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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있다?

* 민중언론 참세상[반여성성에 대해 민주노총에 고함] 에 관련된 글

 

 

답답한 마음으로 글을 내려 읽어갔다.

기자가 '변화는 있다'는 소제목을 달아놓았다.

글을 읽다 변화가 과연 있는 것일까? 변화는 가능한 것일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게 된다.

문제제기 하는 이들의 노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많은 여성들 중 한사람으로서) 끝도 없는 회의주의에 빠져든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답답한 건 답답한 거다.

 

 

얼마전에 <민족민주운동과 가부장제>라는 논문을 요약해놓은 '진보적 운동권의 뿌리깊은 성차별'이라는 글을 본 일이 있다. 1995년에 쓰여진 것이니까 거의 10년도 더 된 글이다.

그런데 거기에 쓰여진 내용들은 1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리만큼,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변화가 있다해도 너무나 더디어 감지하기 힘든 것인지도.

 

 



[진보적이면서 동시에 보수적일 것임을 요구받는 자기분열적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여성'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실제로 운동권 여성들의 많은 수는 자신을 "여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운동의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이들이 택하는 전략 중의 하나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 그리고 대신 자신을 남성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여성들 스스로 남자들의 언어와 화법, 남자들의 관심사, 그리고 사물에 대한 남성적 관점 습득을 통해 남성과의 동일시를 시도해왔다. 여성 정체성의 거부와 남성과의 동일시, 그리고 '(과잉) 남성화전략'은 운동조직 내에서 존재하는 성희롱과 성폭행의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그리고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려는 사회 일반의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여성들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경우 부인이 생계의 주 담당자이다. "나라를 구하는" 일을 하는 남성들에게 있어서 가정을 돌보는 일은 일종의 소시민적 사치일 수 있으며, 가족들을 경제적으로 돌보는 문제에 있어서도 이들은 무관심한 성향을 지닌다. 자연히 남성들은 가족생계부양이라는 전통적 성역할에 따른 책임으로부터 면제받는다. 반면 그 역할과 책임은 여성에게 전가된다. 운동권의 남성들이 가족부양책을 수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남성의 권력이나 권리가 침식당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부인에게 의존하면서도 남성들은 당당하다. 오히려 가족생계책임과 양육노동, 가사노동의 분담으로 운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부인을 "가족 이기주의에 빠진" 돈에만 관심이 있는 "속물"이라고 비난한다. 가사, 양육노동의 부담과 함께 생계책임의 부담은 여성들로 하여금 결혼과 더불어 운동의 장을 떠나도록 강요하는 중요 요인 중의 하나이다.]  

 

 이 글을 옮겨적다보니 다큐<얼굴들>에 나온 시그네틱스 여성노동자들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그녀들은 많은 남성활동가들과는 달리 남편들에게 투쟁을 '허락' 받는 입장이었고, 그래서 투쟁하는 동안 더 집안일과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완벽'하고자 했다는.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빈곤이라는 '뚜렷한 억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성 문제는 이차적인 문제로 간주되었고, 단결을 해치는 어떠한 문제제기도 허용되기 어려웠다. "단결에 대한 강조, 분열을 가져오는 분파주의에 대한 끊임없는 경계"가 암시하는 바는 운동의 모든 구성원은 하나여야 하며 여기서 개인의 권리나 자율성 등의 문제는 일단 덮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변혁사 운동을 볼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실은 사회주의 운동 내에서 여성문제의 제기는 흔히 운동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분파주의자, 분열주의자로 매도되어왔으며 심각하게 논의되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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