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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3/11
    [브레히트] 후손들에게(2)
    젤소미나
  2. 2005/10/31
    허난설헌, 이 애로틱한 시들을
    젤소미나
  3. 2005/10/31
    [김해자] 바람의 경전
    젤소미나
  4. 2005/10/31
    [김해자] 비명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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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5/10/31
    [박라연]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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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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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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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5/10/31
    [허수경] 정처없는 건들거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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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5/10/31
    [백석] 비
    젤소미나

[브레히트] 후손들에게

친구와 통화하고 난 뒤..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브레히트 아저씨의 시집을 오랜만에 뒤적거렸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후손들에게

 

 

1.

정말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순진하게 말하면 어리석은 사람으로, 이마에

주름살이 없으면 감각이 무딘 사람으로 여겨진다.

웃고 있으면

끔찍한 소식을 아직

듣지 못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나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곧

참담한 현실에 대한 침묵을 뜻하여

범죄시될 정도이니, 도대체 어떻게 된 시대란 말인가!

저기 평화롭게 길을 건너는 사람을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이

만나볼 수도 없단 말인가?

 

내가 아직 벌어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사살이지만

그건 다만 우연일 뿐이라는 말을 믿어 다오.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나 역시 배불리 살 수는 없다.

살아남은 것은 우연일 따름이다.(운이 다하면, 나도 끝장이다.)

먹고 마시라고, 그럴 수 있음을 기뻐하라ㅏ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내가 먹는 음식이 굶주린 자에게 빼앗은 것이고,

내가 마시는 한 잔의 물이 목 마른 자에게 없는 것이라면

어찌 내가 먹고 마실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나는 먹고 마신다.

 

나 역시 현명해지고 싶다.

옛날 책에 씌어진 현명함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아귀다툼에서 벗어나 짧은 인생

마음 편히 지내고

힘이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고

악을 선으로 갚고

욕망을 채우기보다 마음을 비우는 것

바로 이런 것이 현명함이라 했다.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으니

정말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2

모두 다 굶주리던

혼란한 시대에 나는 도시로 왔다.

폭동이 일어나던 시대에 사람들 틈에 끼어

그들과 함께 나도 격분했었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싸움터에서 밥을 먹고

살인자들 틈에 끼어 잠을 자고

아무렇게나 사랑을 하고

인내심 없이 자연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우리 시대에는 길들이 모두 늪으로 나 있었다.

살인마는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보고

내 미음을 알아차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지배자들은

내가 없어야 발 뻗고 잘 수 있었꼬, 나 역시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힘은 없었고, 갈 길은

너무도 멀었다.

또렷이 보였지만, 닿을 수는

없었다.

이 세상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3

우린 홍수에 휩쓸렸지만

거기서부터 떠오를 너희들,

우리의 연약함에 대해 말할 때면

너희들이 겪지 않은 이 암울한 시대를

부디 생각해 다오.

불의가 판치는 데도 분노가 없어 절망하면서

신발보다도 더 자주 망명지를 바꾸어 가면서

우린 계급의 전쟁을 겪으며 살아 오지 않았느냐?

 

그러면서 우린 알게 되었다.

천박한 것을 증오해도

얼굴이 일그러지고,

불의를 보고 분노해도

목소리가 수게 된다는 사실을. 아,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한 사회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막상 우리 자신은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너희들, 인간이 인간을 도와 줄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거든

부디 관대한 마음으로

우릴 생각해 다오.

 

詩. 브레히트(1934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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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이 애로틱한 시들을

허난설헌의 시 두수..한자는 찾기가 귀찮아서..여성한학자들이 잘 번역한 것을 옮긴다..희연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들이며..
난 이 두개의 시를 읽으며..캬..소리가 절로 나왔다..16세기에 이런 감각이...
혀균이 그의 누나인 난설헌의 시를 묶어 시집을 만들고 그게 중국에 알려져 인기를 끌자..조선의 내노라하는 유학자들은 일제히 그녀를 음탕한 여자로 비난하거나, 허균이 누이의 시를 대필했다는 등 음해했다 한다..여하튼...재주가 많은 그들이 만난 시대는 너무 불우했다..
오래전 이땅에 살았던 그녀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내며~~

[연밥 따는 노래]
맑고 넓은 가을 호수 벽옥 같은 물
연 꽃 깊은 곳에 목란 배 매어놓고
임 만나자 물 건너 연밥 던지다
멀리 남에게 들켜 반나절 부끄러웠네

[그네 노래]
그네뛰기 마치곤 수놓은 신 고쳐 신었죠
내려와선 말도 못하고 층계에 서 있었어요
매미 날개 같은 적삼 땀이 촉촉이 배어
떨어진 비녀 주워달라 말하는 것도 잊었죠

 


크...매미 날개 같은 적삼 땀이 촉촉이 배어...
떨어진 비녀 주워달란 말하는 것도 잊었다라...
그림이다..그림....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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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자] 바람의 경전


해자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눈앞이 깜깜했다..
중환자실에서, 수술실에서, 다시 중환자실로...일반병동으로..
그 몇개월..생과 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유머러스하게 얘기하는 언니의 모습에서...보살 같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새 시집을 준비하고 있던 시점이었는데..다시 진행중일까..
해자언니의 시집 "무화과의 없다" 대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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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자] 비명속으로


김해자 시인의 최근 시..
해자언니가 살아난 것이 감사했던 몇달 전을 생각해보면..
꿈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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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라연] 상처

큰언니가 언니네 집과 개한마리를 맡기고 시댁에 갔다.

