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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라연] 상처

큰언니가 언니네 집과 개한마리를 맡기고 시댁에 갔다.

어제는 근 6시간 넘게 일을 하고 저녁에 와서 개 끌어안고 잤고,

오늘도 아침 일찍 차례상 보고 낮에 잠깐 울산 다녀와서 텅빈 언니네 집에서 방안의 불들을 하나둘 껐다.

아직 초저녁인데 한밤중 같다. 형부 책장에서 이리저리 시집이랑 책 따위를 뒤져보던 중이다.

명절에 내려와서 저녁에 혼자 지내기는 처음이다. 냉장고에 있는 언니의 와인과 피아노에 곱게 놓여있는 형부의 위스키를 어제부터 한잔씩 먹고 있는 중인데 오늘도 두어잔 더, 폼나게 마셔주고 자야겠다.(되게 맛있다.)(2005.9.180

 

상처

 

박라연

 

그때 그 잎새

슬픔이 지나간 자리마다

숭숭 뚫리는 비릿한 구멍들

망각의 못 박아잊을 일이다

 

그때 그 잎새에

꽁꽁 묶여 알몸으로 살 것 같은

내 영혼의 팔랑개비여 돌아라

바람 없는 날이라도 부디

가벼웁게 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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