지갑의 바닥엔 바닥뿐임을 확인하고는

다시 주워 담는 동안

여기저기 삐져나온 살들 숨쉬며

오래 묵은 번뇌를 흘리고

퉁퉁한 큰 손이 작은 호주머니를 몇 번 파더니

우물 밑처럼 깊은 곳에서 건져 올린 건

먼지단추돌멩이그리고 수많은 주름을 가진

지전 한 장!

 

다시 먼지들을 주머니 깊이 묻어두고

두 손을 받쳐 아이스티를 가슴에 품고

느릿느릿 무겁고 긴 발을 끌고 환한 세상으로

나가시는 기나 긴 그림자

 

 

詩 ┃ 박상화

코뮤니스트」 9, 2019

  

 

 

 

 

슬픈 대문짝

 

 

대문짝에 폐업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 붙인 가게

그의 슬픔도 대문짝만했을 것이다

절을 한번 할 때마다 시를 한편씩 쓰는 마음으로

백팔 배를 하고,

천팔십 배를 하고,

삼천 배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았을 것이다

참새처럼 종종 뛰며

똥 싸고 해탈할 시간도 없이

뱃속이 사리로 가득 찰 때까지

친구도 끊고

술도 끊고

죽기 살기로 매달렸을 것이다

희망과 놀람을 거쳐 오기와 끈기,

다음은 겸허와 근면이었으나,

허무에 와서 무릎이 꺾인 그는

열망이 그를 다치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

폐업을 써 붙이면서

누군가 다시 이 문을 열고

똥 싸고 해탈할 시간도 없이 살지 않기를

잠시 기도했지만

절 한 번에 시를 한편씩 쓰는 마음으로

매일 삼천 배를 하는 정성 가지고는

이 문짝 안에서 성공할 수 없으리라고

대문짝은

폐업을 덧바르면서

자꾸 얼굴이 두꺼워져 갔다.

 

 

詩 ┃ 박상화

코뮤니스트」 9, 2019

 

 

 

 

 

새벽 여명은

 

 

이 소박한 권리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은

빨간 날 새벽 여명 속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정규직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새벽 출정처럼 한 무리였으나

새벽 여명은

그들이 서로 다른 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란 걸

하청의 재하청인 사내들이 뼈마디 성한 곳 없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걸

물량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짜증내고 윽박지르고 화내고 있다는 걸

명령에 익숙하고 명령이 당연하며 명령에서 벗어 날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걸

매일 매일이 위험한 작업다행히 죽지 않았음으로 용접사가 되고 배관사가 되었다는 걸

좀처럼 친절할 수 없었다는 걸

살피지 않는다

새벽 여명은

더 이상 붉지 않았다

 

 

詩 ┃ 조성웅

코뮤니스트」 10, 2019

 

 

 

 

 

개량주의자들에 대한 첫 번째 포고

-2012년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부쳐

 

 

 

더 이상 날 동지라 부르지 마라

민주노총 소속 같은 조합원이라고 하더라도

투쟁 현장에서 몇 번 구호를 함께 외쳤다고 하더라도

나는 너와 뜻을 함께하는 동지가 아니다

 

1998민주노총 합법화를 위해

정리해고제변형근로제파견법을 합의해 준 너는

 

2004국회의원 선거 한다고 날 찾아 와

박일수 열사 투쟁을 접으라고 한 너는

민주노총 깨려고 아예 작정한 거냐

박일수 열사 투쟁을 접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날 협박했던 너는

 

2005비정규직 악법 폐기를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을 기꺼이 폐기한 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항의를 양아치라 조롱하며

사회적 합의주의로 게걸음질 친 너는

 

2005년 류기혁 열사를 열사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던 너는

열사투쟁을 조직하라는 항의를 종파주의자들의 분열책동이라고 매도했던 너는

 

2007민주노조 깃발을 위로금 몇 푼으로 맞바꿔치기 한 합의서에 직권조인 한 너는

하청노동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움켜쥐고

사람 목숨을 매매했던

대공장 정규직노동조합 간부였던 너는

노동자는 하나다란 슬로건(11노조 방침)을 외치며

기아비정규직노조 공장점거파업을 파괴했던 너는

2010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는 지금 당장 불가능하니

현안문제부터 풀자며 CTS점거파업 해제를 중재했던 너는

CTS점거파업 해제를 위해 금속노조 총파업을 유예시킨 너는

배고픔과 추위에 떠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김밥 가지고 장난친 너는

 

2012년 11월 11자본가들을 만나고 악수하고 반갑게 협력하는 것이

확고한 정치적 신념인 너는

2012년 11월 11밥 처먹고 허구한 날 교섭하고 중재하고 타협하고

굴종을 강요하는 것이 하는 일의 전부인 너는

2012년 11월 11고작 부르주아 야당이 돼 보겠다고

저요 … 저요 부르주아 선거제도에 목매달고 있는 너는

 

노동자계급이 아니다

자본가계급이 노동운동 내부로 파견한 자들,

자본가계급의 마름이다

내게 다가와 반갑게 웃으며 악수하려 하지 마라

난 너의 적이다

 

난 나의 권리를 대의하겠다고 나선 자들을 믿지 않는다

난 너와 바리케이드를 앞에 두고 마주 설 것이다

 

 

詩 ┃ 조성웅

코뮤니스트」 10, 2019

 

 

 

 

 

