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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0/31
    [도종환] 다시 오는 봄
    젤소미나
  2. 2005/10/31
    [김남주] 학살2
    젤소미나
  3. 2005/10/31
    [김용택] 그리운 사람 얼굴처럼
    젤소미나
  4. 2005/10/31
    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 中
    젤소미나
  5. 2005/10/31
    [장석남] 꽃
    젤소미나
  6. 2005/10/31
    [이경림] 시절아
    젤소미나
  7. 2005/10/31
    [김해자] 나는 간다 - 고 김기욱 추모시
    젤소미나
  8. 2005/10/31
    [백무산] 그런 날 있다
    젤소미나
  9. 2005/10/31
    [임화] 자고 새면
    젤소미나
  10. 2005/10/31
    [고정희] 천둥벌거숭이 노래 4
    젤소미나

[도종환] 다시 오는 봄

다시 오는 봄

도종환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납니다.


살아있구나 느끼니 눈물납니다.


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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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학살2

2000년 5월 18일..20주기에 광주에 갔다가..죽을 만큼 아파버렸다.
그 원인이 되었던..518을 박제로 만든 신관 건물 어디메에 이런 문구가 있더라.."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되풀이 된다."
참 아이러니 하다..건물 번듯하게 짓고, 무덤을 대리석으로 휘감는다고 청산되는 역사가 아니다.



마음과 정신이 헝클어진 어느날 문득 광주로 가는 차를 타고, 구묘역에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앉아있을지도...그게 내가 그들을 기리는 방법이다..
오늘은 적어도 그날 그자리에서 죽었던 많은 이들을 기억하며..그들의 죽음이 그저 기억에 묻히지 않기를 바라며..나 역시 처음 알았던 그때의 충격과 울분과 분노를 잊지 말고 가슴에 새겨둘 것을 확인하며..
(2005.5.18)

학살2

김남주(金南柱)


오월 어느날이었다
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앗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대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이민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민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군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낮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낮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낮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잡이 없었다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 버렸다
낮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리 처참하지는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리 치밀하지는 않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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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그리운 사람 얼굴처럼

아버지를 잃은 동글이에게 주려고..산 시집 아직 건네주지 못하고..
내가 읽었다.
사십구제가 끝나고 술한잔 기울일 때..없는 듯..전해주고파..
또한 내가 잃어버린 얼굴들을 기억하며..

(2005. 5.14)

그리운 사람 얼굴처럼

김용택

손에 잡히지 않는 그리운 사람의 얼굴처럼
밤하늘의 별들은 반짝입니다

나는 절 뒤안 같은 데로
사람들이 다 돌아간 절 뒤안 같은 데로 가서
이끼 푸른 절 기둥에 기대어 쉬고 싶습니다

날이 어두워오고
어둠속에 가만히 손 내밀어 잡고 싶은
그리운 사람의 얼굴처럼
가만가만 서쪽 하늘에 돋아나는 별들을
그냥 하염없이 바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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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 中

친구아버지 장례식 갔다가,

짧은 생각에 장지까지 따라가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에 서점에 들러 녀석에게 줄 시집 한권과
나에게 선물하는 시집 한권을 샀다.
지난 월말 받은 월급은 나를 위해 그다지 쓰지 못하고
밀린 공과금에, 월세에, 빌린 돈을 갚느라 벌써 다썼다.
우울했지만, 시집 한권에 맘이 풀렸다.
어떠랴, 오다가다 부대끼며 사는 것이지 뭐..
나에게 준 시집은 박규리 시인의 '이 환장할 봄날에'...
그중에 두개의 시가 짜르르 뱃속을 건드린다..

(2005.5.7)


이유 없이 오고 흔적 없이 가는 건 없다


지난 시절이 이미 다 말해주었다

가슴속 켜켜이
몸 속속들이 문신 같은 상처로 새겨주지 않았던가
나의 무지, 혹은

삶 저쪽 비애에 대하여



죽 한 사발


나도
언제쯤이면
다 풀어져
흔적이 없이 흐르고 흐르다가
그대 상처 깊은 그곳까지
온몸으로 스밀
죽, 한 사발 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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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꽃



장석남

사랑하는 나와
사랑하는 외투와
사랑하는 욕망과
사랑하는 헛기침과
빈방과
칙칙대는 라디오와
가물대는 그리움과
나란히 눕는다

어디선가 기웃이
소만한 꽃이
나를 들여다본다
어디서 기울어진 꽃인가
가만히 보니 꽃 뒤로
내 발바닥이 닿아 있다


(시집.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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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들어와서 일찍 하루를 마감하려고 한다.
할일은 많아도 그건 미뤄두자고..난 나를 믿으니 빠르게 해치울 수 있으리!!!
99년 12월 24일..26살 생일에 선영이가 준 시집이다. 그런데 99년에 내가 그아이와 함께 생일을 맞았던가..
여하튼 시집 제목..좋다...

