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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억하며

3일 기욱이형 추모식에 노래마라톤 때문에 참석 못한 떨거지들인 나, 은진언니, 미순이와 서울 가려고 같이 차를 탄 도단언니를 납치해서..모란공원으로 출발

(부천에서 1박 워크샵을 끝내고 정혁이이 우리를 모시러 왔다. 밝히지만..정혁이형이..술한잔 하려고..운전을 할 줄 아는 도단언니를 모셔갔다고 정정함.)

안개와 황사때문에 희뿌연 공기를 뚫고..도착한 모란공원은 소나무 향기로 가득하고..조용하고...그랬다.

사과 한개와 방울토마토와 소주로 간단히 상을 차리고..기욱이형에게 인사하고..잠시 앉아서 맥주 한잔 하고..일어섰다..

형이 간지 3년인데 이상하게 생생하다는 얘기와 마지막날 우리가 우루루 몰려간게 오히려 형이 맘껏 아프지 못하고 끝까지 책임감을 요구하게 된 것 같아서 미안했다는 얘기와 다른 이들의 죽음에 대해서..짤막한 얘기들을 나눴다. 그 짧은 얘기 속에 다들 비슷한 감정이 쌓이는 것 같았다.

평양막국수로 유명한 집에서..맛있는 음식을...그리고..서울로..

이 간단한 일정속에..떠오르는 얼굴은 많았지만..접어두기로 했다..

그냥..마음이 깨끗해졌다..몸이 피곤하니까..머리도 자연히 비워지고..어딘가..나와있다는 사실로도..좋아서..

정혁이형의 경험담이 너무 웃겨서..소개..고등학교때 그냥 평일에 친구와 약간의 면식이 있는 무덤(예를 들면 친구의 할아버지)에 가서..막걸리 마시고..한잠 자고 오고 그랬다는...너무 좋은 기억이라고 소개했지만..다들...동의하지는 않았다..

그리고..막국수 집에서 동동주 한잔 마신 형은 현숙언니에게 운전대를 넘기고 잠에 빠졌다..난 조수석에 앉아서..화장실 가고 싶다, 졸립다, 배아프다..징징 거려서..도단언니는 황당해 했다...


기욱이형의 비와 묘..노동문화일꾼 김기욱...


모란공원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유리함. 첫번째 추모제때 창곤이형이 만들어 온 것. 그날 다들 기욱이형이 무덤에서도 기가차서 허허 웃지 않을까라고..다들 한마디씩 했다. 비석의 뒷면에는 기욱이형이 살아서 참 좋아했던 노래..고백이 새겨져 있다.


기념 촬영...추모식에 가거나..죽은 이를 찾아가..기념촬영하는게 영 석연치 않아서..못했는데..즐거운 마음으로..만나도 되지 않을까..당신을 기억하는 우리의 모습을 잠깐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 기욱이형이 알아주지 않을까..싶어서...

 


도단언니..큰 차의 드라이버로 오랜만에..핸들을 잡고..

긴장된다며..한참을 그러더니..서울에 진입해서는 아주 익숙하게 운전을~~마감 빨리 끝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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