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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고령사회의 문턱에서/김용하 순천향대 금융경영학 교수

지난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하루에 11명의 노인이 자살한다는 통계가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자기 부모를 필리핀에 버렸다는 기사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0%에 이르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50년쯤에는 인구 10명 중에 4명이 노인인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된다고 한다.

고령자는 일반적으로 생산가능인구로 분류되지 않는다.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노동력이 감소하고 소비인구비율이 높아지므로 저축률이 하락해 자본축적이 감소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고령화 현상은 경제적으로는 분명히 부정적이다. 그러나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노인이 ‘당장 죽어야지.’하는 말은 세계 3대 거짓말로 통한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는 개인 각자는 오래 살기를 원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오래 사는 것이 부정적인 ‘구성의 모순’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성의 모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문제이다. 노인인구비율이 7%에서 14%로 진행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프랑스는 115년, 스웨덴은 85년, 영국 47년, 독일 40년이었고 이웃나라 일본도 24년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18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령사회를 미리 경험하고 있는 국가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령국가들 중 대부분은 저축률과 경제성장률이 낮고, 사회보장지출이 많으며 그 때문에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저축률이 하락하지 않도록 하고, 사회보장지출의 증가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노인고용을 높이고, 연금 깎는 것이 당연한 공식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노인에게는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라는 명제만 하더라도 간단치 않다.65세 이상 노인 일자리 만들기는 노인의 여가선용이나 성취감을 위해서는 필요하겠지만, 노인에게 일을 통해 스스로 먹고 살게 하기에는 일자리 자체가 거의 없다.

더욱이 60대 노인에 앞서 아직 한참 일할 나이라고 할 수 있는 40대와 50대의 일자리 문제 해결이 우리에게는 급선무다. 연금 삭감도 그렇다. 이번 연금 개혁으로 국민연금으로는 최저생계비도 안될 판이 되었다. 연금 못 받는 노인에게 2008년부터 지급되는 월 8만원 정도의 기초노령연금 가지고 예산타령 목소리만 높다. 재정안정과 최소생계 보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지만 성격상 모두를 잡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각 국가의 대응방법에 따라서 문제의 심각성은 다를 수 있다. 예들 들면,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의 국가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 비해서 고령사회 문제가 덜 심각하다. 이들 모두가 복지국가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전자의 국가는 후자의 국가에 앞서 과감한 복지개혁을 단행하였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 수준의 복지로는 폭발하는 복지수요도 감당하기 어렵지만, 현 제도를 그대로 외연을 확대하는 것은 선진국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새로운 복지패러다임으로 재설계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 고령사회에 적용 가능한 경제주체별 책임분담 원칙을 분명하게 정립해야 한다.

국가는 어디까지 책임질 것이며, 기업과 개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적정한 복지수준과 조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 수준이 함께 결정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개인은 국가보장 선을 전제로 자기의 노후설계를 미리부터 할 수 있게 되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경영학 교수

 

출처 : 서울신문 200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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