새로운 시집이 필요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시집은 너무 오래전 것들..그때 감수성을 건드렸던 시집 투성이라..읽기가 불편한 것들이 잔뜩 있다..
돈만 있으면 영풍문고에 틀어박혀..시집을 마구마구 뒤져 한 20권만 사서..의기양양하게 집에 가리..
그리고선 방바닥에 죄 깔아놓고...흐뭇하게 바라만 보고..
읽는 것은 나중에..생각나면...읽겠지 뭐...
나에게 책은 일단 소유와 전시가 첫번째이다..
이태준아저씨가..책을 99권을 모두 빌려주고 1권을 가지고 있어도 기본적으로 도둑이라고 했다.
난 소유욕에..꼽아놓고 좋아하는 허영까지 있으니...도둑도 상도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좋아...도둑할래..기냥...

(200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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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림] 시절아

공연 끝나고 술한잔 걸칠 때에는 피곤한 줄 몰랐다.
921번 일산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정신없이 졸다 내리니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힘을 주어도 질질 끌리는 발을 떼어서 집에 도착하니..아직 시간은 10시 30분..
쉬고 싶어..몇일 전에 산 이경림 시인의 시집을 펼쳐들다..
키득키득 웃으며 읽다..(2005.4.25)

시절아

이경림

바람맞고 내가 간다
이 하루 일생처럼 길고
저 처마 끝 순간처럼 짧았다
질긴 비, 한 몸 숨길 곳 없고
암만 기다려도 너는 오지 않았다. 시절아
네가 먹다 남은 뼈다귀 길 끝에 저리 환한데
내가, 개처럼 기어서 네게로 가랴?
헐떡헐떡
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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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자] 나는 간다 - 고 김기욱 추모시

 

나는 간다

김 해 자


저 공장안에서 기계를 돌리며
이 공장밖에서 노래를 하며
농성중인 사업장에 규찰을 나가며
거리에서 찬 우유로 빈 속을 채우고
맨 바닥에서 동지의 체온으로 쓰러져 잠들며
공장에서 거리에서 나는 몸뚱이 하나로 살았다.
허나 내 몸뚱이는 하나 뿐이어서
한번 눈감고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나는 이제 당신들 곁을 떠난다
나 살아 몹시 바람부는 날도 있었으나
그 바람에 몸뚱이 휘청거릴 때도 있었으나
나는 하루하루 행복했다
내 생애 어떤날은 나도 어쩌지 못하는 막막함으로 잠 못드는 밤도 있었으나
넘어진 그 바닥을 짚고 나는 다시 일어섰다
내 생애 어떤 날은 감당키 어려운 피로에 일어서지 못하는 아침이 있었으나
막막히 가로막은 벽을 붙들고 다시 일어났다
노동자이기에 만난 사람들
노동자였기에 만날 수 밖에 없었던 동지들을 사랑했다
밤새 술을 마시며 새벽이 오기까지 술을 마시며
민중가요 노래책을 다 불러제끼며
웃고 얘기하고 노래하고 사랑했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노동자였기에
나는 온몸을 다해 싸웠다
어떤 강철 같은 강령이나 규약보다 나는 나에 충실하고 싶었다
노동자 이전에 인간이기에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꿈을 꾸었다 사람다운 삶과 뜨거운 자유를 향해 손을 내 밀었다
침묵으로 얼어 붙은 바다를 가르는 아주 작은 파도로 살고 싶었다
가도 가도 가파로운 언덕길을 올랐다
하지만 그 언덕길을 오르던 내 몸뚱이는 하나 뿐이어서
가파른 이 언덕길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기고 나는 먼저 간다
늘 더 아픈곳으로 기울던 내 몸뚱이는
늘 아픈곳을 찾아다니던 내 몸뚱이는 아프다 아프다
살아 더 사랑하고 싶었으나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
한 번 뿐인 내 생애
이 따스한 봄날
사랑했던 그대들을 남기고 나는 간다
아빠를 바다처럼 생각하던 하나뿐인 내 아들 준성이를 남기고 사랑하는 가족과 동지들을 남기고 그냥 간다
그대들 부디 행복하기를
그대들 부디 서러워말기를
그대들 부디 서로가 서로의 노둣돌이 되길
그리하여 거대한 노둣다리가 되길
나를 만나 그래도 좋았다고 행복했다고 말하길
어디를 가겠는가 함께했던 당신들과의 사랑이
그대들 만나 행복했던 나는
그 기쁨을 안고 나는 이제 조금 일찍 간다
푸른하늘 아래 나와 함께 했던 당신들의 숨결을 데리고
사랑만을 데리고
나는 그대들 곁에
영원히 머무를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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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년이 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최대한 뻗어 응급실 창문 너머 형을 바라보던 우리를 살펴보던 그눈빛이 마지막일 줄이야..
오늘은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내일을 기약하며 돌아서던 차안에서 운명했다는 전화를 듣고 봉고에 타고 있던 우리들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뛰어갔던 성모병원..
오늘..작은책에 들렀다가 한라봉을 먹으면서 기욱이형을 생각했고..추모식 날짜를 보면서..다시..해자언니가 쓴 이 시를 읽으니..파도같은 슬픔이 멀리에서부터 밀려들어온다.
대우중공업 사업장에서 추모시를 읽던 해자언니의 울음 가득찬 목소리도 생생하고..아니...술마시고 고백을 부르던 형의 목소리도 생생하고..아니..문화일꾼 캠프에서 사람 좋게 웃던 얼굴도..생생한데..
죽음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가슴에 멍울하나 새겨두고 옅어지는 한이 있어도..지워지지 않는다..

