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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는 지금에 와서는 실체가 없는 이미지이다.
그래서 체 게바라에 대한 책이 나와도, 무슨 상품이 나와도 애써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번번히 그를 이용하는 사람들에 실망했던 기억이 가득하기 때문에..
그래서 체라고 불리기 이전으 에르네스토 게바라였을 때, 떠난 남미 여행의 기록을 영화로 담는다는 소식과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도 내가 그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가게 될까 의심했다.
훗..그러나 결국 극장으로 향한 나의 발걸음의 시작부터 머리속이 자글거렸다. '너는 무엇때문에 또 그를 이용했을 지도 모르는 영화를 보러가냐?'
그냥 보고 싶었다고 답할 수밖에..
그 여행에서 만난 무엇이 그를 흔들었을까.
나는 왜 서른 즈음에 돌아가지도 못할 길위에서 앞으로 한발 딛지 못하고 배회하고 있을까.
체게바라를 흔들었던 무엇인가는 아마도 내가 꿈꾸는 무엇인가와 닿아있지 않을까.(감히..)
영화는 너무 좋아서 가슴이 사무치는 것도 아니고, 나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런데 23살의 체 게바라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다가 아무도 울지 않는 조용한 영화관에서 나는 혼자 앉아 혼자 꺽꺽 속울음을 삼키며 울고 있었다. 슬픈 장면도 아니고, 클라이막스도 없는데..주루룩 흐르는 눈물도 아니고, 극장이 아니면 통곡을 했을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풍광과 음악이 좋다고 사람들이 그랬다. 그런데 그것보다 인간을 바라보는 20대 초반의 체게바라가 너무 솔직해서 풍광과 음악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체게바라의 초심을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었던 감독의 노력, 감독이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체게바라와 함께 전달되었다.
함께 여행을 떠났던 늙은, 그리고 실제 인물 알베르토가 두사람이 헤어진 비행장에서 응시하는 그 시선 속에 녹아있는 50년의 세월..
영화관을 나오면서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졌다.
체게바라가 나에게 유명한 것은 미모도 판화로 찍은 이미지가 아니라 권력에 집착하지 않고 가야할 길, 그가 처음 떠났던 그길 위에서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특히 대단한 인물을 통해 자신을 반추해보는 것은 상당히 비참한 일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에게 자꾸 묻게 되었다. 니가 선택한 길이 맞냐? 그 질문에 대해서는 '맞다'. 그럼 마음의 흐름이 멈추고 있는 것은 아니냐?
결론은 그것이지..멈추지 말고 움직여라, 걸어가라, 적어도 나의 선택이 내맘에 비추어 그르거나 버거운 것이 아니라면 최선을 다해서 살아라..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하라..
그래서..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노동자대회를 가야 하는 오늘도 여전히 우울하다..
프란츠 파농 평전을 읽고 있는데..그에 대해서 옮긴이가 한 말이 마음에 들어서... "그는 검은 피부 때문에 백인사회를 증오했던 사람이 아니라, 검은 피부 덕분에 소수파에 대한 차별에 남다른 민감성을 진니고 지배문화와 지배세력의 부당한 폭력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다." ---> 이얘기를 다른 운동의 주제를 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폭력을 지향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혹은 같이 운동하는 남성활동가들에게 여성운동에 대한 시각을 교정해주고 싶은데..위의 말을 변용해서 전하면 이해할까.. 평전을 쓴 알리스 세르카는 프란츠 파농이 누구나 자기 특수성을 통해 보편성으로 도달함을 강조함으로써 문화주의(특수성을 강조하여 서양철학의 특성인 보편주의에 이의를 제기한)와 시작부터 틀리다고 했다. ----> 여성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서양철학이 모두 해결해주지 않는 아시아의 식민지와 전쟁을 겪은 분단국가 한국이라는 특수성..그곳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은 유럽이나 다른 아시아국가와도 변별점을 갖는다. 3년 전에 인종의 문제, 식민지의 문제를 다룬 파농을 처음 만났는데..제대로 저작을 읽지는 못했다.(사실은 게을러서 읽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위의 알리스 세르카가 평가한 그말이 변별점을 해소하고 뚫고 나가는 여러가지 요소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변역중이라는 도로시 앨리슨의 A Question of Class는 계급운동과 여성운동이라는 오래된 문제에 대해서..역시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줬으면 좋겠다..(근데 언제 번역이 끝날까?) 계급운동에 대한 무관심으로 점철된 미국이나 유럽의 급진적인 페미니즘은 왜 그렇게 얘기하는 가는 이해하겠으나..현실 특히 한국의 현실과는 어긋나는 점이 많아서 한두권 읽다 보면 질려버린다. 내가 원하는 것이 책 한두권으로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같은 고민과 같은 고통을 함께 하고 있는 글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이 인다. 나는 그럴때에 전달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다. |
공장의 불빛은 99년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에 들어가서 드디어 실체를 보게 된 작품이다. 공장의 불빛을 보기 전에 한두레와 극단 현장 등 노동극을 해온 극단의 작품에서 부터 현장 문화패의 집체극을 봐도 아직까지도 쉽게 볼 수 있는 극의 양식의 탄생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극의 구성에서 공간을 배경으로 한개인의 조건, 그 현장의 사람들과의 관계, 문제들, 또는 대립을 현장의 일상사를 통해 보여주고, 사장이나 권력의 음모를 드러내는 장을 거쳐, 투쟁을 벌이고 패배하고 해고당하는 사람들..그러나 다시 새로운 결의로 이어진다.(이제는 너무 전형화 되어서 좀 식상한 감이 있지만.)
