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2006 노동만화전 - 평화를 ...
- 젤소미나
- 2006
-
- 전태일 열사 동상앞에서..
- 젤소미나
- 2006
-
- 큰언니네 집근처에서..작은 ...
- 젤소미나
- 2006
-
- 오늘..5.18이네요..
- 젤소미나
- 2006
-
- 오늘 만난 세가지 색깔(2)
- 젤소미나
- 2006
13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그런 날 있다
백무산
생각이 아뜩해지는 날이 있다
노동에 지친 몸을 누이고서도
창에 달빛이 들어서인지
잠 못 들어 뒤척이노라니
이불 더듬듯이 살아온 날들 더듬노라니
달빛처럼 실체도 없이 아뜩해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언젠가 아침 해 다시 못 볼 저녁에 누워
살아온 날들 계량이라도 할 건가
대차대조라도 할 건가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삶이란 실체 없는 말잔치였던가
내 노동은 비를 피할 기왓장 하나도 못되고
말로 지은 집 흔적도 없고
삶이란 외로움에 쫓긴 나머지
자신의 빈 그림자 밟기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
지친 밤...어리지도 늙지도 않는 이상한 시기에 왜 나는 이시에 공감해야 하나..살긴 살았나..시집 속의 이시가 툭 튀어 나와 말조차 아끼는 우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로 지은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고 한다..경고한다..그대..흐르듯이 가지말라." 꾸짖는다..
(2005.3.17)
자고 새면 ---벗이여 나는 이즈음 자꾸만 하나의 운명이란 것을 생각하고 있다. 자고 새면 이변을 꿈꾸면서 나는 어느 날이나 무사하기를 바랬다. 행복되려는 마음이 나를 여러차례 죽음에서 구해준 은혜를 잊지 않지만 행복도 즐거움도 무사한 그날 그날 가운데 찾아지지 아니할 때 나의 생활은 꽃진 장미넝쿨이었다. 푸른 잎을 즐기기엔 나의 나이가 너무 어리고 마른 가지를 사랑하기엔 더구나 마음이 앳띠어 그만 이젠 살려고 무사하려던 생각이 믿기 어려워 한이 되어 몸과 마음이 상할 자리를 비어주는 운명이 애인처럼 그립다. (1939.2 詩. 임화) 월북예술가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본문에 삽입된 시를 읽다가..원본을 다시 찾아보았다..전체를 읽으면서..한문구 한문구가 꼭 내얘기 하고 있어서..임화가 이시를 썼을 때 내 나이 또래였나 싶었다.. 놀란 것..연보를 보니..32살 2월달...내나이와 동갑에..2월이라..이 무슨 우연인가...반갑고나...오래전..그때도..지금보다..더 파란만장한 그날들 속에서도...비슷한 느낌으로..하루하루를 보냈을 임화..당신이 반갑다.. |
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_____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비 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 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가옵니다.
빨래를 널며 바람에 물기가 느껴지길래, 설마 비가 오지는 않겠지...
왠지 비가 올 것 같았는데, 그냥 집을 나섰다.(나이 먹을 수록 아버지가 그랬던 것 처럼, 감각으로 아는 일기예보가 점점 더 정확해진다.)
공부방에 갔다가 끝날 때 즈음..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짐을 잔뜩 들고 비를 맞으며 한참을 걷고, 한참을 타고 집에 왔다.
시를 뒤적뒤적...윤동주의 시가 꼭 오늘의 나 같다.
(2004. 11. 1)
감기기운 때문에 아침에 일찍 눈을 떴는데도 계속 FM만 들어놓고 오전 내내 뒹굴거렸다.
시계를 보니 12시. 슬슬 일어나 늦은 아침인지 이른 점심인지 구분을 못할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어제 저녁 대충 끓여 놓은 김치찌개와 실패한 고구마 현미밥을 놓고 젓가락으로 깔짝 거렸다. 밥맛도 그다지 없고 읽으려고 빼놓고 보지 않은 박재삼 시집이 눈에 띄여 한 손에는 시집을 한손에는 젓가락을 들었다.
'98년, 찬주언니의 권유, 종로서적에서'
아, 찬주언니 수유리 살 때 였나 보다. 종로서적, 이제 없어져 버린 그 건물 앞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쑤신다. 종로의 세서점 중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장사치 냄새가 덜 났던 그곳..대자본의 힘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할아버지의 시선이어서인가, 아니면 시조도 해서인지 마지막 행이 아주 고전적이다.
스치고 말 한 장면을 쨍하게 잡아내다가 마지막에 슬 풀어버리는 쥐고 펴는 힘이 있는데, 그것이 힘으로 느껴지기보다 그저 시선을 그곳에 한번 고정했다가 다시 하늘을 본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예전에 봤을 텐데 기억이 안나는 것은 그때는 별로 였나보다.
지금은 아주 편하고 괜찮은데..
시인의 96년 당시의 심정이었을 것 같은 두시(비슷하지만)를 옮겨 적어본다.
"햇빛 하나는 잘 받아/그 이마가 빛나는/이 사실이 부럽네"
나는 이구절이 참 좋다. 그 이마가 빛난다라...
虛無의 내력
늘 돈은 조금만 있고
머리맡엔 책만 쌓이고
그 책도 이제는
있으나마나한데
땅 밑에
갈 생각만 하면
나는 빈 것뿐이네.
아득한 靑山을 보며
죽도록 부지런히 쓴다만
詩를 쓰는 것은
돈과는 거리가 멀고
그러면서 그 짧은 행간에
짜릿한 共感을 심는 일은
늘 아득하기만 하네
그러나 靑山은
아무 일도 안하고
늘 그 자리에 놓여 있건만
햇빛 하나는 잘 받아
그 이마가 빛나는
이 사실이 부럽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