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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유영의 말을 빌리자면 청춘의 로망은 자전거이고 우리는 그 로망 하나쯤은 실행하고 살아야한다고 했다. 로망까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도 괜찮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서쪽 해안을 따라 쭉 뻗은 도로를 타면서 가는 길에는 유채꽃이 여전히 피어있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웃고 떠들고, 한번은 멈춰 서서 멍하니 바다를 보다가 다시 말없이 페달을 밟았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병우는 고등학교 친구둘이랑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떠난다. 육지에서 내려온 많은 관광객들이 하는 그런 자전거 여행을 흉내 내며 시작된 가벼운 하이킹에서 그들은 방학을 맞아 제주도로 내려온 서울 여고생들의 곤란한 일을 해결해 주면서 친하게 되고 편지를 주고받자며 헤어진다.

 

 

 병우는 그 여고생들 중 한명인 미영과 펜팔을 하게 된다. 둘 다 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아가던중 병우는 자신이 혹시 미영을 좋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올라갈 성적이 되지 않았던 병우는 왠지 공부의 의욕이 샘솟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때쯤 핸드폰이라는 것이 대중화되기 시작하고 조금씩 피시방도 늘어가기 시작한다. 미영의 편지가 뜸해지던 때도 그쯤이다.

 

 

 쌍코피가 터질 정도로 열심히 공부한 병우였지만 수능시험 결과는 신통치 않다. 그 점수로는 그냥 제주대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부모님은 그리 넉넉지도 않은 살림에 서울에 이름도 없는 대학에 들어가서 돈을 낭비하느니 국립이라 학비도 싸고 집에서 다닐 수도 있는 제주대학교에 들어가라며, ‘그래도 서울에서 공부해야 나중에 취직도 잘한다는(물론 병우 자신도  뭔소린지 모르는)’ 병우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수능이 끝나고 친구들이랑 할 일없이 돌아다니며 몰래 술 마시고 노래방가고, 담배란 것도 펴본다. 하지만 병우는 허전한 마음을 지울 수 없어 용기를 내 미영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편지를 쓴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답장은 오지 않는다.

 

 

 제주대학교에 들어간 병우가 신입생이 되어 정신이 없을 무렵 미영에게 편지가 오고 병우는 전화번호를 저장한다. 하지만 막상 전화를 하려니 어색해서 머뭇거리다 결국 하지 못한다.

 

정신없는 1학기가 지나가고 방학을 맞은 병우는 서울에 있는 '명문대'에 진학한 친구에게서 초대(?)를 받고 태어나서 처음 서울에 올라간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친구 녀석은 정말 많이 변했다. 사투리도 잘 안 쓰고 어설픈 멋은 잔뜩 부리고 다닌다. 기분이 썩 좋진 않지만 마냥 부럽고 신기하기만 하다. 술에 잔뜩 취해 들어간 녀석의 자취방은 퀴퀴한 냄새가 맴도는 반지하이다. 그 것도 다른 방들과 다닥다닥 붙어 있어 무슨 닭장 같기만 한 곳이다. 갑자기 친구가 안쓰럽다. 그렇다고 자신이 낫다고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술이 취하니 이상한 생각이 계속 든다. 미영에게 전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지고 병우는 용기를 내 전화를 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화를 받지 않는 미영, 아마 시간이 늦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 병우는 다시 전화를 걸진 않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병우는 세상모르고 자는 친구를 깨우려다 지쳐 그냥 혼자 서울 구경에 나선다. 그리고 명동에서 정신이 나갈 때 쯤 미영에게서 전화가 온다.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더욱 허둥대는 병우, 하지만 미영이 담담하게 대화를 이끌어 가고, 서울에 올라 왔으면 한번 보자는 미영의 제안을 얼떨결에 받아들인다.

 

 

 감정이 복잡해진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낯설게 다가오는 서울에서 병우는 이상한 감정에 휩싸인다. 친구 녀석은 여자는 자빠트리면 땡이라며 도움 안 되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아니 정말 그런 걸까? 난 왜 미영을 보고 싶어 하는 걸까? 어제 왜 전화를 했을까? 술에 취해서? 미영은 왜 나를 보려고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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