(200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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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 그런 날 있다

그런 날 있다

백무산

생각이 아뜩해지는 날이 있다
노동에 지친 몸을 누이고서도
창에 달빛이 들어서인지
잠 못 들어 뒤척이노라니
이불 더듬듯이 살아온 날들 더듬노라니
달빛처럼 실체도 없이 아뜩해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언젠가 아침 해 다시 못 볼 저녁에 누워
살아온 날들 계량이라도 할 건가
대차대조라도 할 건가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삶이란 실체 없는 말잔치였던가
내 노동은 비를 피할 기왓장 하나도 못되고
말로 지은 집 흔적도 없고
삶이란 외로움에 쫓긴 나머지
자신의 빈 그림자 밟기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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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밤...어리지도 늙지도 않는 이상한 시기에 왜 나는 이시에 공감해야 하나..살긴 살았나..시집 속의 이시가 툭 튀어 나와 말조차 아끼는 우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로 지은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고 한다..경고한다..그대..흐르듯이 가지말라." 꾸짖는다..

(200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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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 자고 새면

자고 새면

---벗이여 나는 이즈음 자꾸만 하나의 운명이란 것을 생각하고 있다.

자고 새면
이변을 꿈꾸면서
나는 어느 날이나
무사하기를 바랬다.

행복되려는 마음이
나를 여러차례
죽음에서 구해준 은혜를
잊지 않지만
행복도 즐거움도
무사한 그날 그날 가운데
찾아지지 아니할 때
나의 생활은 꽃진 장미넝쿨이었다.

푸른 잎을 즐기기엔
나의 나이가 너무 어리고
마른 가지를 사랑하기엔
더구나 마음이 앳띠어

그만 이젠
살려고 무사하려던 생각이
믿기 어려워 한이 되어
몸과 마음이 상할
자리를 비어주는 운명이 애인처럼 그립다.

(1939.2 詩. 임화)


월북예술가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본문에 삽입된 시를 읽다가..원본을 다시 찾아보았다..전체를 읽으면서..한문구 한문구가 꼭 내얘기 하고 있어서..임화가 이시를 썼을 때 내 나이 또래였나 싶었다..
놀란 것..연보를 보니..32살 2월달...내나이와 동갑에..2월이라..이 무슨 우연인가...반갑고나...오래전..그때도..지금보다..더 파란만장한 그날들 속에서도...비슷한 느낌으로..하루하루를 보냈을 임화..당신이 반갑다..
(200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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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천둥벌거숭이 노래 4

천둥벌거숭이 노래 4

고정희


사랑은 누구나 마음 속에

지렛대 하나는 가지고 있는 법이다

운명의 바위를 제끼고

시간의 암초를 뒤엎어

새벽길 징검다리 볼가내는

지렛대

사람은 누구나 혈관 속에

묵시의 강 하나 돌고 있는 법이다

거꾸로 복받치는 분노의 불을 삭이고

어둡게 뛰는 피 맑게 걸러내어

천체의 광명을 발산하는 초음파의

강, 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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