백만 촛불 마이너

- 2017노동악법 철폐노동3권 쟁취광화문 고공삭발단식농성을 기억하며

 

 

사람만이 결정적인 봄이다라고 안간힘으로 외쳐보지만 사람 추린다는 소리에 휴무도 없이 출근한 공장 담벼락 안엔 어떤 꽃소식도 없었다 툭하면 영구퇴출’ 입에 달고 사는 하청업체 안전팀장 새끼 아가리를 박살내지도 못했다

 

하청업체 안전팀장 새끼도 촛불을 들었고 박근혜 탄핵을 고대했지만 그는 여전히 내게 명령을 하고 나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는 하청의 재하청인 내게 촛불은 봉기로 다가오지 않았다 어떤 것도 계획할 수 없는 하청의 재하청인 내게 촛불은 혁명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하청의 재하청인 내 삶은 하루하루가 폭력적이었다 자본주의가 요약되어 있었다

나는 외친다

차별은 폭력이다

위계는 폭력이다

억압은 폭력이다

명령은 폭력이다

조합주의는 폭력이다

가부장제는 폭력이다

민족주의는 폭력이다

개량주의는 폭력이다

관료주의는 폭력이다

군대는 폭력이다

의회제는 폭력이다

 

촛불은 흐르고 흘러서 흐름 자체가 되는 것머물러 무대만을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난 촛불의 흐름이 느려지기 시작하는 것이 위험해 보였다 촛불이 멈춘 곳화려한 조명의 대형스크린과 크레인으로 들어 올린 대형스피커로 꾸며진 무대가 내 눈엔 마치 명박산성 같았다 무대 앞에서 내 관심사였던 그대 표정을 결정적으로 잃어 버렸고 유독 주목하고 싶었던 그대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난 목소리를 잃고 그대를 데울 국도 밥도 나오지 않는 무대를 오래도록 바라봐야 했다 고착 당했다

 

물론 촛불은 하나의 구호가 아니고 여럿의 삶이었다 노빠도문빠도어용도노사협조주의자도조합주의자도민족주의자도김일성주의자도가부장주의자도개량주의자도관료주의자도중도주의자도여성주의자도생태주의자도자율주의자도코뮤니스트도 함께 참여하고 함께 행진했다 촛불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계급투쟁의 소용돌이었다 이질적이고 심지어 적대적인 정치적 경향들이 함께 지배질서를 잠시 정지시키는 압도적인 다수의 힘을 이뤄냈지만 국가 앞에서 갑자기 온순해졌다 국가에 대한 분노가 이토록 순종적 일 수도 있다니내겐 참 기형적으로 보였다

 

촛불의 흐름이 무대 앞에서 멈춰 섰을 때 나는 어떤 계획도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 하청의 재하청인 사내로 죽도록 일만 하다 죽어갈 것이다 촛불의 흐름이 무대 앞에서 멈춰 섰을 때 노사협조주의자는 죽어라고 자본가계급에게 협력만을 할 것이고 조합주의자는 지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계급을 배반할 것이다 촛불의 흐름이 무대 앞에서 멈춰 섰을 때 성폭력 가해자들은 반성하지 않을 것이고 개량주의자들은 오늘도 투쟁 현장에 나타나서 선거가 다가오니 투쟁을 접자고 압력을 넣고 민주노총 깰 거냐고 협박하면서 계급화해의 정책들을 생산해낼 것이다 촛불의 흐름이 무대 앞에서 멈춰 섰을 때 민족주의자들은 계급투쟁을 파괴하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사냥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관료주의자들은 모든 비판을 진압하며 자신의 명령을 완성할 것이다 또한 촛불이 무대 앞에서 멈춰 섰을 때 나와 그대는 표정을 잃고 목소리도 잃게 될 것이며 나를 대신 해 내 운명을 결정하는 자들의 목소리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이다

 

거리로 내쫒긴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촛불이 됐고 가장 먼저 박근혜 퇴진투쟁을 외쳤지만 백만 촛불 내내 발언권조차 얻지 못했다 촛불그 한 뼘의 빛조차 서러웠지만 죽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조직했던 투명한 맨몸들은 자립적이었다 촛불은 민주주의를 위해 한사코 계급투쟁을 배제하려 했지만 자립적인 몸짓들은 선거를 넘어 (계급투쟁으로” 나아갔다 투명한 맨몸의 사람들은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무대를 우선적으로 폐지했다 밀착되어 서로를 느끼고 그 몸의 언어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을 비우면서 그 곳에 배제하지 않는 힘평평하고 너른 마당을 키워내기 시작했다 스스로 결정하고 직접행동으로 비상했다 의회 없이도 운영되는 노동자민주주의였다 부재함으로 증명되는 삶은 끝났다 나와 그대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지는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방법이 내가 생각하는 정치였다 모든 폭력에 맞선 가장 뛰어난 무장이었다

 

 

詩 ┃ 조성웅

코뮤니스트」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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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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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뮤니스트」 12, 2020

 

 

 

 

 

 

비극을 위하여

 

 

그는 나무라고 생각하며 서 있다

그는 가스라고 생각하며 숨 쉰다

그는 박스라고 생각하며 잘린다

그는 기어라고 생각하며 끼인다

그는 포장지라고 생각하며 불탄다

그는 모터라고 생각하며 돌아간다

그는 망치라고 생각하며 떨어진다

 

그는 남편이고 그녀는 아내다

그는 아들이고 그녀는 딸이다

그는 아버지고 그녀는 어머니다

그는 죽고 그가 아니면 동료들이 죽는다

 

