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9

from 일기 2010/03/19 23:01

코피가 나고 있다. 코피가 나서 이런 느낌이 들기는 처음인 것 같다.

코피가 나면 '아 요즘 좀 무리했구나' 하거나 '그럴 줄 알았어' 하거나..

그런데...지금은....

왜?????????

라는 생각밖엔... -_- ;

전혀 무리하고 있지 않은데 왜;

 

설마 오늘 목욕 갔다 온 게 그렇게 힘들었던 것이냐!!

내 피부 위의 지우개 .... 힘들긴 힘들었지만 ;

 

-

성공하려면 독하게 해야 한다는데.. 음, 그래야 할 것 같은데

독하게-가 안된다, 독하게-가...

선택의 문제가 아닌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러면 살짝 불안해지기도 한다.

독하지 않게 성공하고 싶어잉..

 

-

주말엔 놀거다.

사실 놀 생각에 지금부터 놀고 있다..홍홍홍....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거나 살짝 귀찮아하던 주말 나들이가 이렇게 기다려질 줄이야 ;ㅁ;

 

 -

인턴도 아닌 것이.. 알바도 아닌 것이... 수습이랄까 하여간

서울로 일하러 간 언니가 1박 150의 럭셔리한 호텔 쇼룸에서 옷장사를 마치고

'앗싸 득템!!'을 외치며 집어온 헤네시 미니병 두 개........

그러면서 자기도 약간 마음에 걸렸는지 나에게 '미니바가 뭐냐?'고 묻는...흐어어...

 

"미니바 이용하셨어요?"

"아니오"

계산할 때 그랬다는 거지..

 

뭐 1박 150이면 이 정도는 공짜겠거니.... 싶은게 당연한 거 같긴 한데 -_- ;

사장님한테 추가 청구 연락 가는 거 싫으면 어서 호텔에 연락해 보라고 충고해주었다 ;ㅁ;

 

'바보야' 라고 하긴 했지만 씁쓸하다 제에길...냉장고에 있는 거 뭐 먹었냐고 물어봐도 되잖아..

그냥.. 마음에 안든다.

몸도 무거운 것이 하이힐 신고 호텔까지 다시 가서 조그만 술병 두 개를 돌려주고 와야 한다는 것도 ...

급여도 모르고 일부터 하는 것도... 백만원 넘는 옷을 쉭쉭 사더라면서...이상하다고 느끼는 것도..

그냥 일은 일인건데... 몇백만원 짜리 옷을 팔건 몇천원짜리 옷을 팔건 그냥 옷을 팔고 있다 라고 생각하면 되는거긴 한데..

당사자도 아닌 내가 이렇게 이유없이 맥빠지는 걸 보면, 당사자도 비슷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나...

머엉.... ' _ '

 

 -

엄마가 돈을 줬다. 네가 가지고 있다가 아침에 나갈 때 조금씩 주렴- 하면서 ;;;

이건 뭔가 - 이 집안엔 정녕 돈관리라는 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단 말인가...이런 생각이 든다..

 

엄마가 가끔 귀여운 짓을 한다. 메롱..에베베베...삐침.. 뭐 이런 건데 ;; ; 귀엽긴하다..한데...

음... 뭔가 자꾸 전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내 차례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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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9 23:01 2010/03/19 23:01

가랑비 속의 외침

from 읽기 2010/03/19 02:07

在細雨中呼喊

 

오전에 [또] 누워 자던 중...전화가 와서 벌떡 일어나다가 물컵을 엎어서 빌려놓은 책들이 젖었다 ;ㅁ;

인생은 닦아 놓으니 멀쩡한데 가랑비 속의 외침은 앞부분이 꽤 젖었다.

도서관에 변상...한다고 하고 그냥 살까 싶다... 잘됐다.. (잘됐긴;) 갖고 싶었는데.. (돈이 없잖니-_-)

갖거나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선물하고 무슨 말을 들을 진 모르겠지만...ㅎㅎ

 

인생을 읽고 그냥 오기 뭐해서 이 아이도 빌려 왔는데 그날 밤 잠깐만 본다는 것이 꼬박 밤새 읽어버렸다.

하루에 소설을 두권이나 읽다니; 재밌으니까 가능한 일이다..

