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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어린 날의 상처였다고 지금은 머리로도, 또 어느정도 감정으로도 정리가 된 기억들이고
어느 덧, 20년이 지났다.
6월 항쟁과 7,8,9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면서 어마어마한 힘을 느꼈고, 그처럼 벅차고 또 신났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세상이 곧 바뀔거라 믿었다. 그 시기에 대학을 다녔고, 또 운동을 하고 그래서 지금도 내가 사는 방식에 대해 어떤 의심도 해본 적이 없다.
정작 그 시대를 움직인 사람들은 민중이고, 노동자인데 마치 몇몇 이름있고 잘나가는 사람들이 다 만든 것처럼 이야기되는 요즘이다.
군정시대가 끝나면서 우르르 정치권에 줄을 서고, 그 언저리에서 뭔가 하나씩 꿰차려고 하는 자들이 80년대를 움직이고 또 민중을 조직한 것처럼 보여지는 기가막힌 세상이라는 거다.
나는 그들을 믿지 않는다.
언더팀에 있을 때 친했고, 또 나한테 많은 이야기를 해준 훌륭하고도 날리는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김영삼 정권 때 청와대 비서실에 있었고,
96년 내가 다시 구속되어 구치소에 있다가 나왔을 때 공연장에 찾아와
나보고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사냐고 했다. 그냥 조용히 고생했다...하고 갈 것이지...
정신 못차린 사람들 내 주변엔 무지하게 많다. 그 당시 활동했던 사람들이 모두 정치권에서 성공하고 이제는 세상이 바뀐 것 같고, 또 운동도 바뀌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 말고 학생운동 때도 이름 없이 밑에서 활동하고 현장에 들어가
20년동안 꾸준히 자신의 성공이 아니라 노동자 삶의 변화시키고 세상을 제대로 바꾸기 위해 싸워온
멋진 선배들이 내 주변엔 훨씬 많다.
그런 선배들, 활동가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모두 자기들 세대에서 끝난 것처럼 떠들지 말아주길...
정신차린 자들이 정권에 붙어 6월 항쟁이 자신들의 성과인 양 지들끼리 축배를 드는 꼴을,
정신 못차린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절망감으로 바라본다.
그들만의 잔치에 끼고 싶지도 않다는 거지.
차라리 그냥 내버려두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저 깊은 어둠 밑바닥에 묻혀있던 오래된 상처를 끄집어 내는 건
내 기억 속의 6월 항쟁이 그냥 저렇게 미화되고 박제화되는 게 싫어서였던 것도 있다.
물론, 20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는 생각도 들었지만
96년에도 구속되었었기 때문에 나는 사실 작년 2006년에 못내 불안했다.
10년 주기로 한 번씩 들어갔다 나오는 징크스가 있는 거 아닐까 하고...
꿈도 많이 꾸었다. 경찰한테 쫒기는... 도망가도 찾아내고 다시 탈출해서 도망가면 또 바로 뒤따라 오고
계속해서 내 뒷덜미를 잡아챌 것 같은 불안감에 쫒기며 뛰고 뛰어도 꿈이라 발이 내맘대로 안 움직이는...
앞으로도 가끔씩 악몽을 꾸겠지만
그 상처도 나를 만들어 온 과정이라는 걸 조용히 생각하면서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에게 추모의 마음을,
그리고 용기있는 시민,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보내며
그냥 나는 내 일상을 고민하며 6월을 기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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