이런저런 말을 하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것저것 요구하고 기다릴 필요가 없다

 

피 묻은 손이 피 묻은 기계를 붙잡는다

목숨은 멈출 수 있어도 공장은 멈출 수 없다

매일 반복되는 비극은 증거를 지우지 않는다

 

살아있는 눈에 마지막 노동의 흔적이 그어진다

나도 언젠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날이 있으리라

 

 

詩 ┃ 임성용

코뮤니스트」 12, 2020

 

 

 

 

 

비정규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잠잘 때 조금만 움직이면

아버지 살에 닿았다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아버지가 출근하니 물으시면

늘 오늘도 늦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골목을 쏘다니는 내내

뒤를 돌아봤다

 

아버지는 가양동 현장에서 일하셨다

오함마로 벽을 부수는 일 따위를 하셨다

세상에는 벽이 많았고

아버지는 쉴 틈이 없었다

 

아버지께서 당신의 귀가 시간을 여쭤본 이유는

날이 추워진 탓이었다 골목은

언젠가 막다른 길로 이어졌고

나는 아버지보다 늦어야 했으니까

아버지는 내가 얼마나 버는지 궁금해하셨다

 

배를 곯다 집에 들어가면

현관문을 보며 밥을 먹었다

어쩐 일이니 라고 물으시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외근이라고 말씀드리면 믿으실까

거짓말은 아니니까 나는 체하지 않도록

누런 밥알을 씻었다

 

그리고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었다

 

 

詩 ┃ 최지인

코뮤니스트」 12, 2020

 

 

 

 

 

나에게 돈은 목숨이다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시

 

 

컨베이어벨트 위 석탄으로 실려 가 본 적 있는가

 

분진을 나르며 굉음을 내는 컨베이어벨트는 죽음을 운반하지 낙탄이 됐다가 삽이 됐다가 나는 찰리채플린처럼 시커매져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지

 

가까이 왔다가 멀어지는 별처럼 아득해지는 눈

 

스물네 살의 눈빛은 영롱하지 아니 참혹하지 누가 날 멈추지 않는 기계 속으로 떠밀었나 나에게 감성팔이를 하지 말라 하청과 비정규직이란 말은 나도 안다

 

열심히 일한 것이 죄인가

 

부릅뜬 눈으로 벨트와 함께 돌다가 속도에 휘말려보라 숨통을 틀어막다가 숨이 헐떡거리다가 먼지의 뽀얀 사막 속에서 길을 잃어 보았는가

 

컵라면 하나가 나의 유일한 위안거리다

 

나의 일터는 목숨을 거는 전쟁터다 엄마가 말했지 용균아 오늘도 무사히 일하고 와야 해 컨베이어벨트는 엄마 말을 집어 삼켰지

 

컨베이어벨트는 키득키득 지금도 누군가의 목숨을 돌리고 있을 것이다

 

 

 

詩 ┃ 봉윤숙

코뮤니스트」 12, 2020

 

 

 

 

 

30

 

 

 

30년 전에 야간고 실습생 영국이는 나사를 깎았다.

아침까지 일을 해야 되는 건 영국이뿐이었다.

영국이는 태핑기에 장갑이 끼였다.

손가락이 잘린 채 그대로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다.

 

30년 후에 특성화고 민호는 기계에 끼여 죽었다.

민호와 영국이는 혼자 작업을 했다.

30년이 가고 다시 30년이 와도 영국이는 엎드려 있다.

30년 후에 민호가 죽어서 엄마의 통곡 앞에 누워 있다.

 

 

 

 

詩 ┃ 임성용

코뮤니스트」 13, 2021

 

 

 

 

 

백종원 김밥

 

 

 

 

편의점 김밥을 고르는데 백종원김밥이 눈에 띄었다.

조리 모자에 위생복을 입고 내 김밥 드시라고 엄지척한다.

 

음식장사로 성공한 백종원은 유명 요리사다.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골목 식당 주인들에게 호통을 친다.

이래 가지고 장사가 되겠어?

나는 그 말이 이래 가지고 나처럼 성공하겠어,라는 말로 들렸다.

 

새벽치킨집 오토바이 한 대가 교차로에 들어섰다,

직진 신호가 바뀌면서 승용차 한 대가 달려왔다.

오토바이를 탄 청년이 날아올랐다.

통닭이 죽고 오토바이가 죽었다.

 

누구도 백종원이 될 수 없다.

 

 

 

詩 ┃ 임성용

코뮤니스트」 13, 2021

 

 

 

 

 

저녁이 있는 삶

 

 

얼마 전에 과로로 사망한 서른두 살의 택배 노동자는 하루에 14시간을 일하면서 1만 건의 배달 물품을 처리했다고 한다일요일만 쉰다 치고, 25일이면 1일 400건이다. 1시간에 28.5건이다그러니까 2분에 1개씩은 배달해야 되는 중노동이었다두 아이의 가장인 그는 그렇게 일하다 쓰러졌다다시는 일어나 눈을 뜨지 못했다.

 

 

詩 ┃ 임성용

코뮤니스트」 13, 2021

 

 

 

 

 

나의 노동으로

 

 

1899런던에선 자동차 두 대가 등장했다고 한다.

그 자동차는 쌍두마차만큼이나 훌륭하게 영국 여왕의 편지를 배달했다.

그로부터 120년이 지났다.

