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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90% 이행" 보건당국 자체성적표 '수'

5대 암검진 등 정작 혜택 받은 사람은 적은데…
실질적 이행 없는데 추진 완료 등 실적 부풀리기
평가지표는 비현실적· 정책효율성은 일본의 70%
"쌀 필요한 소녀가장에 명차" 등 재정누수 지적도


#.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는 ‘5대 암 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고, 보건복지부는 2004년 공약이 완전 이행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무료 암 검진 대상(2,932만건) 중 실제 검진이 이뤄진 것은 26%(756만건)에 그쳤다. 또 전국 251개 기초자치단체 중 강원 고성군 등 8곳은 검진센터가 전무한 상태고, 전북 순창군 등 35곳은 5대 암 중 일부에 대해서만 검진이 가능한 실정이다.

#.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재산 명의를 자녀에게 넘긴 A(71)씨는 내년부터 정부가 노인에게 지급키로 한 기초노령연금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는 형식적으로는 재산이 전혀 없어, 내년부터는 매월 8만원 가량의 추가 수입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정책 집행과 평가가 외화내빈으로 흐르고 있다. 매년 20조원이 투입되는 보건정책의 성패를 평가하는 지표가 비현실적이거나 그 평가가 편파적으로 이뤄지면서, 정책 효율성이 일본의 70% 수준에 머무는 등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4일 한나라당 김병호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9월말 현재 참여정부의 보건부문 핵심 공약 27개 사업 가운데 25개 사업을 ‘완료’ 혹은 ‘정상 추진’으로 평가하고 있다. 예컨대 국민연금ㆍ건강보험의 계층간 공평한 부담과 직결된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 개선 공약과 관련, 복지부는 노 대통령의 공약을 완전 이행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 의원은 “5대 암 검진, 자영업자 소득 파악, 전염병 관리 등 일부 공약은 실질적인 이행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복지부는 사업추진 ‘완료’ 등의 아전인수식 평가로 실적 부풀리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책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평가지표가 논리에 맞지 않거나, 평가결과가 비현실적인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복지부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 정책의 평가지표로 ‘신규 수급자수’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빈곤계층이 늘어날수록 기초생활보장 정책이 성공하게 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담배 판매는 줄지 않는데도 복지부 의뢰 조사에서는 성인 남성 흡연율이 지난해 44.1%에서 올해 6월에는 42.5%로 추가 하락한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업계 일부에서는 “복지부가 연초 확정한 43.8%라는 정책 목표치와 관계가 깊어 보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외화내빈 정책은 실증연구로도 확인된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뢰로 작성한 ‘복지지출의 소득불평도 완화효과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복지지출의 효율성은 일본의 7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의 복지지출 1단위당 소득평등 개선효과 지수는 0.215인 반면, 우리나라는 0.164에 불과하다. 똑같이 1달러를 투입해도 한국의 빈부 격차 해소 정도는 일본의 4분의 3 수준이라는 얘기다. 서울대 이계우 교수는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이 크게 늘었지만, 소득불평등을 축소하는 기능은 효과적인 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도 “복지 행정이 민간의 선택이나 자율을 무시한 채 이뤄지면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먹을 것이 없어 쌀이 필요한 소년ㆍ소녀 가장한테 대통령이 ‘팔도의 명차’를 선물로 보내거나, 생활보장대상자 중 상당수가 사치성 해외여행을 다니고, 대기업 회장에게 노인복지수당이 지급되는 등 겉만 화려한 복지정책의 이면으로 거대한 재정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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