아무튼 읽고나니 이 아이가 무척 마음에 들어버렸다.. 인생도 괜찮았지만 이 아이는 정말, 반했다..ㅎ

몇 번 더 읽고 정리하고 싶지만 일단 첫빠를 남겨둬야지..

 

한자로 된 제목은 재세우중호함..

난 호성인가 하다가 찾아보니 호함... 그래서 다시 고함? 하다가...아, 그냥 호함이구나 했다.

그래, 주인공 광림은 절대 고함을 지르지 않을 아이다.

그가 빗속에서 부르는 그 소리는 그 모습은 파장은 어떨지... 잘 모르겠다.

조용히 나직히 그렇지만 또렷하게 오랫동안 울리도록 부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젊은 나이에 죽은, 사랑했던 친구 소우를?

후레자식 아버지를? 무기력한 형을? 죽은 양아버지를?  떠나버린 양엄마를?

교활했지만 불쌍했던 할아버지를? 침묵하는, 그러나 어느 순간엔 와글거리는 마을 사람들을?

분신 같았던 노노를? 짝사랑했던 여자애를?

 

가랑비 내리던 밤 여인의 울음 소리를 듣고 공포에 떨던 기억, 죽은 사람을 본 기억,

그리고 다음은 고향인 남문을 떠나 입양보내지던 기억이다. 그 다음은 고향으로 돌아온 기억..

그 다음부터는 무순...이라고 해야할까... 떠오르는대로 말 하듯이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적는다.

어떨 때는 자기 기억이 아닌 남의 기억도 적는다... 묘사는 정확하다.

광림이 관찰을 많이하고 생각을 많이하는 아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들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자기 기억과 같이 기술한다.

특히 소우가 죽던 날 아침의 묘사는..... 몇번이고 죽은 소우의 마음을 떠올려보고 소우가 되어보고 했을 것이 상상될만큼 또렷하게 이야기한다. 담담하게.

 

어떤 가족 구성원하고도 친밀함을 느낄 수 없었고 마을의 누구와도 가까워지지 않는 광림.

그 큰 외로움과 고독을 인정하지도 않고 삼키면서 화내지도 거부하지도 않는 광림..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 광림.. 늘 지켜만 보는 아이..

그런 광림이 손내밀어 잡았던 것은 따뜻한 소우와 어리지만 당돌한 노노... 정도?

소우는 광림에게 먼저 다가와주었고 노노에게는 광림이 먼저 다가간다..

결국 그들도 그 곁에 오래 남지는 않았지만...

남문의 흙탕길과 바람, 강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추억은 남아있다.

아름다운 추억과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모욕과 수치의 기억, 혐오스러운 것들, 물리적으로 변화한 현실..

그런 것들을 좋다고 싫다고 아팠다고 어쨌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줄줄줄....적는다.

읽고 있는 내가 다 아프다..

 

책을 읽으면서 풋- 하고 웃을 수 있었던 장면은 딱 한 장면이었다.

 

 "할 말이 있어."

 달빛이 비추는 가운데 나는 소우를 바라보았다. 소우는 말을 곧 잇지 못하고는 얼굴을 쳐들었고,

나 역시 머리를 들었다. 나는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달이 구름 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고요히 떠다니는 달을 지켜보았다. 구름에 접근하자 어두웠던 끝자락이 빛나기 시작했고 이내 달은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소우가 말을 이었다.

 "며칠 전 네게 한 말, 여자를 껴안았을 때의 느낌 말이야."

 소우의 얼굴은 어두 때문에 잘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그의 음성은 분명했다. 달이 구름을 뚫고 나오자 순식간에 또렷해졌고 순간 말을 멈추고는 얼굴을 들어 밤하늘을 바라봤다. 달이 또 다른 구름에 접근해갔고, 다시 구름을 벗어나자 소우는 말을 이었다.

 "사실 정량의 어깨가 아니라 네 어깨를 안을 때의 느낌이었어. 그때 그런 느낌이 들었어."

 소우의 얼굴이 순간 밝아졌고, 달빛은 생동하는 소우의 미소를 내게 전해주었다. 소우의 미소와 멋쩍어하는 음성은 달빛이 모습을 드러내기를 반복하던 그날 밤, 오랫동안 내게 따뜻함을 전해주었다.