 

나의 노동으로 나무가 베어지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땅이 파헤쳐지고 있다.

아름다운 나무의 꽃과 순결한 땅의 벌레들이

나의 노동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숲이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나의 노동으로 강물은 막혀 댐이 완공되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쏟아져 나오고

나의 노동으로 수천만 대의 냉장고가 넘쳐난다.

나의 노동으로 총탄과 포탄이 만들어지고

나의 노동으로 탱크와 전폭기가 사람들을 살육하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나무와 석탄과 석유를

마지막 한 그루까지 마지막 한 삽까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없애고 있다.

나의 노동은 고향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

노동과 생산은 너무 위험해졌다는 말이다.

노동의 권리는 발전의 가치와 다르다는 말이다.

나는 노동력을 판매하면서 노동을 소진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윤에 지배당한 생산은 파괴적 종말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쌍두마차가 지나가고 자동차가 지나가고

영국 여왕이 보낸 편지는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다시 120년 후에 나의 노동은 무엇으로 남아 찬란한 고통이 될까.

 

 

詩 ┃ 임성용

코뮤니스트」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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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13호] 詩 : 나의 노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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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동으로

 

 

1899런던에선 자동차 두 대가 등장했다고 한다.

그 자동차는 쌍두마차만큼이나 훌륭하게 영국 여왕의 편지를 배달했다.

그로부터 120년이 지났다.

 

나의 노동으로 나무가 베어지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땅이 파헤쳐지고 있다.

아름다운 나무의 꽃과 순결한 땅의 벌레들이

나의 노동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숲이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나의 노동으로 강물은 막혀 댐이 완공되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쏟아져 나오고

나의 노동으로 수천만 대의 냉장고가 넘쳐난다.

나의 노동으로 총탄과 포탄이 만들어지고

나의 노동으로 탱크와 전폭기가 사람들을 살육하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나무와 석탄과 석유를

마지막 한 그루까지 마지막 한 삽까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없애고 있다.

나의 노동은 고향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

노동과 생산은 너무 위험해졌다는 말이다.

노동의 권리는 발전의 가치와 다르다는 말이다.

나는 노동력을 판매하면서 노동을 소진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윤에 지배당한 생산은 파괴적 종말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쌍두마차가 지나가고 자동차가 지나가고

영국 여왕이 보낸 편지는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다시 120년 후에 나의 노동은 무엇으로 남아 찬란한 고통이 될까.

 

詩 | 임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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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13호] 모든 부르주아 정치 세력의 부동산정책은 가격상승 대책

모든 부르주아 정치 세력의 부동산정책은 가격상승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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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문재인 정부부르주아 정당들의 부동산정책의 계급적 본질

 

2020년 이전까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지난 코뮤니스트」 12호에 언급했듯이 일관되게 자본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책이었다한마디로 집값 억제가 아니라 집값 폭락을 막는 것이 핵심이었다말로는 집값 상승 억제를 주장했지만, 20여 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은 주거 안정을 원하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끝없이 수직 상승시켰다그 이후에도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었고수도권도 100%에 가까운 상황인데도 아파트 공급 확대를 계속 추진했다아파트 공급 확대가 자본에 개발 이익을 보장하는 길만 열어주고 집값 억제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은 이미 지나간 수많은 사례에서 드러났다더 정확하게는 말로는 집값 억제를 떠들 뿐 노골적으로 자본의 개발 이익을 보장하였다. 2017년 시행된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취득세양도소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감면 등 온갖 세제 혜택과 더불어 임대사업자에게 집값의 8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한 것이 대표적 보기이다그리고 4재보궐 선거 직전 터져 나온 LH 직원들의 개발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및 공기업중앙/지자체 부동산 관련 업무 공무원들의 투기 의혹과 정부 자체 조사과정은 부동산 시장에서 문재인 정부와 국가기관이 짜고 치는 거대한 노름판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게다가 부동산가격 폭락 방지책에는 국가와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부르주아 정당들 역시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아파트 공급에 대한 표면적 방법은 다르게 보이지만 본질은 똑같다부르주아 정당들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서로 간 약속이나 한 듯 규제 완화와 아파트 공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다여기에는 자본의 개발 이익은 보장되어도 집 없는 노동자의 내 집 마련은 끼어들 틈조차 없다또한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과정에서 투자 정보는 덤으로 관료와 정치가자본의 주머니로 들어간다그래서 부르주아 정당들의 집값 억제대책은 노동자에 대한 기만이고 사기이다물론 다른 정책과 국책사업도 마찬가지지만집값 폭락 방지에서도 이른바 진보 대 보수의 구분은 전혀 의미가 없다부동산 가격 폭락 방지라는 일치된 이해관계뿐이다부르주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지배계급의 정당과 정책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과 노동자의 분노를 의식한 듯 최근 LH 사태에 대한 여러 가지 재발 방지대책과 주택공급 확대를 거론하고 있지만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토지를 비롯한 생산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하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는 주택공급으로는 주거 안정의 토대를 마련할 수 없다주거 문제는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본이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토지와 건물주택을 사적으로 소유하고 매매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그렇기에 아무리 주택을 많이 공급해도 무주택자가 아닌 자본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주거 안정화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철폐와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통해 가능하다

 

부르주아 정부와 정당들의 집값 안정 대책은 자본주의적 소유관계를 전제로 하고 그 바탕 위에 있다이것은 토지와 주택에 대한 사적소유와 매매 및 임대를 통해 소유주가 이득을 취하는 것은 물론 부동산 가공을 통해 증가한 부가가치까지도 보장한다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을 올리고 공급을 확대해도 더 비싼 집값의 형태로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노동자의 삶에 전가될 뿐이다그렇다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토지 국유화가 부동산 문제의 근본 대책일까자본주의 생산관계는 그대로 둔 채 일부 생산수단만을 국유화하는 것은 코뮤니즘의 사회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자본의 총체로서 국가의 역할을 간과하는 주장이다.

