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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2009년에 한 지역기관지에 실렸던 글입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우리가 누군가를 도우면 때론 더 큰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때론 단 한 번의 도움으로 스스로 딛고 일어서기도 합니다.

더 큰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염치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우리 도움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도움에는 도움 받는 사람의 의존성이 심화되는 도움이 있고, 도움 받는 사람의 독립성이 자라나는 도움이 있습니다.

 

이것과 관련하여 흔히 인용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

 

이 이야기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스스로 자신을 도울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물고기를 잡아다주면 그것을 받아먹는 사람은 물고기 잡아주는 사람에게 갈수록 더 의존하게 됩니다. 결국 도움을 주는 사람의 힘이 커질 뿐입니다. 서로가 원하지 않아도 둘의 관계는 주종 관계가 됩니다.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운 사람은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더 이상 의존하지 않아도 됩니다. 스스로의 힘이 커지는 것입니다. 둘의 관계는 동반자 관계가 됩니다.

 

지역사회에서 가난한 주민을 향한 우리의 도움은 어떤 도움일까요?

주민이 스스로의 힘을 키워가도록 돕는 도움인가요? 아니면 도움을 주는 우리의 힘만 자꾸 커가는 도움인가요?

 

어떻게 하면 주민의 힘이 커가는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이것은 우리가 어떤 눈으로 주민을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돕고자 하는 주민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주변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나약하기만 한 사람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요?

도움만을 바라며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염치없는 사람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를 도움으로써 내 삶이 아름다워 질 수 있게 해주는 가난한 주변인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렇다면 우리는 그 누구도 도울 수 없습니다. 이 마음으로 누군가를 돕는다면 우리야말로, 우리 때문에 절망의 구렁텅이로 점점 깊이 걸어 들어가는 그에게, 차갑게 식은 도시락 하나 들려주며 스스로 만족하는 염치없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자기만족’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착한 사람’ 되자고 하는 일도 아닙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그와 함께 사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그를 ‘또 다른 나’로 깊게 끌어안는 일입니다.

 

물고기를 잡아주던,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던, 그러기 전에 그가 물고기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기나 한 걸까요?

 

정시영 (한국주민운동정보교육원 상임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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