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몇일째 연기했던 언니와의 만남을 가지기 위해 신촌으로 갔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언니가 영화를 예매했다며 얼른 가자고 했다. 길가에서 오뎅 두어 꼬지 먹고 극장으로 올라갔다. 제목은 디 아워스 'The Hours'..
최근에 영화소식을 본적이 없어서 유명한 여자배우 세명이 나온다는 것 밖에는 사전정보는 없었다. 이름만 들어도 쨍쨍한 배우들이다.
메릴 스트립-아...아웃 오브 아프리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아름다고 고풍적이던 그녀.. 줄리안 무어-조역으로 많이 봤지만..오묘한 표정.. 니콜 키드먼-길고 늘씬늘씬한 그녀를 보면..가슴이 쿡쿡..뭔가 일을 낼 것만 같은 표정.. 내용도 감독이 누군지도 모른 채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시~~작'
'앗! 니콜 키드먼이 버지니아 울프 역이었어! 뭐야...버지니아 울프와 관련된 영화였네..오 맙소사..눈여겨 보질 못했다니..세상에..."
여성의 삶에 대한 관심, 심한 정신병에도 불구하고 죽음까지도 자신의 의지로 선택했던 매력적인 여자, 버지니아 울프가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하고 있다..그녀는 리치몬드의 고요함을 벗어나 런던으로 가고 싶어하지만, 모두 일제히 병때문에 갈 수 없다고 말린다..
1951년 미국 LA, 로라는 '댈러웨이 부인'을 읽으며 평온한 중산층의 삶속에 불안한 미소를 짓고 있고, 그의 아들은 그녀를 역시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2001년 미국 뉴욕의 클래리사는 자신의 삶의 전부인양 에이즈에 걸린 옛애인인 리처드의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
이 세사람의 하루는 어떻게 펼쳐질까, 버지니아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의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할 것이며, 리치몬드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까.
로라는 너무나 평온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받아들일까. 클래리사와 리처드는 과연 무사히 파티를 치를 수 있을까.. 이 것들의 결과만을 따라가다가는 영화를 보는데 실패할 것이다..히히히.. 그녀들의 표정, 그들의 표정, 대사 하나하나, 상황을 잘 보시라.. 그안에서 심상치 않은 메세지를 발견했다. '엥..감독이 누구야..도대체..심상치 않아.'
버지니아 울프는 남편 모르게 박차고 나가 런던으로 가는 기차를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결국 발각된다.
남편이 버지니아에게 던진 말은 대략 이렇다. "당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이곳으로 왔고, 당신을 위해 인쇄소를 차렸는데..이럴 수 있냐..런던에서 당신이 망가졌던 것을 생각해봐라..두번이나 자살 시도를 하지않았냐. 의사들이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그랬다. 당신은 배은망덕이라고 생각지 않아?"
버지니아는 대략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의사들이 하는 말, 믿지 않는다고. 망가지더라도 움직이는 런던에 있고 싶어. 정신병자도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당신이 내 삶을 다 빼앗아 버렸어. 나도 리치몬드의 고요와 평화를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어. 배은망덕이라니..그런 말을..내게 하다니.."
결론은 영화를 보시길.. 그 과정에서 가장 강렬한 메시지를 버지니아가 던진다..퍼~엉...깜짝.. "삶과 투쟁하지 않으면 평화는 없어."
로라의 친구가 자궁암에 걸려 친구를 찾아와서는 역시 의사를 부정한다.. 의사란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삶을 규정하거나 구속해버린다. 특히 정신병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병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그것을 찾아내 해결하기보다 약물치료로 억제해버린다. 여성관련 병에 대해서도 그렇다. 자궁에 뭔가 병이 생기면 쉽게 들어내 버린다. 그런 의술 행위가 당사자인 여성의 남은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고민하지 않고 말이다. 내 삶을 내가 선택하고, 살아가는 것..누구에 의해 판단하거나..누구를 위해 살거나 하지 않고...세사람의 여성의 하루가 그것을 보여주었다.
니콜 키드먼이 엄청난 연기를 했다고 난리를 치는데..물론 아주 좋은 연기였다. 버지니아처럼과 흡사해 보이기도 하고..그렇지만..나는 역시 관록의 메릴 스트립에 한표.. 그녀야 말로 진정한 댈러웨이 부인이 아닐까..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이지적인 얼굴과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는 연기...요즘은 나이든 사람들의 연기를 보면..가슴이 저릿하다..나도 나이를 먹으면 삶이 깊어짐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집에 가서 리플렛을 보니까..세상에...그 감동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에 꼭꼭 넣어두고는 가끔 다시 빌려보는 '빌리 엘리어트'를 만든 스티븐 달드리 감독이 만든 영화였다. 감독이 영화 전부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지만..모르고 봐도 별 상관이 없지만..그래도 알고 나니까.. 이말이 딱..생각났다.. 자영언니왈..."되는 놈은 된다."
----교정도 보지 않았고, 문장도 다듬지 않았다...완전 날 것이라..괴로울 수도 있겠구나..흐흐.. 하긴 뭐 이 곳에 있는 잡글들이 대부분 그러니까.. 나는 왜 다시 돌아보고..다듬는 작업이 왜 이리 귀찮은 걸까..게으름은 나의 적이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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