 

'국유화'와 '사회화관련해서 사회주의자/코뮤니스트는 맑스엥겔스뿐 아니라 이후의 논쟁과 이론도 검토해야 한다칼 코르쉬1)는 모든 사회화가 국유화의 형태로 완성되지 않으며단순한 국유화로는 사회주의적 사회화로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일시에 또는 단계적으로 완성된 사회적 생산과정으로부터의 사적소유의 완전한 철폐 없이는 생산수단의 사회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이에 반해 베른슈타인은 사회정책으로 현존 자본주의 사회의 사회화를 점진적이고 합법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래 소개하는 코르쉬의 이론은 매우 논쟁적이고전체 내용(소련의 경험과 규정 차이 포함)을 동의하지는 않지만국유화사회화주택도시 문제에 대한 코뮤니스트 전망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제코뮤니스트그룹(G.I.C.), 보르디가 등의 글과 함께 반드시 토론되어야 한다.

 

코뮤니즘에서 요구되는 사회화는 자본주의적 사적 경제를 사회주의적 공동체 경제로 대체하려는 목적을 가진 생산의 새로운 규칙을 의미한다사회화의 첫 번째 단계는 생산수단의 사회화와 이로 인하여 실현되는 노동의 해방이며두 번째 단계는 노동의 사회화이다코르쉬는 생산을 모든 기술적 생산과 연결된 인간들 사이의 사회적 생산관계로 파악한다사회화의 새로운 규칙의 대상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로서의 생산이다따라서 생산수단의 사회화는 자본주의적 경제 질서를 지배하는 자본과 노동의 적대성과 이러한 적대성에서 유래하는 사회적 계급구분계급지배 그리고 계급투쟁을 제거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사회주의적 공동소유는 국가 소유와 절대 같지 않기 때문이다우리에게는 국유화는 사회화의 하나의 형태에 불과하며사회화의 모든 형태는 단지 결과적으로 우리가 산업 자치라고 묘사하였던 사회적 생산관계의 규칙에 도달했을 때만우리에 의하여 진정한 사회주의적 사회화로 인정된다모든 집중화된 국유화에 반대하여 일반적으로 제기되는 이의는 산업 자치의 형태에서의 사회화에 대하여는 근거가 없다산업 자치 형태에서의 사회화는 관료적인 획일화와 경직화는 있을 수 없고개인적 활력은 절멸되지 않고오히려 더 성장할 것이다왜냐하면개인적 활력은 자본주의적 사적 경제에서는 수행될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았지만생산참여자 집단에서 자치로 인하여 그러한 개인적 활력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대되기 때문이다그리고 비경제성의 위험은 기껏해야 생산으로부터 사적 소유자를 배제한 결과 사적 이익이 가능한 최고의 경제적 생산을 위하여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것을 멈추는 것에서 발생한다.”2)

 

코르쉬의 주장처럼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철폐 없이는 생산수단의 사회화는 불가능하다마찬가지로 자본주의에서의 주택과 토지문제는 '사회주의적 주거권'과 연계하여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주택과 토지의 공적인 성격과 이윤이 아닌 인간의 필요를 위한 생산 체제인 사회화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노동자통제 없는 사회주의가 있을 수 없지만사회주의 없는 진정한 노동자통제도 있을 수 없다자본주의에서 노동자통제의 점진적인 증가가 실제로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동경영참여또는 공동결정 같은 말로 치장한 거짓 사회개혁으로 자신들의 절대적인 계급지배를 숨기려는 지배계급의 악선전에 놀아나는 짓일 뿐이다노동자통제는 계급 협조를 배제한다그것은 자본 생산 체계에 참여할 수 없고 대신에 그것을 폐지한다.” (폴 매틱노동자통제, 1967)

 

또한, (노동자통제와 마찬가지로공적인 영역의 통제와 사회화의 주체로서 프롤레타리아트 권력(평의회)과 국가의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자본의 총체로서 국가가 주체가 되는 국유화는 사회주의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이것은 자본주의에서 토지 국유화를 통한 주거 안정은 불가능하며노동자인민의 주거 안정은 오직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철폐하고 평의회를 통해 생산수단을 사회화한 코뮤니즘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본주의 소유관계 폐지 없는 토지 국유화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사적소유의 폐지를 통한 생산수단의 사회화만이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코뮤니스트 혁명과 평의회를 통한 사회화만이 주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모두에게 거주 장소를 선택할 권리와 주택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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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20년대와 1930년대 걸쳐 코뮤니스트 좌파로 활동하면서 코르쉬가 굳게 믿었던 맑스주의 혁명이론은 프롤레타리아 실천과 의식이었다… 코르쉬에게 맑스주의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식 안에서 직접 정립되며부르주아 사회 제도생활양식과 완전한 단절을 이루는 프롤레타리아 이데올로기 투쟁을 강조한다. (남궁원, “혁명적 코뮌칼 코르쉬”, 코뮤니스트2, 2013)

 

 

2. 칼 코르쉬 사회화란 무엇인가?