표현에서 대사보다 노래의 가사로, 춤으로 갈등, 해결 방법, 주인공이 염원하는 것들을 보여준다.
공장씬(?)에서 사람과 사람이 엮어서 기계가 돌아가는 것을 표현하는 첫출발을 이 공장의 불빛에서 봤다. 아...여기서 ,한두레의 78년에서 시작했구나..아하...아하..그랬구나를 연발했다.
워낙 오래된 비디오 테잎인데다가 복사에 복사를 거듭해서 흑백화면속의 사람들이 흔들흔들하면서 유령 같았지만, 아직도 그 감동은 여전히 남아있다.
개인적으로는 서정적인, 슬프면서도 예쁜 '공장의 불빛'과 민요의 느낌이 강한 '두어라 가자', 뮤지컬 같이 주고 받으면서 부르는 '야근'을 가장 좋아한다.
아래는 단체에 들어가서 야심차게 노동문화 잡지를 만들겠다고 시작해서 예산이 확보가 안되어서 3권 내고 멈춘 월간 [노동문화]에 실었던 은진언니의 글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노동문화를 복간하리라..전의를 잃지 않고 있다..흐흐흐..그 언젠가는 언제일지 모름..)
공장의 불빛(78~79)
1. 김민기의 인사말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1652
2. 편지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1653
3. 교대/사고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1654
4. 작업장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1655
5. 야근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1656
6. 공장의 불빛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1657
7. 음모/선거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1658
8. 두어라 가자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1659
9. 이 세상 어딘가에 1.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1660
10. 아침바람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1661
11. 이 세상 어딘가에 2.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1662
민중성의 체득과 노래의 한계를 뛰어넘는 예술성,
노래극 [공장의 불빛]
이은진
내가 대학을 입한한 84년은 소위 말하는 유화국면이 시작된 해였다. 학내에 주둔하던 기관원들이 철술를 한 것이다. 그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대중적 공간이 열렸다. 집회도 할 수 있었고, 공연도 할 수 있었더ㅏ. 처음으로 하는 공연 준비를 위한 합숙에서 처음으로 들은 테이프 [공장의 불빛]. 입학 초기에 배웠던 '공장의 불빛'이라는 노래는 무처 여리고, 고운 노래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단지 그 노래의 느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동안의 어떤 책이나 세미나보다 더 큰 충격적인 느낌이었다.
