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제 추모사]
공유정옥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문송면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어린 나이에 직업병으로 죽어갔다는 사실과 함께 저와 비슷한 나이였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어디 먼 나라 얘기도 아니고 어디 먼 옛날 얘기도 아닌, 저와 같은 시대에 같은 하늘 아래 살았던 한 소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은 결코 가볍게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저보다 훨씬 더 젊고 어린 노동자들의 죽음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황유미 한 명으로 시작했던 죽음이 마흔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어디 먼 나라의 이름없는 공장도 아니고, 대한민국 한복판 세계적으로 이름난 삼성의 공장에서 그 젊은 목숨들이 꺾여가고 있습니다.
문송면 님이 숨쉬다 떠나신 천 구백 팔십 년대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먼 옛날인 양 얘기합니다. 분명 이십여 년의 세월은 흘렀습니다. 하지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세상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무엇으로도 억압되어서는 안되는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의 권리는, 여전히 이윤과 효율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다가 일 때문에 다치고 병들고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피와 눈물은 여전히 노동현장 곳곳에 가득히 출렁입니다. 저들은 그 피눈물 위에 서류 몇 장 써두면 그만인 알량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뚜껑을 덮고, 무재해 친환경 에코 그린 청정의 이름을 붙이고는 안전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당신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수은이 깊이 깊이 스미어 갔던 열 다섯 살 문송면의 뼈를 기억하라고, 이름조차 모르는 수십가지 화학물질들이 깊이 깊이 스미어 갔던 스물 두 살 황유미의 골수를 기억하라고, 저들의 거짓에 속지 말라며 당신들의 그 젊은 죽음이 말해주는 진실을 다시 한번 새겨 듣습니다.
그리고 또 우리는 오늘 당신들의 당부를 듣습니다. 죽음으로 남기고 간 그 진실을 더 많은 이들의 귓가에 전해달라고, 마르지 않는 피눈물을 닦아낼 수 있는 더 많은 손을 맞잡으러 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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