 

 

2021년 4

국제코뮤니스트전망 ┃ 윤태상

 

 

 

<관련 글> 

 

부르주아 정부의 부동산정책 허구

http://communistleft.jinbo.net/xe/index.php?mid=cl_bd_04&document_srl=339048

 

코뮤니즘 세상에서... 도시와 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http://communistleft.jinbo.net/xe/index.php?mid=cl_bd_04&document_srl=34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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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13호] 자본주의에 맞서는 백신은 없다

자본주의에 맞서는 백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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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의 뉴스가 우리에게 인간 활동의 결과가 국경에 국한되지 않는 국제화된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빠른 변이 바이러스를 가진 코로나 대유행이든, (주로 지난 200년 동안지구상의 생명을 위협해 온 지구 온난화와 더 넓은 생태학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마지막 시도이든 우리는 모두 그 치료법이 세계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다루기 힘든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생활양식 선택에 국한될 수 없다마치 대부분의 사람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중요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우리는 좋든 싫든 간에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이 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화폐 경제와 그것의 존재 이유즉 이윤 창출로 형성되는 자본주의 세계에 살고 있다신용카드파운드달러동전심지어 비트코인까지 우리는 돈 없이는 살 수 없다우리는 휴가와 오락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의복주거비와 같은 생계비를 지불해야 한다연금 수령자는 제쳐두고그것은 적어도 모든 가정이나 가족의 누군가가 임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공적 원조(‘세계국가에 살고 있다면)와 같은 불충분한 정부 유인물이나 훨씬 더 나쁜 것으로 관리하려고 애쓰며국제노동기구(ILO)가 비공식경제라고 부르는 수단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비공식 경제'에 있는 사람들은 통계수치에 넣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 57억의 노동 연령 인구 중 22억은 세계 노동력의 일부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ILO는 그들의 "생계 활동"의 성격을 확장하지 않는다이로 인해 공식적으로 세계 전체 임금노동자는 약 35억 명이다코로나 감염병 이전에 그들 중 약 5%는 공식적으로 실업자였다그 숫자는 약 1억 7천 5백만 명이다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유급노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한편 지난해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가능한 국가의 3분의 2에서 평균 임금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나라가 UN 조사원들을 환영한 것은 아니다!) 브라질캐나다프랑스이탈리아미국을 포함한 나머지 3개 국가에서 평균 임금의 증가는 급여 상승이 아니라 많은 수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노동시장을 떠난결과였다통계학에서 우리가 배우는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ILO 통계는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고 임금이 감소하고 있다는 더 큰 그림만을 확인해 줄 뿐이다생계를 꾸려나갈 벌이를 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소비재가 넘쳐나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누군가는 굶주리고 생활필수품도 없이 내버려지는 세상이다모든 것에는 일종의 자본주의 논리가 있다자본주의의 동력은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노동력과 원자재 비용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끊임없이 밀어붙이는 것이 자본주의 동력의 원천이다그러나 그것은 경제 위기와 자본주의 붕괴의 치명적인 경향의 원인이기도 하다차익 실현을 위한 추가적인 이윤 창출에 필요한 자본 지출이 점점 더 많은 회사가 '실물 경제'에 투자하는 대신에 그들의 최고 경영자들에게 엄청난 보너스를 지급하고증권 거래소에서 도박하고일상 사업을 벌이는 (좀비 회사동안기존의 부채를 재충당하기 위해 낮은 금리로 빌리는 것을 선호하게 되는 -또는 단순히 파산선언을 하고 가게 문을 닫게 되는시점이 온다반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려는 '노동 유연화주급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노동이 단조로운 오래된 노동주간의 남은 것을 계속해서 대체하고 있다이런 종류의 공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수십 년 동안 우리는 자본가들이 이윤 위기 비용을 노동자계급에 떠넘기면서 노동자들의 임금노동 및 생활조건국민 총생산의 '점유율감소에 대해서 끊임없이 공격해 온 것을 추적해 왔다.

 

코로나19의 두 배의 공격

 

그런 다음코로나바이러스가 연이어 나타난다경제 안팎은 리시 수낙(Rishi Sunak)의 해고 계획으로 인해 해고 노동자들에게 80%의 급여를 지급하고새로운 실업자에 대한 구직 수당 삭감 주장에 대한 관료적 걸림돌로 인해 보류되었다하지만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들에 대한 퇴거 명령의 중단처럼그러한 일은 계속해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어쨌든 이러한 조치들은 증가하는 노동자계급 가구의 소득 손실을 보상하기에 충분한 것은 아니다. BBC가 '정상'으로 내세우고 싶어 하는 편안한 중산층이 '가처분소득'을 더 많이 저축하고 있지만더 많은 사람이 ('필수'노동자가 아닌 경우생활필수품을 살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수입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일 년에 2만 파운드 미만의 수입을 올리거나 100파운드 미만의 저축을 한 코비드19에 걸린 사람들이 다른 누구보다도 3배나 고립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 사회적 조사가 필요하지는 않다특히 영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낮은 병가수당을 받고 있고주당 120파운드 미만의 거의 2백만 명에 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경우 병가가 제로이다현실을 직면하자이건 전면적인 계급전쟁이다가정에서 일하는 중산층이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골에서 더 큰 집을 사려고 하지만, '필수'노동자들은 현재 푸드뱅크를 보충하고 있는 급식소에 의존해야 한다.