민중가요 역사에서 아마도 최초의 테아프라고 보여지는 [공장의 불빛]은 78년에 먼저 노래극이라는 양식을 놓고 테이프로 제작하여 보급한 후 79년에 그 테이프를 틀어놓고 한두렐르 중심으로 춤과 극으로 형상화하여 비디오로 제작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70년대 후반의공연작품들이 대게 그러했듯이 동일방직사건이라는 노동운동에 있어서의 중요한 사례에 입각하여 본격적인 노동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이것은 김미기 초기 작품이 갖고 있는 지식인적 낭만성과 현실도피적인 한계를 뛰어 넘어 민중현실로 접근하려는 작품 경향의 변화를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카세트 테이프라는 곱제매체를 이요하고, 뒷면에 반주를 실음으로써 소집단들이 활용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적 확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그 당시 [공장의 불빛]은 노동현장의 현실과 고민을 반영하였다는 점과 구체적이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주는 악곡과 가사로 크게 화제가 되었고, 그 후의 여러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테이프는 일반 음악 테이프들처럼 단순히 어떤 주제를 가지거나 각각 다른 노래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전체가 하나의 통일성을 가진 작품으로 되어 있다는 특징이다. 즉, 노래가 가지기 쉬운 추상성과 메시지 전달의 취약성 같은 장르적 특질을 극적 요소로 보완 하였고, 공연에서는 춤을 통해 내용과 정서를 전달하오 있다. 그러면서도 여타 노래극에서 삽입되는 노래나 단편적인 배경음악처럼 노래가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래들의 엮음, 그 자체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갈등구조를 만들어 내는 형식이다.
그래서인지 음악 역시 독자적으로 불려질 말한 서정곡 서너곡을 제외하고는 단독으로는 불려지기에는 다소 어려운 노래들로 대사를 노래가사로 처리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그에 맞는 악곡의 변화로서 명확하게 들어오게 하여 일반 노래와는 다른 형식을 보여준다.
70년대 민중가요가 의도적인 창작물 없이 수용자들의 목적의식적인 수용과 재창작에 의해 형성되기 시작하여 입에서 입으로 보급되었다면, 그야말로 목적의식적으로 창작하고 보급을 하기 시작한 80년대의 민중가요를 열어가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서 [공장의 불빛'.
또한 현재 다시 보더라도 음악과 춤, 극이 통일적으로 구성된 노래극으로 그 감동의 깊이와 시사하는 바 또한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화질이나 음질이 보관상태에 따라 무척 집중해서 봐야하는 아픔이 있지만 그러한 자료가 남아있다는 것은 우리 노래운동사에 무척 소중한 일이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왜 이 꿀꿀한 단순조립공이 생각났는지..모르겠지만..혼자서 처량맞게 부르다가..우울해졌다..
그래서...여기 찾아온 인민들 다 꿀꿀해지라고..다양한 버젼의 단순조립공 버젼을 소개한다...
1. 노동자노래단, 총파업가 1집. 88년
노래듣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버전이다. 지금은 초등 아이들과 국악을 보급하는 창작작업을 하고 계시는, '끝내 살리라'의 가수 김애영 선배가 부른 것으로 노동자노래단(김호철 선배가 만들었고, 나중에 예울림과 합쳐서 꽃다지가 탄생하게 되었다.) 총파업가 1집에 실린 것이다.
워낙 김애영 선배 노래가 폐부를 치고 들어가는 목소리여서 테잎이 낡았는데도 불구하고...생생한 느낌이 있다. 꽃다지 10주년 기념공연에서 라이브로 '끝내 살리라'를 듣게 되었는데 전율이 온몸을 타고 내려가는 것 같았다.
2. 소리사랑(성균관대 노래패), 해방의 산하 2집.--연도미상
음..오래된 LP판을 듣는 기분으로..들으면 좋을 듯...
목소리도 저음이라..아주 꿀꿀해진다..듣고 있으면..
(링크가 하나밖에 안걸리네..쯧..)
노래듣기..주소 클릭!!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1543
좀 세다...듣다가 나는 일찍 껐다..
노래듣기..주소 클릭!!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739
4. 노래야 나오너라. 89년
혜경언니가 노동의 새벽을 부르는 창법이랑 비슷한데..
속에서 꾹꾹 쌓아서 끌어낸다고나 할까. 깡마른 사람이 부르는 느낌.
노래듣기..주소 클릭!!
http://bob.jinbo.net/album/down.php?table=albumpiece&no=625
5. 아우성, 성남 노동자 노래패 (년도 미상)
5가지 버전중에서 제일 심심함..그래도 기념으로 들어주시길..
노래듣기..주소 클릭!!
