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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하고파

1.

나의 비스토가 폐차 처분을 받았다

짐을 채기기 위해 공업사에 찾아갔다

그날, 사고 이후 처음으로 봤다

부서진 비스토를..

쓰레기처럼 구려진 짐들을 빼내면서

얼핏 눈물이 나려 한다

이런 젠장...사람도 아닌 것에...

그동안 내가 함부로 굴려서 많이 다치고 힘들었을 거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내가 더럽게 힘들때 휭허니, 한바퀴 돌며

마음을 돌보게 해준 소중한 공간이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리저리 어루만져본다

내 통곡과 쓰라림을 고스란히 함께 했던, 나의 애마가 영영 떠난다.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쓴 소주 한잔했다. 쓸쓸해서.

 

2.

비스토가 영영 떠나고,

내 몸도 시들시들, 평생 살 것 같다.

입원을 하고 보험사들을 만난다.

신물난다.

병원에선 무슨 약을 주는지

하루종일 잠만 온다.

온 삭신이 천근만근이고, 머리는 엉킨 실타래처럼 어지럽다.

과학대에선 길어지는 투쟁을 열어가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탈원하고싶다.

비인간적인 보험, 자본주의 생활양식의 첨단.

이것들과 싸우고 싶지 않다.

떠나가는 비스토에게까지 눈물을 보태는 내 상처들을

그들이 무슨 수로 이해할라고.

 

500원어치 인터넷 사용시간이 다되어 간다.

주말은 병원이 아닌 곳에서 보내고 싶다.

보험사놈이 오기로 했다.

더럽다.

내 상처로 흥정을 해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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