 

아... 므흣하다. 따뜻하고.. 하지만 이 이상은 별로 없다;

입양되었을 때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이야기도 조금 발랄하긴 하지만..전체적으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슬픔이 너무 커서 대부분 비극적인 느낌이다.. 재가한 아버지에게 버림받는 국경이, 자유롭고 멋진 형을 황달 간염으로 잃게 되는 류소청..

하지만 차라리 이들과 함께였다면 광림의 살아온 날들은 덜 고달팠을지도 모른다.

양부모를 잃은 광림이 류소청과 국경이의 도움으로 고향 남문에 다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그 길고 지난한 시간의 시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림의 이야기 중간 중간에 가족에 대한, 고향 남문에 대한 애정이 보인다면 확대해석인걸까... 애정이 아니라면 연민 정도일까... 그냥 뗄 수 없는 정 같은 것일까..

사실은 형과 친해지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읽다보면 문득 들 때가 있었다.

모르겠다. 마을 사람들.. 마을 사람들은 언제나 침묵하거나 수군대거나... 특별히 광림과 관계를 맺지 않는다.

<인생>에서도 보면 푸구이가 흙을 좋아하고 농사일을 즐기긴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는 거의 없다.

마을 사람들은 벙어리 딸 펑샤를 놀리거나 하는 정도의 사람들이다...

뭘까....

나는 어떨까. 나는 마을 사람들과 관계 맺을 수 있을까? 어떤 마을이냐에 따라 다를까?

적어도 지금 있는 마을에서는 관계맺고 싶지 않다 ;; 태어난지 얼마 안되었을 때부터 7살때까지 살았고 이후로도 자주 왔던 곳이고, 집을 이곳으로 옮기고 나서는 가끔 집에 들르면 좋은 정도였지만...

이렇게 살러(?) 들어오니 좀 묘하다. 가능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편이다...

이래서야 어디 촌에 가서 살겠다는 건지 앞날이 막막하기도 하지만 -_- ; 일단은 그렇다.. 다른 동네는 좀 낫지 않을까 하면서..ㅋㅋ

아무튼 ... 그때 가서 생각하고..

 

오늘 밤에는 광림이 꿈을 꾸려나..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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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9 02:07 2010/03/19 02:07

쿨핫

from 읽기 2010/03/18 02:59

'쿨핫'보느라 밤새고 늦게 일어났다.

언니가 사 모은 만화책들을 종종 꺼내 보고 있다.

다 본 것들인데도 다시 보니 다 새롭다... 일단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전혀 촌스럽거나 이상하지 않은 오히려 너무너무 멋진 그림체에 한 번 놀라고

철학적인 심오함에 놀라고, 파격적인 소재에 놀라고..

당췌 난 어렸을 땐 뭘 본건지.. ;;;

좀 더 나이를 먹고 보니 만화에 배경처럼 등장하는 인물, 문학이나 영화, 음악 같은 것들을 알아보는 것도 늘어난 것 같고

사실은 쎈 내용을 암시하는 은근한 비유들도 눈치채게 되었다.

어쨌든 다들 훌륭...하다.. 정말

지혜안, 이정애, 이빈, 문흥미, 박희정, 한승희, 유시진, 이강주, 김화영

언니의 책장 한 귀탱이에 자리한 이름들.. 이 중에 아직도 한국에서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몇 안된다.

언니 말에 의하면 일본에서 활동하다가 접었다는 경우도 있고..뭐..

다들 뭐하고 계시는지 무척 궁금해한다. 언니가. 물론 나도..ㅎ

동성애, 여성주의, 청소년의 자기결정, 장애, 계급, 락 음악, 인종, 문학에 대한 열정, 가족관계..

뭐 이런 이야기들을 처음 접하게 해준,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해준 건 모두 이 분들의 만화ㅋㅋ

 

쿨핫은 예전에 봤을 때는 잘 이해를 못했었다. 난 등장인물이 많고 띄엄띄엄 봐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이야기 구성 자체가 시점이 왔다갔다 하는 구성이다.

10만큼 이야기가 진행되었으면 다시 돌아가서 5부터 시작하고, 15까지 왔다가 다시 8쯤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track01'과 같이 트랙번호를 붙이고 변주곡처럼 만든다. 인물도 많은데다가 메인 캐릭터가 돌아가면서 바뀐다.. 그러니 이해를 잘 못할 수 밖에 -_- ; 난 사람 얼굴도 잘 못알아보지만 만화도 마찬가지인듯..ㅎ

게다가 내용 전달이 많이 간접적이다.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감정/의사 표현이 비언어적으로 이루어지는 순간이 많은데, 그 단서를 가지고 이들이 어떤 감정의 교류를 하는지 캐치해야 한다.

