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월3일 민노당사태 논평글(노힘)

[논평] ‘침몰하는 타이타닉’과 ‘구명대’, 그리고 ‘새로운 정치 주체’의 형성을 위해


2월 3일, 민주노동당 비대위의 혁신안이 소위 ‘자주파’의 집단적인 반대에 부딪혀 부결됐다. 이어 2월 4일, 심상정 비대위 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 전원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로서 지난 17대 대선의 패배를 둘러 싼 민주노동당 내부의 논란은 한 매듭이 지어졌다. 그러나 2월 3일 매듭지어진 것은 ‘17대 대선을 둘러 싼 평가’만이 아니다. 87년 이후 “한국민주주의의 최대의 ‘제도적’ 성과”였다고 평가되는,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대중적 진보정당운동도 역사적인 한 매듭이 지어졌다. 그런데 그 역사적인 매듭은 노동자민중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의원이 표현한 “침몰하는 타이타닉”처럼 그렇게 지어지고 있다.


“자주파로 보이는 대다수 대의원들이 환호성과 함께 혁신안 부결을 ‘자축’했다”고 한다. 비대위 혁신안이 “‘종북’과 일방적 책임전가식의 내용이며, 사실상 ‘반북정당화’, ‘자주통일운동 전면부정’, ‘자주대오 불인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판단한 소위 자주파는 당 대회를 통해 조직적인 응집력을 보여주었으며, ‘민주노동당 내 최대 세력’임을 현실에서 다시 한 번 입증해 줬다. 그러나 딱 그 지점까지다. 비대위를 내세워 대선 참패의 책임을 모면하고, 또 그 비대위의 혁신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실력으로 입증해서 “분열분파주의 세력을 준엄하게 심판”했지만, 바로 그 심판의 결과로 그들은 침몰하는 민주노동당과 함께 역사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더 이상 그들이 정치적이든 조직적이든 다수이기 때문에 노동자민중진영을 배타적으로 대표하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누구를 탓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들 노선의 현실적인 결과이다.


‘혁신안’의 부결로 전원 사퇴하게 된 비대위는 “민주노동당에 여전히 낡은 질서가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고, “변화는 과거 대신 미래를 선택할 때 가능”하다며, 그 ‘미래’의 모습이 “국민들 생활 속에 푸른 진보를 실현”하는 것이라 했다. 또 일부는 “지금 할 일은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하려는 승객을 구조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새로운 진보신당’이라는 구명대를 자처하며 나서고 있다. 침몰하는 민주노동당이 일으킬 거센 파장을 진보신당이라는 구명대를 통해 벗어날 수 있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그 구명대가 노동자민중진영을 ‘새로운’  미래로 안내하기는 힘들 것이다. 비대위든 ‘진보신당’이든 민주노동당의 실패 혹은 대선에서 참패의 원인을 ‘데모당’, ‘민주노총당’, ‘친북당’이라는 우익적 비판을 전면적으로 수용해서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경화와 개량주의화를 ‘새로운 미래’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제2의 창당’이든 ‘독자 신당’이든, 그 구명대에 오른 것은 노동자민중들이 아니라, 일부 사민주의 정치세력들 뿐이다. 그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라고 하는 거대한 자본의 공세를 헤쳐 나갈 수 있을 지, 아니면 ‘국민들의 신뢰’라는 이름으로 자본 운동의 하위 파트너로 편승해 나갈 지는 역시 그들의 몫이다.


이제 소위 ‘87년 체제’는 이명박 정권의 등장과 민주노동당이라는 개량주의적 진보정당운동의 파탄으로 한 매듭을 짓게 됐다. 노동자민중운동 진영 그 누구도 그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다음 두 가지 점은 이제 분명한 현실이 됐다.

먼저 민주노동당은 지난 대선 이후 당대회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모습과 태도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 바와 같이 더 이상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대표성을 말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은 물론 민주노동당 바깥의 일부 논자들이 오늘의 민주노동당이 처한 사태를 대하면서도 여전히 민주노동당을 노동자민중이 지키고 유지해 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완전히 시대착오적인 것이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일 뿐이다. 민주노동당은 최소한 자신들 내부의 문제조차 절차적, 형식적으로나마 처리해 나갈 능력이나 의지가 없음을 만천하에 그대로 드러냈다.

다음으로 이제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은 민족주의 진영, 사민주의 진영, 반자본 사회주의진영으로의 조직적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점이다. 당분간 각각은 스스로의 입장과 노선을 정비하고, 조직을 세우고, 나아가 대중적인 검증을 받아 나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막연한 ‘진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정치노선의 차이를 흐트려서는 안된다. 노동자민중진영의 ‘단결’이라는 명분으로 패권적인 연대 질서가 강요되서는 안된다. 이제 자신들의 분명한 정치적 전망을 전제로 서로 논쟁하고 경쟁하고, 또 새롭게 연대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 결과로 향후 10년~20년의 노동자민중운동을 정치적으로 책임질 새로운 정치적 주체가 형성돼야 한다.


노동자의힘도 이 과정에서 반자본 사회주의 한 정치주체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08. 02.05.

노동자의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