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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그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6월이 되면서,아니 5월부터 눈물이 자주 찾아왔다.

가슴속에 고인 눈물이 한꺼번에 폭포처럼 빠져나간 뒤로

한 동안 눈물로 부터 자유로웠는데

지인들의 삶을 보다가,

투쟁하는 이들의 울화를 듣다가,

그냥 저냥, 일상처럼 익숙한 삶의 굴절들을 만나다가,

그렇게 울컥 거리고 있었다.

 

명치끝이 아프고, 가슴이 한없이 여려져서

하늘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왜 그런지, 또렷한 이유를 알 수 없이...

 

그러다가, 명징하게 각인되는 이유를 만났다.

6월 항쟁 20주년, 789노동자 대투쟁 20주년...

역사를 기억하고 계승한다는 것이

행사를 치루어 내는 '일'이 아니라고 치부하며

조금은 멀찌기 떼어놓고

현실에서 눈을 떼지 않으려 했다. 약간은 고집스럽게.

그러다가, 그래도 계승사업의 한 꼭지정도는 함께 해야 된다 싶어

한 발을 담구면서,

자꾸만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서글픔이 치고 오른다.

 

민주주의 자료 전시관에서 만났던

5.18, 6.10...

전태일과 동일방직...

누렇게 빛바랜 그 때의 유인물들에서

선명하게 살아있는

그 때의 구호들과 절규들...

그리고, 폭력의 흔적들, 그 틈에서 피흘리며 죽어간 사람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정치가 흘렀고, 사회가 흘렀다. 운동이 흘렀다.

내 청춘도 흘렀다.

21살 분홍빛 심장을 찌르며 다가왔던

그 절박한 세상이...20년을 지나왔다.

거기에, 21살이 41살이 되어가며

내 심장에 최초로 파고들었던 울림을 각인한 듯,

그러나, 사실은 덧없이 흘러보내며

20년을 지나왔다.

 

그렇게 흘려보내는 동안,

심장이 펄떡거리며 치열했던 그 많은 순간들의

각오와 결의와 결단과 처절함들이 만든 결과치고는

참으로 어이없는 세상을 만나고 살아가고 있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노동해방 쟁취하자!! 고 목소리를 높히며

꼭 다져쥔 주먹사이로 빠져 나가버린 현실.

이리봐도 저리봐도 비정규직들.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일자리들.

그것마저 불안하게 흔들리는 삶들.

 

임금이며 노동조건이며 최악의 상태에 몰려있는 사람들이

20년동안 덩치를 불려온 노동운동의 세례를 받지 못하고

이리 저리 정리되고, 심지어 대리협상으로 처리되어 버리는 현실들.

 

항쟁을 기념하겠다는 정치꾼들이

자본주의 대중매체들을 통해 항쟁기념상품을

찍어내고 팔아먹고 있는 동안, 바로 그 시각에도

간병사들이 세상의 무게에 짓눌려 울고 있고

청소하는 아줌마들이 그 잘난 일자리에서 두들겨 맞으며 쫒겨나오고 있다는...

이 꼴보자고, 그 숱한 밤을 비장한 결의속에 살았나 싶은, 바보같은 넉두리가 한숨처럼 터진다.

 

항쟁은 항쟁이 되기까지

숱한 눈물과 피를 뿌렸다.

사람의 물결로 거리를 메웠던 벅찬 감동의 기억 이면에

학살당해 죽고, 고문당해 죽고, 최루탄에 맞아 죽었던 역사가 있었음을..

바로 그 죽음들을 만든 장본인들이 아직도 권력에 있고

세상의 주인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치욕스럽다.

 

부당하게 짜여진 세상,

그 세상에서 사람답게 살자다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고통이 오롯이 전이되고 공감되어 저항으로 터진 역사...

뭘 어떻게 해보자는 구체적인 방법도 없이

그야말로, 터져버린 역사.

그리고, 저들에 의해 정리되어 버린 역사.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해오지 못했다.

항쟁의 만든, '사람들의 마음'을

그냥, 흘려보내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 요란스럽게 떠들어 대는 20주년들 틈에서

눈물이 난다.

그때의 마음들이 떠올라서.사람들이 떠올라서.

지금의 사람들이 떠올라서. 세상이 떠올라서.

그리고, 한없이 약한 내가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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