감정을 상상하고 싱크로 되었을 때의 짜릿함이란...참..ㅎㅎ

 

남자같은(?) 여자 이루다, 나사빠진 남자 이루리..이 두 남매와 '가디록'이라는 고등학교 독서토론동아리의 멤버들의 얽히고 섥힌 관계.. 물론 루다나 루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건 아니지만

뭔가 '핵'은 이 두 남매인 듯... 상처받고 억누르거나 그런 자신을 힘들게 바라보거나 하는 다른 아이들 가운데 루다와 루리는 밝음 에너지로, 자기 긍정으로 자연스럽게 무게 중심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고3 명찰에 시험의 코앞에 서 있어도 고민은 다른 곳으로 뻗어나가는 그 때..

선배에 대한 동경, 가족에 대한 연민 혹은 증오, 튀는 아이들을 씹어대는 일, 보이쉬한 친구를 쫓아다니는 여자아이들, 예쁘장한 친구를 놀리는 남자 아이들..

어딜가나 있을 법한, 나 또한 겪었던 그런 많은 감정들이 파노라마처럼 담겨있다.

특히 '이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한 번 쯤 고민해 보았을 묘한 느낌들을 여러가지 상황을 통해 섬세하게 보여준다.

사랑인지 우정인지 동경인지 그저 본능인지..ㅎ 기쁨인지 서운함인지 미안함인지

감정은 늘 명확하지 않고 사람 헷갈리게 만드니까..더군다나 사춘기엔 더 그런 것 같으니까..

자기 내면을 바라보고 이해하기란 더 어려운 것 같다.

 

내용중에는 지속적으로 던지는 짧고 굵은?? 메시지가 있다.

비쩍 마르고 학교에서는 잠만 자는 남자애.. 자주 안나와서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그 아이는 별로 등장인물이라는 생각도 안든다..정말 4차원, 만화 밖 인물 같지만 아무튼 그 아이가 하는 말이 남자가 힘이 세지려고 하고 힘센 남자들이 종족번식에 성공하면 할 수록 힘센 남자는 힘이 약한 남자를 괴롭히고 힘이 약한 남자는 열등감에 더 힘이 없는 여자를 괴롭혀서 모두가 파괴로 향하는 진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흐흐..

 

cool hot ... 집에 6권까지 밖에 없어서 6권까지만 봤다. 뒤에 더 나온게 있는지, 혹시 내가 그걸 봤던 건 아닌지 잘 모르겠다 ;; 어쨌든...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쓰리기도 하고 그렇다.

이 글 쓰다가 누워 잠들어서 비슷한 꿈도 꿔버렸다 -_- ;

어쩐지 누군가가 그리워지면서도 만나기 두려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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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8 02:59 2010/03/18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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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8

from 일기 2010/03/18 02:58

비가 오다가 눈이 온다. 며칠 째 날씨가 이랬다 저랬다 한다.

기분이 좋을 땐 상관이 없지만 좋지 않을 때는 괜히 마음이 산란해진다.

 

한 며칠 공부한다고 이것 저것 해보았는데 수업을 시작하면서 앞뒤로 정신이 없다.

2학기엔 그만둬야 하나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시험때문에 하던 수업을 중단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없는 건 사실이다.

첫 수업을 하고 왔는데...캐비넷 싱얼롱즈의 목인 닮은 여자애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흐흐흐.. 무지 예쁘다.

다른 아이들도 다 예쁘다..쪼그만해가지고 귀여운 애도 있고.. 키는 나보다 큰 것이 엄청 부끄러워 하는 애도 있고.. 이래저래...것 참... 따뜻한 느낌이 드는 아이들이다.

발달장애..라고 하는 C는 아직 표정을 봐도 잘 모르겠지만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서로..푸하하하...빵 터지고...

그러나 언제까지 수업에서 개그만 할거냐..하는 자책도 좀 든다; 좀 진지해져보자구 ;ㅁ;

 

기관에 '등록'했다. 수업을 후원하는 기관인데, 생각해보면 예전에 이런저런 일로 '보이콧' 이야기까지 나왔던 기관이다. 잊고 있었지만 '등록'하면서 생각났다.

