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용서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그 애는 나에게 말했다.

 

그래, 그 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쯤 너무도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이것저것 짜증내며 어린애처럼 징징대고 있었겠지만

그 징징댐 이상의 결의로 다잡아가며 살아가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처럼 패배감에 젖어 휘청대고 있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결국 포기했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면 변명일까?

극복하고 꿋꿋하게 활동하며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시간을 다시 돌린다해도 그럴 자신이 없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맺고 있던 모든 것으로부터의 분리, 단절이었으니까.

공간의 분리, 인간관계의 분리, 나를 보는 시선들, 나에 대해 떠드는 소리들

그 모든 악몽같은 일들을 잊어버리고 싶다는 간절한 욕구.

그것뿐이었으니까.

 

그래서 너를 더이상 원망하지 않는다고, 너를 마음 속에서 용서했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 시간 내가 정말로 원망하고 미워하며 부정하고 싶었던 건

그도, 그녀도, 어느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었는데.

 

아직은 누군가를 용서할 자격이

아니 용서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만큼의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