샤갈 전시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갔었다. 작품 수도 많고...이래저래 재밌는 전시였다. 그림을 유심히 보다보니 샤갈은 자신의 그림 구석구석에 뭔가를 숨겨넣었다. 어떤 그림에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자신이 아주 작게.. 지금 위의 그림 '도시 위에서'의 왼쪽 하단에 작은 덩어리 같은 것이 보일 것이다..이것이 무엇이냐? 전시를 다녀온 사람은 알 것이다..흐흐.. 야경꾼 같은데...쪼그리고 앉아서 엉덩이를 관람자를 향하고 있는 상태이다..즉...변을 보고 있는 장면이다.. 전체를 한번 보고 다시 구석구석 다 뒤지면서 봤더니..완전 숨은 그림 찾기였다... 엄마와 꼬마는 그림을 보면서 꽃다발 속에 숨겨진 닭, 염소 같은 것을 찾을 때마다 지르는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샤갈이 제아무리 유명해도...놀이감이다..통쾌하다..흐흐...또 한참 꼬맹이가 발견하는 숨은 그림을 나도 쫓아다녔다.. |
[공연을 준비하는 꽃다지] 꽃다지 10주년 행사에 대해서 조금씩 얘기를 듣기 시작한 것이 벌써 2년도 넘었다. 올해 드디어 준비에 들어가면서 내심 꽃다지 10주년을 다른 단체와 활동가들이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판을 열었으면, 기꺼이 다들 응할 것이라는 예상도 했다. 그렇게 하기에는 조금 힘이 부쳤는지, 이전의 꽃다지에서 활동했던 선배들과 현재의 꽃다지중심으로 행사가 정해졌다. 공연이 준비되고 있는 과정을 보면서 내심 이런 걱정이 들었다. ‘만약 과거를 추억하는 것으로 공연이 끝이 난다면 그건 실패인데.’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 공연 당일날. 음반가판을 하면서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았다. 30대이상과 10대~20대의 비율이 반반, 일요일에는 장기파업장의 노동자들이 같이 했다. 이렇게 참가한 사람들의 구성만으로도 성공을 했다는 예감을 했다. [공연 시작이다] 단결투쟁가로 시작해서 ‘한번더’로 끝을 맺고 앵콜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승리의 역사, 진군의 역사’로 끝을 맺었다. 40여곡으로 구성된 3시간이 넘는 공연. 그래서 지루했냐고? 과거의 회상, 추억만 건드렸냐고? 30명이 꽉찬 그 무대는 나의 작은 걱정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예전 꽃다지에서 노래하던 가수들의 목소리가 살아서 현역 꽃다지 가수들과 화음을 이뤄 관객들에게 날아들었다. 그게 당연하다고? 천만에 말씀. 출산이라도 한번 거치면 목소리는 변한다고 한다. 그리고 삶이 변하면 감정도 바뀐다. 생각이 바뀌면 노래를 부르는 마음도 바뀐다. 생각해보라, 그 무대에 서겠다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숱한 시간을 고민하였을 것이다.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개인 가수인 사람들은 자기의 색깔과 생각이 담긴 자신의 노래가 음반으로 나와있다. 그것을 포기하고 3시간여의 무대에 여러 목소리중 하나의 목소리만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가정에서 현장에서 직장에서,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몇 년씩 살면서 가수라는 이름을 접었던 그 선배들은 내가 정말 그 자리에 서도 되나, 목소리가 나오기나 할까, 정말 부끄럽지 않을까. 결정하기까지 자신을 쪼개고 쪼개어서 들여다 보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꽃다지가 해체하고 추억공연을 한다면 모르지만, 현재진행형인 꽃다지의 이름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일부러 그렇게 짠 것처럼 노래를 따라부는 내 머리 속으로 나의 어제, 오늘, 내일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과 다르게 머릿속에서는 차분하게 순서대로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상호작용하면서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났다. 처음 운동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새겼을때 어린 대학생이었던 내가 밤마다 스트레오도 안되는 고물라디오로 ‘누가 나에게 이길을 가라하지 않았네’, ‘민들레처럼’을 주먹쥐고 부르면서 울곤 했었고, 사람에 상처받아 눈물흘릴때 ‘행복한 인생’을 부르며 견뎠다. 따르던 선배들이 졸업할 때 ‘내일이 오면’을 불렀고, 내가 졸업할 때 혼자서 ‘다시 떠나는 날’을 부르지 않았나.