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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만의 혈액사업 개편, 국립혈액원 잘될까


27년만의 혈액사업 개편, 국립혈액원 잘될까

 

 

 

2007년 4월 6일 (금) 07:57   뉴시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대한적십자사가 27년 만에 혈액관리사업에서 손을 뗀다.

그동안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서 맡아 온 혈액관리업무가 내년에 새로 세워지는 ‘국립혈액관리원’으로 전부 옮겨지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국립혈액관리원을 신설하기로 결정한데는 우선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혈액관리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혈액사업조직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한편 독립적 운영을 보장해 강력한 리더십과 전문성을 가진 전문조직으로 재편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5일 혈액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늦어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 내년께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국립혈액관리원으로 바뀌는 혈액관리기구는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혈액관리기구의 성격이 달라진다. 기존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철저히 민간기구인데 비해 국립혈액관리원은 정부 출연기구로 운영된다. 따라서 정부로부터 경영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혈액관리본부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580억원에 달하는 만성적자와 그에 따른 직원 임금체불 등이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혈액원별로 차이가 있지만 본부는 1개월치, 강원지역은 1~2개월치 정도의 월급이 밀려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혈액관리본부는 헌혈(채혈)과 혈액보관을 맡고 있는 전국 16개 혈액원을 포함해 3개의 혈액검사센터와 혈액수혈연구원, 혈장분획센터 등으로 총 1584명이 근무하고 있다.

원래 정원은 1995명이지만 재정난으로 인해 실제 근무인력은 이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 중 의무직의 경우 총 33명으로, 이 중 20명이 각 혈액원의 의무관리실장 등의 전문 업무를 맡고 있다. 이 역시 더 확충돼야 하지만 예산 문제로 충원이 늦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은 이와 관련,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부 직원들은 추석 보너스조차 지급받지 못했고, 이러한 열악한 환경 때문에 지난해 10월초 5명을 의사로 채용하려던 계획에서 3명이 입사를 포기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복지부 혈액장기팀 관계자는 “지금의 혈액관리본부는 회계만 독립돼 있을 뿐 독립된 인사, 감사 기능이 없다”면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직원 채용도 적십자사 차원에서 뽑아 혈액관리업무를 맡기다 보니 전문성 면에서도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가의 경우에도 국가가 직접 나서서 혈액관리사업을 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일본과 호주는 현재 우리나라처럼 적십자사가 거의 전담하고 있는 반면 미국, 독일 등은 적십자사의 혈액사업 비율이 50~70%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국가직영 혈액원의 경우 혈액안전사고 발생 시 주무부처 장관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를 꺼린다고 말한다. 그만큼 혈액관리는 아무리 잘 해도 수혈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어차피 적십자사를 통해 위탁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각종 혈액사고 때마다 온갖 질타를 받는 것은 적십자사가 아니라 정부”라며 “이럴 바에야 국가가 직접 혈액사업을 챙기겠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우선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국립혈액관리원이 출범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기존 혈액관리본부 직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고질적인 재정난과 임금체불 등의 문제는 사라지겠지만, 국립혈액관리원으로 옮겨가면서 고용승계 문제라든가 신분 변화 등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는 직원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끊이지 않고 있는 혈액사고와 이로 인해 감소하는 헌혈인구를 늘리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실제로 복지부가 국립혈액관리원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혈액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지난 5일, 질병관리본부는 2001년 수혈로 C형간염에 감염된 김모(여·62)씨 등 3명에 대해 보상키로 결정했다.

한쪽에서는 안정적인 혈액사업을 위해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예전에 발생한 혈액사고에 대한 보상금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김모씨는 2001년 수혈 후 5년이 지난 2006년에 수혈부작용을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했고,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김씨와 같은 혈액이 수혈된 2명을 조사한 후 감염 사실을 확인해 함께 보상키로 한 것이다.

헌혈 실적 감소 역시 심각하다. 지난해 혈액사업 통계에 따르면 헌혈 실적은 2005년보다 3만여명 증가한 225만여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헌혈자 수는 오히려 3만여명 감소한 147만 1394명으로 나타났다. 한 사람이 자주 헌혈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헌혈자수는 2003년 170만명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2004년 156만명, 2005년 150만명 등 계속 감소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kth@mdtoday.co.kr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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