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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꽃



장석남

사랑하는 나와
사랑하는 외투와
사랑하는 욕망과
사랑하는 헛기침과
빈방과
칙칙대는 라디오와
가물대는 그리움과
나란히 눕는다

어디선가 기웃이
소만한 꽃이
나를 들여다본다
어디서 기울어진 꽃인가
가만히 보니 꽃 뒤로
내 발바닥이 닿아 있다


(시집.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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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들어와서 일찍 하루를 마감하려고 한다.
할일은 많아도 그건 미뤄두자고..난 나를 믿으니 빠르게 해치울 수 있으리!!!
99년 12월 24일..26살 생일에 선영이가 준 시집이다. 그런데 99년에 내가 그아이와 함께 생일을 맞았던가..
여하튼 시집 제목..좋다...

새로운 시집이 필요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시집은 너무 오래전 것들..그때 감수성을 건드렸던 시집 투성이라..읽기가 불편한 것들이 잔뜩 있다..
돈만 있으면 영풍문고에 틀어박혀..시집을 마구마구 뒤져 한 20권만 사서..의기양양하게 집에 가리..
그리고선 방바닥에 죄 깔아놓고...흐뭇하게 바라만 보고..
읽는 것은 나중에..생각나면...읽겠지 뭐...
나에게 책은 일단 소유와 전시가 첫번째이다..
이태준아저씨가..책을 99권을 모두 빌려주고 1권을 가지고 있어도 기본적으로 도둑이라고 했다.
난 소유욕에..꼽아놓고 좋아하는 허영까지 있으니...도둑도 상도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좋아...도둑할래..기냥...

(200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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