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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그리고...단 한사람

1.어제밤 사고 

 

어제밤, 사고덕분에 농성장도 결석하고 하루종일 집에 머물렀다.

머리도 띵하고, 온 몸 구석구석이 아리고,

물먹은 솜마냥 무겁다.

앉아있어도 서 있어도 힘들어 누우면

자꾸만 잠속에 갇혀 비몽사몽이 된다.

응급실의 응급의 분위기에

정신이 더 혼미해지는 듯하여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는데,

생각할수록 끔직하네.

 

그 순간, '퍽'하는 소리와 뼈속까지 울리는 충격...

주섬주섬 정신을 수습하려 해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지경..

더 끔직하게 느껴진 건, 종이짝처럼 찌그러진 내 차.

뒤 트렁크가 깊숙이 들어가고

타이어가 내려앉고..문짝이 열리지 않는...

뒤에 탄 아이는 놀람의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그 엄마는 아이를 꼭 안고...

 

가만히 서있다가 뒷통수를 맞았다.

못봤다고, 미안하다고...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는 가해차량 운전자.

100% 그쪽 과실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그가 보험사에 맞기기만 하지 않고

병원까지 와서 미안하다고

순한 목소리로 죄스럽다는 표정으로 연신 사과를 하니,

오히려, 사고 당한 쪽이 더 미안해지려 한다.

그에게도, 없었으면 좋을, 기분 좋지 않는 사고임이 틀림없었을 테니...

 

인생 살아가면서 없었으면 좋을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고를 지나치다 싶은 만큼 싫어하고

상황을 이기지 못해왔다.

 

그런데, 의외로 내가 이기고 있다.

그냥, 사고라고...사고는 날 수 있는 거라고...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지.만...아무리 그리해도,

내게 이 사고는 또다른 트라우마가 될 것이다.

불안증 하나가 또 생기게 될 것이다.

보험에서 이런 것도 보상해줄 수 있을까?

없다. 절대로.

오로지, 피해받은 자의 자기 몫이 있는 거다.

에고~

우찌, 이리 자꾸 몸이 다치누?

여태 마음은 많이 다치면서 살아왔어도

몸 다치는 일을 몇년에 한번씩인데...

연거푸...

 

2. 내가 보호자다

 

응급실에선 이런 저런 일처리를 위해 보호자가 필요하다.

함께 병원에 온 아이와 아이엄마의 보호자인, 그의 남편과

농성장에서 달려온 동지들이 보호자가 되어주었다.

사진찍고, 약받고, 몇 시간을 기다려 처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안에서

여러 얼굴들이 스쳐가고

여러 마음들이 지나간다.

얼핏, 서러움이 감지되기도 했다.

 

위경련 때문에 내시경을 하던 날,

내시경 단 몇분동안 어린애처럼 울었다.

너무 힘든데 혼자여서.

엄마가 생각났던 날이었지.

집에 돌아와, 시를 읽으며 마음을 쓸어주며

내 안에 한 경계를 다스렸던 적이 있었지.

 

아플 때 혼자라는 건, 서럽다.

사고를 당하고, 몸이 아플 때

당연히 떠오르는 단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왜,

생각해보면 여러 사람들이 있다는 것보다

서러울까.

이리 저리 알고서

내게 연신 전화를 걸어오고

달려올 기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

내가 그런 초긴장의 사고와 아픔의 순간에

전화를 걸어 와달라고 해줄 단 한사람이 없음에

잠시, 서러움이 일렁였던 것 같다.

 

택시안에서 긴장이 내려앉고 온 몸을 늘어 뜨리고 나니

내게 단 한사람이었던 사람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들이 내게 여전히 단 한사람이었다면

나는 그들에게 연락을 했겠지.

...

그러나, 망각속에 갇힐 뻔한 그들에 대한 기억들이 또 이어진다.

그들은 내가 그들을 단 한사람으로 필요로 하는 절박한 순간에

어디론가 사라졌거나,

있어도 부를 수가 없게 했거나,

불러도 편치 않았었다는...기억.

 

내가 겪은 수많은 사고의 순간마다

내 치닥거리를 기꺼이 해주었던

사람들이 있었고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여럿 있다.

그러면 되는데,

그렇게 더 넓게 삶과 삶이 연대해서

그들에게 서스럼없이 내 허물과 내 가려운 부분을

드러내고 도움받으며, 때로 주며 살면 되는 건데...

 

아직도, 그 놈의 단 한사람에 대한 갈망은

내 심장 어디엔가 숨어서

이럴 때, 불쑥 나타나는가보다.

 

하지만, 불쑥 나타났을 때

거기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는 건

삶이 주었던 사유를 다시 기억해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게 되었다는 건,

내 상처들이 준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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