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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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의 정책협약식으로..
민주노총은 이번 선거에서 두 번의 배신을 했고 자신들의 계급적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했다.
특히 경기에서는 심상정이 버젓이 민주노총의 공식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유시민과 정책협약식을 갖는..
그야말로 시정잡배도 하지 않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굳이 김주익, 배달호, 곽재규, 허세욱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노동자의 전국조직 민주노총이..
지난 10년간,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삶을 파괴한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고스란히 자신을 내어주었다.
이 행위가, 우리 운동에 있어 얼마나 중대한 역사적 범죄가 될 것인지 알지 못하는..
민주노총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이 참담한 현실 앞에서..
수십년 민주노조운동의 이 초라한 결말앞에서..
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앞에서..
이 무기력함..
이 좌절..
이 분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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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쟁의 시간들은,
우리에게 깊은 흔적을 남길 것이고..
두 개의 진보정당의 첫 전국선거라는, 진보정치운동의 역사에 길이 남는 선거가 될 것이다.
하나의 정당은 연립정부를 부르짖으며 보수정당의 품에 진보정당 10년의 역사를 송두리째 갖다 바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를 지워가고있고..
또 하나의 정당은 길거리에 내몰려 선 채로 얼어죽을 위기에 쳐했다..
어쩌면 결국 두 정당 모두 이제 더 이상 의미없는 세력으로 소멸해 갈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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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막바지로 향하고 있고..
나도.. 동지들도..
몸과 마음이 쇠잔해져가고 있다..
나도.. 동지들도..
그리고 이 선거를 정면돌파하고 있는 각 지역의 '무모한' 싸움꾼들도..
모두.. 고갈되어가고 있다.
무모한 대장정.
이 무모한 대장정 속에서 많은 동지들이 사라져갈 것이다.
어쩌면 나 또한 그 무리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얼음장같은 현실에도, 두 발로 꿋꿋이 땅을 딛고.. 온 몸으로 맞선 전국의 동지들..
그리고 당신들과 함께 한, 그 어느 해의 치열하고.. 그야말로 오랜만에 전투적이었던 봄날은..
내게 많은 흔적과 과제를 남기고 오랫동안 소중한 자양분이 될거야.
이 시간이 지나면 세상의 모퉁이들 그 어딘가로 한 개씩의 씨앗이되어 각 자 흩어져가겠지만..
이 시간, 이 공간에서 우리는 함께 역사를 만들었다.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자.
동지들, 조금만 힘내자.
이제 5일이면 된다.
눈물과 좌절은.. 조금만 더 미뤄두고..
그 날 다 뱉어버리자.
다 토해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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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맴돌던.. 스무살의 어느 날이 문득 떠올랐고..
간절하게 그 날을 다시 만나고 싶어졌다.
이 전쟁이 끝나면 마로니에로 가야겠다.
비로소 그 친구를 이해하게 된 후 만나게 되는 그 곳은..
새로운 일상을 걸어갈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던져주겠지.
5일이다.
드디어,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대장정의 끝이 보인다.
그 결과와 평가에 앞서..
내 자신도.. 동지들도..
그리고 전국의 싸움꾼들 모두..
자랑스러워.
우리, 평가하기에 앞서 일단 우리 자신과 옆의 동지들을 칭찬하고 상 먼저 주고 시작하자.
우리, 충분히 그 정도 자격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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