이력서를 약간 오기에 차서  쓰고, 밑부분에 일에 관한 견해를 적으라길래 또 오기에 차서 썼다..ㅋㅋㅋ

생각해보면 더 쎄게 썼어야 됐나 싶기도 하지만..어쨌든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보이콧도 쉬운 게 아니다.. -_- ;

 

보조강사료가 강사료의 반에 반이다. 2학기 때는 절반이고..

뭐 생초짜에 배우는 입장인 것도 아니고, 하는 일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이런 상황이 무척 마음에 걸린다.

예전에 기획서 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예산 짜기 편하게만 액수를 정했는데

어차피 다 내부 사람들이 할 거였고 단체로 다시 다 모을 거였기 때문에 대충 그렇게 했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공모사업은 인건비가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 보니...정말 문제의식이 없었구나 싶다 ;ㅁ;

그렇다고 내 돈을 나눠줄 수도 없고.....

내가 더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방법인가.. (먼 산.. ' _ ' )

옛날 생각이 난다. 그 때 내 임금의 두배를 받던 그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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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8 02:58 2010/03/18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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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from 읽기 2010/03/13 22:17

할아버지랑 같이 늦은 점심을 먹고 도서관으로 왔을 땐 3시 반 쯤...

오전에 목표로 삼았던 페이지까지 진도를 나갔으므로 ㅋㅋㅋ 보상으로 소설을 읽기로 했다.

오랜만에 찾아간 도서관에서 새 대출증을 만들어 처음 빌린 책. 인생..

인생을 읽어보고 싶다고 느끼게 된 건 몇 주 전 서점에서 위화 소설들이 주르륵 꽂혀 있는데

뭔가가 확 땡겨서였다.. 뭔가는 뭐였을까..오정희의 추천사? ㅋㅋ 백원담의 번역? 표지디자인?

책 뒤에 쓰여져있는 본문의 글이 뭔가 쏘 쿨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는 농촌에 민요를 수집하러간 젊은 한량이 (여기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가 떠오른 -_- ; )

마을에서 만난 푸구이라는 노인으로부터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니까 액자...인건데; 푸훗. (여기선 수능이 떠오르누나;)

노인의 이야기가 정말 구성지다고 해야 할지... 어떨 때는 농담같고 어떨 때는 심금을 울리는!! 신파극 같은 흡입력으로 나를 쪽 빨아들였다. 결국 중간쯤에서는 눈물과 콧물을 목도리에 닦으며 읽게 되었다;

 

노인의 말투는 쏘 쿨한데 살아온 이야기는 막장 드라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젊을 때 여자와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 푸구이는

이후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사는데,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로 이러쿵 저러쿵 고생을 많이하고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떠나보내게 된다.

한번도 싫은 내색 한 적 없고 고생만 한 아내가 병으로 죽고.. 뭐 이런 식..

자기 손으로 한 명씩 한 명씩 가족들을 묻으며 푸구이는 삶을 이어간다.

가족이 모두 죽고 혼자가 되었을 때 늙은 소를 한마리 사서 함께 농사를 짓다가.. (여기선 워낭소리??ㅎㅎ) 농사일을 하던 중 젊은 한량을 만나게 되는거다.

 

노인은 소에게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 아내의 이름, 아들, 딸, 사위, 손자의 이름을 들먹이며 재촉하는데

"푸구이야...자전과 얼시는 벌써 밭을 이만큼 갈았는데 너는 ...." 이런 식으로...

이유는 소가 혼자서 일하면 일할 맛이 안나니까 주변에 다른 소가 있는 것처럼 소를 속이는 것이라고 한다.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이 짠해지는 유머다..

그런 대목이 꽤 많았는데, 푸구이의 아버지가 집안이 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에게 두 손가락을 펴보이며 "우리 집안은 두 망나니를 낳았어.."라고 이야기 하는 장면..

아버지도 젊을 땐 푸구이 못지 않은 망나니였는데 '두 손가락을 펴보이며'가 참 씁쓸하면서도 웃긴거라..