어제는 근 6시간 넘게 일을 하고 저녁에 와서 개 끌어안고 잤고,

오늘도 아침 일찍 차례상 보고 낮에 잠깐 울산 다녀와서 텅빈 언니네 집에서 방안의 불들을 하나둘 껐다.

아직 초저녁인데 한밤중 같다. 형부 책장에서 이리저리 시집이랑 책 따위를 뒤져보던 중이다.

명절에 내려와서 저녁에 혼자 지내기는 처음이다. 냉장고에 있는 언니의 와인과 피아노에 곱게 놓여있는 형부의 위스키를 어제부터 한잔씩 먹고 있는 중인데 오늘도 두어잔 더, 폼나게 마셔주고 자야겠다.(되게 맛있다.)(2005.9.180

 

상처

 

박라연

 

그때 그 잎새

슬픔이 지나간 자리마다

숭숭 뚫리는 비릿한 구멍들

망각의 못 박아잊을 일이다

 

그때 그 잎새에

꽁꽁 묶여 알몸으로 살 것 같은

내 영혼의 팔랑개비여 돌아라

바람 없는 날이라도 부디

가벼웁게 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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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더 먼 곳에서 다쳐

교보문고에서 서성거리다가 누군가에게 줄 시집을 뒤적거렸다.

그러자 집에 박아놓았던 어떤 시집이 생각났고 그자리에 서서 한참을 뒤적거렸지. 속도가 빠르고도..참 우울하네..

집에 와서 또 뒤적거려보다가 그중 한수를 배껴놓는다. 여기에...

(2005.8.31)

 

더 먼 곳에서 다쳐

 

이성복

 

저녁이면 꽃들이 누워 있었어요

이마에 붉은 칠을 하고요

 

넘어져 다쳤는지 몰라요

어쩌면 더 먼 곳에서 다쳐

이곳까지 와서 쓰러졌는지도

 

엎드리면 꽃들의 울음소리 들렸어요

난 꽃들이 등물 하는 줄 알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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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단풍 丹風

마지막 자신의 색깔을 온전히 드러내는 가을을 맞아..

 

단풍 丹風

 

백석

 

  빨간 물 짙게 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으뇨

  빨간 정情 무르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

  단풍든 시절은 새빨간 웃음을 웃고 새빨간 말을 지줄댄다.

어데 청춘靑春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노사老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여 시월十月 햇살이 무색하다

  사랑에 한창 익어서 실찐 띠몸이 불탄다

  영화의 자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한울이 눈부셔 한다

  시월十月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 또 마음인데 시월단풍도 높다란 낭떨어지에 두서너 나무 깨웃듬이 외로히 서서 한들거리는 것이 기로다

  시월 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 것이니 울어서도 다하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빨간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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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맥그라스] 상상 속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상상 속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Letter to an Imaginary Friend)

 

토마스 맥그라스

 

 

엉뚱한 이야기, 웃음거리가 될 이야기

그것은 현재의 목적이 될 수 없으며 결코 과거의 목적도 아니다

진정한 것은 관용과 희망

선한 것을 창조할 열린 마음과 참된 욕망

 

이제, 내년 가을에는 이슬이 내리리라

인간을 오싹하게 만드는

우리의 새로운 구체제에는 이슬이 내리리라

내 정원의, 별처럼 반짝거리는 난파선 위에

                         내 희망 위에

내 지나온 나날들의 수많은 죽음 위에

 

   이제, 으스스한 거리에서

사냥꾼의 소리와 자본의 길고 긴 천둥 소리를 나는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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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정처없는 건들거림이여

정처없는 건들거림이여

허수경


저 풀들이 저 나무잎들이 건들거린다
더불어 바람도
바람도 건들거리며 정처없이
또 어디론가를 ......

넌 이미 봄을 살았더냐
다 받아내며 아픈 저 정처없는 건들거림

난 이미 불량해서 휘파람 휘익
까딱거리며 내 접면인 세계도 이미 불량해서 휘이익

미간을 오므려 가늘게 저 해는 가늘고
비춰내는 것들도 이미 둥글게 가늘어져

둥글게 휜 길에서 불량하게
아픈 저 정처없는 건들거림
더불어 바람도
또 어디론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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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비



백석



아카시아들이 언제 흰 두레방석을 깔었나
어데서 물큰 개비린내가 온다



(1935년 11월 [朝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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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늦봄..우두커니 컴퓨터 앞에 앉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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