 

공격은 이미 시작 되었다

 

백신 출시가 안도감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자본가들은 공격을 감행할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그들은 해고와 재고용에 관한 기술을 연마해 왔다그들의 목표는 불안정한 저임금만이 아니다실업률이 증가함에 따라 그들은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들이 한트럭 이상 줄지어 서 있다고 생각한다. TUC에 따르면, 10명 중 거의 1명은 더 나쁜 조건으로 구직활동을 하거나 해고를 당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노동자들이 반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그러나 그들은 노조의 경계를 넘어즉 사전 예고된 산발적인 '파업'의 날들을 잊고 자본가들의 공격을 분쇄하기 위한 저항을 조직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지속적인 투쟁과 그 안에서 노조의 역할특히 영국 가스영국 에어웨이즈 화물 노동자히드로의 노동자들에 대해서 웹사이트에 게재했다읽을 가치가 있다.)

 

다시 말해서코비드19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우리는 여전히 전과 같이 절망적이고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보고 있다어느 한구석에 푸른 하늘이 있는 척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국제 노동자계급이 공동의 이해관계를 인식하고 자유롭게 연합한 생산자들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자본주의를 전복하려는 여정에 착수하지 않는 한그 전망은 암울하다그러나 이 암울한 상황에서도 빛의 통로가 존재한다.

 

노동자들의 이전 승리와 패배의 모든 영역에서 배우기를 열망하고국제 노동자계급 투쟁을 이끌어 나갈 정치적 나침반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새로운 정치 단체들이 등장하고 있다코뮤니스트노동자조직(CWO)이 속해 있는 국제코뮤니스트경향(ICT)은 커지고 있다이탈리아의 코뮤니스트 투사(다른 것 중에서도 현재 노동력 지원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경쟁 기반 노조와 정치적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의 형태로 원래 정치적 원동력에서 미국과 캐나다의 ICT 단체들은 공동으로 온라인 정치 저널인 1919를 발행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동시에 지구상에서’ 계급투쟁에 가장 잘 기여하는 방법을 배우는 힘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몬트리올과 온타리오에서 홈리스 쉼터가 폐쇄된 캐나다의 열악한 주택과 퇴거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지주와 세입자 이사회는 지난 3개월 동안 13,000건 이상의 퇴거 청문회를 개최했다뉴욕 헌츠포인트 생산시장의 노동자들이 코비드19로 10명이 죽고 100명이 감염된 후 1달러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봉쇄기간 동안 소수의 관심 있는 동조자들로부터 호주에서 실행 가능한 정치 그룹 구축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이와 같은 도전은 자본주의의 부패한 시체 속에 생산자들의 세계 공동체를 위한 물질적 기반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새로운 세대에 의해 점점 더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다지금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이 혁명적인 투쟁을 하는 것이다.

 

2021년 3월 10

코뮤니스트노동자조직(CWO)

오로라(54)

 

 

 

<원문 출처>

http://www.leftcom.org/en/articles/2021-03-10/there-isn-t-a-vaccine-against-capit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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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13호] 미얀마 군부와 결탁한 한국기업과 미얀마 노동자 투쟁

미얀마 군부와 결탁한 한국기업과 미얀마 노동자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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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 국가가 황금의 땅이었던 한국 자본

 

미얀마에 대한 한국기업의 진출은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이미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와 전두환 정권은 1983년에 발생했던 북한의 아웅산 묘소 테러 사건 이후에 지속하여 경제협력 확대를 합의한 상황이었다. 1984년에 대우를 시작으로 의류 봉제업을 중심으로 진출한 한국기업1)들은 미얀마 군부와 밀접하게 유착될 수밖에 없었다왜냐하면미얀마 군부는 미얀마 사회를 수십 년간 통치하면서 미얀마 사회 전반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한국기업의 미얀마 진출을 위해서는 미얀마 군부와의 유대관계 형성은 필수적이었다

 

미얀마는 넓은 국토와 풍부한 지하자원많은 인구를 보유한 국가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일본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었다그러나 미얀마 군부의 폐쇄적인 고립정책과 독재정치특히 1988년에 있었던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이른바 선진국들의 미얀마 투자는 제한되어 있었다이 틈을 노리고 한국 자본들은 미얀마에 진출한 것이다한국 사회가 한국 자본의 해외투자에 있어서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은 당시 상황에서-현재도 마찬가지이다.- 독재국가에 대한 투자는 시장개척이란 이름으로 칭송받기까지 하였다.

 

이른바 민주개혁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노무현 정권 때 본격 추진된 미얀마 슈에가스 개발사업에는 대우인터내셔널뿐만 아니라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까지 지분에 참여하여 사업이 이뤄졌다국제민주연대를 비롯한 한국 시민사회가 독재정권인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가스개발사업의 인권침해 위험성을 계속 경고하였지만정부와 기업은 요지부동이었다오히려 대규모 가스개발사업의 성공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은 성공적으로 2010년에 포스코에 인수되었고 가스공사 역시 지속해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게 되었다.

 

미얀마 진출 한국기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의류 봉제업도 마찬가지였다중국과 필리핀인도네시아를 거쳐 미얀마로 향한 한국 의류 봉제 기업들은 낮은 임금과 함께 미얀마 군부에 의해 억압된 노동자의 권리를 착취할 수 있었다더욱이 2000년대 중반부터 미얀마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마저 형성되게 되었다. 2015년에 아웅산 수지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제사회의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마저 사라지면서 한국 자본의 미얀마 진출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였다.

