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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 오디세우스와 시레네

신판 희랍 신화

오디세우스와 시레네

알다시피 영리한 오디세우스는 노래로 사람을 유혹하여 잡아먹는 시레네 마녀들의 섬을 보았을 때, 자기 몸을 타고 가는 배의 돛대에 묶어 놓고 노젓는 뱃사람들의 귀를 밀납으로 틀어 막았다고 한다. 그래서 밀납과 밧줄의 덕분으로 그는 아무런 심각한 결과도 가져오지 않으면서 예술을 감상했다는 것이다. 귀가 안 들리는 부하들은 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를 두고 지나가면서 우리의 주인공이 돛대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는 모습과, 유혹하는 여자들이 있는 힘을 다해 목청껏 노래하는 모습을 보았다. 따라서 얼핏보기에는 모든 게 약속되고 에언된 대로 진행된 것처럼 보인다. 희랍인들은 모두 그 교활한 오디세우스의 술책이 성공한 것으로 믿었다.
여기에 의문을 품는 것은 내가 처음일까? 요컨대 내 얘기는 이런 것이다. 모든 게 다 좋다. 그러나 돛대에 묶여 있는 사람을 보고 그 마녀들이 정말 노래를 불렀다고 말한 것은 오디세우스 혼자뿐이지 않은가? 이 천하무적의, 닳고 닳은 여자들이 아무런 행동의 자유도 없는 사람들에게 정말 자기들의 예술을 낭비했을까? 그것이 바로 예술의 본질이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오히려 그 마녀들이 뭔가 있는 힘을 다해 외치는 것처럼 뱃사람들이 본 것은, 실은 그녀들이 그 째째하고 소심한 촌놈에 대해 욕을 퍼부은 것이었으며, 우리의 주인공은 그래도 결국은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짐짓 몸부림친 것이었다고 믿고 싶다.

- 브레히트'상어가 사람이라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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