전쟁터에 끌려간 푸구이가 해방군의 포로로 잡혔다가 여비와 먹을 것을 받고 풀려났을 때, 잠깐 그들을 도울까 생각도 하지만 두려움과 식구들을 떠올리며 '은혜갚는 건 포기하자. 대신 해방군이 잘해준 건 절대 잊지 않기로 하자'라고 다짐하는 장면도 장난아니다..ㅋ

 

사람들은 의외로 푸구이한테 굉장히 너그럽다. 사실 이 사람은 젊었을 땐 개망나니였고 개과천선을 한 다음에도 가난한 살림에 아들을 위해 딸을 다른 집에 보내지를 않나 (물론 못견디고 다시 데려오지만)

아들한테는 버럭-_-으로 밖에 애정표현을 잘 못하는, ㅋㅋ... 짧은 식견으로 아들의 앞날을 막는 권위적인 아버지에... 용기없음과 무식함이 적당히 버무려진 사람인데...

그래 밉지가 않긴 하다..ㅎㅎ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내도 딸도 아들도, 구박받던 종조차도 그런 푸구이에게 화내지 않고 애정을 보여준다.

물론 그만큼 그도 애정을 보여주고.....아...소설에 사랑이 넘쳐난다.

뒤에 백원담 교수의 글에도 보면 '미화'되어 표현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나오는데...사실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역시 푸구이가 미운 캐릭터는 아니다.

묘했던 장면은 말못하는 푸구이의 딸아이가 임신을 하고 머리 비뚫어진 사위와 온 가족이 모여 기쁨의 눈물을 쏟는 장면인데..

말못하는 딸이 걱정되어 죽을 것이 겁났다고 고백하는 푸구이 부부와 죽을 때까지 자기 손을 놓지 못했다던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는 사위, 서로의 약점이 애정의 조건이 되는 그런 묘한 상황이 찡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떤 기막힌 필연들..  도박으로 푸구이의 전재산을 빼앗은 룽얼은 악덕 지주로 처형된다.

인민공사의 강철 만들기에 우연히 성공한 푸구이 가족에게 내려진 상은 푸구이의 아들이 애지중지하던 양을 죽여 만든 음식이었다.

푸구이의 아들이 병원에서 피를 뽑아주다 죽게 되는데 이 피가 필요한 산모의 남편은 푸구이의 전쟁 동료였던 춘성...이후 춘성은 문화혁명 이후 자본주의 실권파?로 몰려 매를 맞다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 

이후 푸구이의 딸은 아들 유칭과 같은 병원에서 아이를 낳다 죽고 사위도 사고로 같은 병원에서 죽는데

푸구이는 다친 사위를 병원에만은 데려갈 수 없다고 소리친다..

중국 근현대사를 좀 더 잘 알고 있다면 한번씩 사회가 급변하면서 푸구이 가족이 겪는, 혹은 슬쩍 넘어가는 그 세파가 무엇인지, 저런 우연과 필연, 상황들이 암시하는게 뭔지 알 수 있을것 같은데..

그저 대강 짐작만 할 뿐이다. 어떤 장면들은 그냥 공감이 가기도 한다.

기근에 친정집에 가 쌀을 얻어온 푸구이의 아내가 인민공사의 대장에게 어쩔 수 없이 쌀을 조금 나눠주고 나서 그것이 아까워 눈물을 흘릴 때... 뭐 그런 느낌은..어쩐지 알 것 같은 기분..ㅎㅎㅎ

 

 인생은 영화로 만들어졌다는데... 어쩐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게 무척 자연스러울 것 같다. 인상적인 이미지들이 많아서 그런지..

물론 잘못하면 완전 신파영화 될 가능성도 높겠지만..ㅋㅋ 궁금하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책 뒤에 있는 본문 글은 다시 봐도 쏘 쿨하다.. 나는 노파가 되면 인생을 어떻게 돌아볼 건가..ㅋㅋ

지금도 신체나이는 노파이지만...흐흐흐...

 

 

"내 한평생을 돌이켜보면 역시나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아. 정말 평범하게 살아왔지.

아버지는 내가 가문을 빛내기를 바라셨지만, 당신은 사람을 잘못 보신게야.

나는 말일세. 바로 이런 운명이었던 거라네. 젊을 때는 조상님이 물려준 재산으로 거드름을 피우며 살았고, 그 뒤로는 점점 볼품없어졌지. 나는 그런 삶이 오히려 괜찮았다고 생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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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3 22:17 2010/03/1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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