 

군부독재와 협력한 대가

 

대우인터내셔널이 1984년부터 미얀마에 진출하면서 유착된 관계를 상징하는 사건이 바로 대우의 무기 수출 사건이다. 2006년에 검찰의 수사로 드러난 이 사건은 대우가 미얀마 군부에 포탄 제조기술과 설비를 몰래 수출하다가 적발된 사건이었다노다지로 불리는 가스개발 사업을 따내고 유지하기 위한 대가로 독재정권에 무기까지 팔아넘기는 회사라는 오명이 생겼다.

 

   그러나 대우가 포스코에 인수된 이후에도 이런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아웅산 수지 정권이 들어서고 미얀마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배신한 로힝야 학살이 2017년에 발생하였다미얀마 군부의 주도로 발생했지만주류인 버마족의 로힝야족에 대한 반감을 의식한 아웅산 수지 정권은 이에 침묵하거나 심지어 옹호하고 나서기까지 했다끔찍한 대량학살에 대해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가 한창이던 2018년에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군부의 요청으로 군함 판매 계약을 성사시켰다정부가 군함 판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민간상선인 것처럼 꼼수를 부려가며 기어이 군함을 팔아넘겼다.2)

 

   포스코 역시 1997년에 미얀마 군부가 자금확보를 위해 설립한 기업인 MEHL과 합작으로 아연도금강판 회사를 설립하였다포스코는 미얀마 현지 생산법인이 별다른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미얀마 군부독재 시절부터 미얀마 군사정부의 큰 수입원이자 군사정부의 든든한 파트너인 중국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는 가스개발사업을 수행한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포스코 입장에서는 군부와 결탁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이다심지어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은 미얀마 군부가 소유한 토지를 임대해 벌이고 있는 롯데호텔 사업의 지분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대우 시절부터 다져온 군부와의 끈끈한 관계로 미얀마에서 벌이고 있는 여러 사업이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에 주목받게 되자 포스코는 당황하고 있다포스코는 MEHL과 합작사업인 포스코 강판의 생산법인에 대해서는 국내외의 비판을 의식하여 4월 16일 자로 MEHL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합작 관계를 종료하겠다고 발표하였다그러나 그동안 포스코가 군부에 직접 자금을 전달한 것은 아니라는 변명군함이 아니라 민간상선이었다는 변명그리고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한 시민사회의 주장이 한국 기업과 교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협박까지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 결부된 사업들에 대해 추가조치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고포스코 강판의 지분인수를 하는 선에서 비판을 잠재우려 할 것으로 보인다.

 

   독재국가에서 한국기업의 활동을 제재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에 미얀마 시민들의 투쟁에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다른 국가와 비교해보아도 이례적일 정도의 이 강도 높은 지지 속에서도 한국기업의 미얀마 군부와의 결탁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낮다이것은 한국 사회가 한국기업의 해외투자 문제특히 도덕적으로 한국기업이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한국기업이 인권침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과거 보다 포스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고정부와 기업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렇지만 포스코에 많은 이익을 안겨주고 있는 가스전 사업을 철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설사 철수한다고 해도 포스코와 가스공사의 지분은 고스란히 중국과 미얀마가 인수해 갈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투쟁의 선봉에는 의류 봉제업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이 여성 노동자들은 한국과 중국의 의류 봉제 업체에서 일하면서 갖은 탄압 속에서도 노조를 결성하고 파업을 결행하고 경찰과 용역의 폭력 속에서도 노조를 사수해왔다그렇게 단련된 노동운동은 군부와의 싸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고 군부는 노조 지도부를 겨냥한 체포를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적어도 독재국가에서 독재정권에 이익을 제공하면서 기업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지금한국기업들의 독재정권과의 유착을 끊을 수 있는 제도의 도입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특히 노동자와 민중을 살상하고 억압하는 무기와 시위진압 용품에 대한 수출만이라도 금지할 수 있는 법은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아울러해외에서의 기업 활동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되어야 한다기업 이익을 자신의 이익으로 간주하던 한국 사회에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은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한국 사회는 한국기업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국제민주연대 ┃ 나현필 사무국장3)

 

 

 

<주>

 

1. 이와 관련된 내용은 참세상」 기사에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전두환에서 미얀마 군부까지독재와 손잡은 기업들” 2021.4.2.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5856

 

2. 포스코 군함 수출과 관련해서는 MBC가 계속 단독 보도하고 있다주목할 점은 다른 언론사들은 이 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군함 수출이 문재인 정부에서 허가되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도 이 건에 대해선 침묵하는 상황이며보수 야당 역시도 한국기업과 관련된 문제에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https://imnews.imbc.com/news/2021/econo/article/6151064_34887.html

 

3.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이하 국제민주연대)는 2000년에 설립된 인권단체로 주로 해외 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감시활동을 수행해왔다www.khis.or.kr 나현필 사무국장은 2006년부터 국제민주연대에서 상근활동을 시작하였고미얀마에 3차례(2006.2013.2016) 한국기업 인권침해 현지 조사를 수행한 바 있다.

 

 

 

<편집자 주이 글은 본지의 요청으로 싣게 된 소중한 기고 글로 국제코뮤니스전망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 글>

미얀마 항쟁
http://communistleft.jinbo.net/xe/index.php?mid=cl_bd_04&document_srl=339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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