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내 사람이 분리되었을때 못견뎌하며 ‘단결투쟁가’와 ‘동지’를 중얼거리며 미친 듯 불렀다. 그리고 전업활동가가 되어서 내 삶과 함께 했던 노래를 만들었던 이들과 함께 일하게 되고, 또 그들의 활동이 내 힘이 보태기도 하는 순간들을 살고 있다. 서른살을 코앞에 두고 20대 초반의 찬란한 꿈들이 다시 떠올라서 지금 사는 모습이 그때의 생각에 반추해서 제대로 살고 있는지 자꾸만 불안해지는 요즘인데, 도저히 반성해도 끝이 없어져서, 못났다 싶어 혼자 슬프고 겁도 나서 술한잔 홀짝홀짝 마셨는데.... ‘나, 참 행복하네. 틀리지 않게 살았네. 또 그렇게 살아야지. 우리 편이 이렇게 많은데. 하나도 안무섭다. 근데 내가 정말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 으이씨발..“ 울다가, 웃다가, 욕도 같이 섞여 나온다. 혜경언니는 시작부터 끝까지 울었다고 중얼거렸다. 꽃다지의 10년의 역사는 자신의 역사였다고. 대학을 때려치우고 아남정밀에 들어가 노조를 만들고 위원장도 하고, 또 무너지는 모습을 봤으며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노문교협 활동을 하며 창조와 보급을 만들었지, 그리고 쉬면서 해솔이 키우다 보니 교육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다시 밝은공동체의 교사로 활동하면서 대안학교, 노동문화활동가 자녀들의 교육문제, 교육에서의 노동문화운동의 결합을 시도하는 고민을 현실화하기 위한 구상을 하고 있는 언니의 10년여의 생활. 그곳에 늘 함께했던 노래들을 마치 자신의 얘기하듯 흘러나왔을 것이다. 현재진행형의 그 노래들 말이다. 낮은 목소리로 화음을 맞추듯 따라부르던 웅얼거리는 관객의 노래소리가 정말 문화적인 충격처럼 가슴에 새겨진다. 공연 몇일전 침탈 당했던 경희의료원 조합원들이 힘받아서 간다고, 고맙다고 전하는 말을 몇 달새 훌쩍 여위어버린 얼굴로 전하며 서로 손잡을때 글썽거리는 눈빛도 가슴에 새긴다. [공연이 끝나고 ] 언젠가 만화가 장진영선배가 한 얘기가 떠오른다. “문화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웃음을 줘야지. 자꾸만 희망을 깨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거든.” 술자리에서 사람들이 예전 선배들에게 다시 노래하라는 말을 많이들 했다. 이 공연을 계기로 다시 노래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꽃다지가 아닌 자신의 노래여야 할 것이다. 이번 공연의 성과와 비판의 목소리까지 안아가야 할 사람들은 현재의 꽃다지이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힘들과 과제는 미래의 꽃다지가 잊지말고 전해받아야 한다. 나는? 고민했던 것들을 싹 날려버렸고 내가 지금 이순간, 처음 노문센터 사무실을 두드리던 그때의 수줍고 머뭇거리면서도 간절했던 심정으로 돌아가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자꾸만 입술끝에서 ‘노래여 우리의 삶이여’가 흘러나온다. ‘먼길 걸어온 우리에게 언제나 변함없이 옆에 있던 노래 있어. 땀과 눈물어린 오선지 위에 아직은 못다 이룬 꿈과 사랑이. 하지만 슬플때 흘렸던 나의 눈물과 기쁠때 보여준 너의 환한 웃음 싣고 굳게 손잡아준 모든 이의 꿈을 새겨 이제 들꽃처럼 끝없이 피어나리니. 쓰러져간 벗들의 맑은 영혼과 오늘을 살아갈 너와 나의 다짐 싣고 따스히 보아준 모든이의 희망새겨 이제 강물처럼 끝없이 흘러 가리니. 노래여 우리의 삶이여 어둠속에서 더욱 밝게 비춰준 노래여 우리의 꿈이여 끝내 온세상에 울려 퍼지리.‘ (2002.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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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말하기 위해서는 과거, 걸어온 역사를 보라고 말한다. 거기에는 좌절과 실수, 판단착오, 승리의 모든 것이 나와 있으니, 100년이 지난, 역사 속의 현장인 동학혁명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뜻을 품어 동학에 입문하였으니 조직하고 훈련하는데 한점 흐트러짐이 없다. 가야할 길은 오로지 하나의 길이었다. 허나, 장대한 뜻을 품고 당당히 출전하였으나 찟겨진 깃발을 들고 침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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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린, 그녀의 처음을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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