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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07] 해남 땅끝에서 강진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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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화) 땅끝마을에서 해남 북일면 신월리까지 (31.3km)

어제 느긋하게 쉬고 진도홍주란 걸 먹었다. 술 좋아하는 내가 지역 토속주를 놓구 갈수 있나? 일명 앉은뱅이주라고 한다는데... 얼마나 독할까? 40도란다. 30ml짜라 사서 먹어본다. 우와 장난아니다. 이거 양주다. 반병 먹으니 알딸딸 하다. 한병 다먹고 눈뜨니 새벽이다. 정말 좋은 술이다. 이런 술이 왜 전국구화 되지 않나 모르겠다. 남의 나라 양주 먹느니 차라리 홍주가 훨 낫다. 이거 판로 개척에 좀더 지자체가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일출을 찍어야 하나든 일념에 일어는 났는데... 나가기가 싫다. 전망좋은 위치라 그냥 방안에서 창문 열어놓고 찍는다. 얍삽한 용지기.

 

가자. 정말 지명처럼, 내 블로그 이름처럼 "아름다운 길"을 간다. 우측으로 해변도로와 다도해가 눈앞을 현혹한다. 해수욕장도 참 이쁘다. 그런데 연휴가 끝나서 그런지 을씨년 스럽다. 차도 별로 없다. 이쁜 해변도로가 끝나고 북쪽으로 방향을 트니 달마산 자락이 눈앞에 펼쳐진다. 달마산 - 두륜산 - 월출산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은 백두대간으로 이어질 거다. 어쩌면 여기가 진정한 백두대간의 시작인 셈이다.

담벼력이 온통 낙서 투성이다. '00야 사랑해'부터 '00 국토 순례 시작', '대위 00 30년 후 대장으로'에 이어 '비정규직 철폐' 까지... 자신의 바람을 득득 긁어놨다. 써놓은 것 보니 참 국토순례 많이도 하나보다. 그러고 보니 동네 개들도 짖지를 않는다. 그냥 쳐다본다. '어 저놈 또 지랄하고 있네' 하며... 점심을 드시러 가시는 할머니들도 모두 '땅끝에서 오남. 어디까지 갈건데... 학생 수고해" 하신다. 또 학생이란다. ^^

 

온통 마늘 밭이다. 확인됐다. 바다바람이 마늘 성장에 좋다는 사실. 달마산이 숨을 죽일 즈음 두륜산이 다시 내달린다. 정말 이쁜 산이다. 바위가 정말 이쁘다. 암벽하는 사람들 환장하겠다. 인공적으로 쌓아 놓은 것같은 바위도 눈에 띈다. 정말 이쁘다. 눈이 호강한다.

잠시 정류장에 양말까지 벗어 놓고 쉰다. 내가 뱀보다 더 싫어하는 놈. 송충이가 나를 향해 질주해 온다. 이놈 갈색 털이 수북하고 살도 통통하다. 씨겁해서 스틱으로 쳐낸다. 아스팔트로 내몰린 송충이... 미안하지만 어쩔수 없다. 벌써 목이 가렵기 시작한다.

 

두륜산 한 자락 안으로 들어온 것 같다. 산속을 걷고 있는 나 너무 좋다. 그런데 오른쪽 엄지 뼈가 아파 발가락을 오무리고 걷다가 갑자기 종아리 앞쪽 근육이 뜨끔하다. 그러더니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지도를 잃어버려 정확한 거리 측정도 않되는데 걱정이다. 죽어라 간다. 다행히 오전에 부지런히 걸어놔서 5시에 목적이인 신월리에 도착한다. 아마 오늘 제일 많이 걸었던 것 같다. 대략 34Km 정도... 넘 무리했다. 그런데 여인숙, 여관, 아무것도 없다. 천상 해남읍으로 철수해야 하는데 차시간이 6시란다. 제길 1시간을 기다린다.

 

 

5월 7일 (수) 해남 북일면 신월에서 강진읍까지 (24.1km)

아침 일찍 출발지로 간다. 북일면 사무소가 있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서 어제는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와... 두륜산이 작은 산이 아니었다. 정말 이쁜 산이다. 촌놈처럼 차안에서 탄성을 자아낸다. 종주하는데 8시간이 걸릴단다. 담에 꼭 와서 종주 한번 해봐야지.

 

한시간을 걸었나? 강진군이란다. 내내 왼쪽에는 두륜산 능선과 오른쪽으로는 지평선 너머 완도를 끼고 참 이쁜길을 걷고 있다. 남해의 산들 높지는 않아도 참 이쁘다. 기암괴석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어... 뒷볼일이 생겼다. 좀만 참자. 도보여행 중 가장 좋은 화장실은? 풀숲? 아니다. 뱀과 송충이 땜시 좀 걱정이다. 그럼? 바로 주유소다. 주유소야 심심치 않게 있으니 주인한테 인사한번 하고 들어가서 볼일 보면 된다. 오늘도 시원하게 볼일보고 좀더 가벼워진 걸음걸이로 전진한다.

 

버스정류장에 잠시 멈춘다. 한 아주머니가 버스를 기다리고 계신다. 또 학생이란다. ^^ 내 나이를 밝히니 믿지 않으신다. 민증을 깔수도 없고... 그런데 이길 참 많이들 도보여행 다닌다고 한다. 자기 아들은 부평사는데 산에 미쳐서 내 배낭 같은 걸 지고 다닌단다. 그러다 암벽타다 두 손이 부러졌다고 한숨이다. 그런데 지금도 산에 다닌단다. 그것도 결혼해서 와이프하고 같이... 에구 부러워라.

 

왠 초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앰프소리가 난다. 들어보니 전교생이 체육대회 연습중인 것 같다. 신전초등학교란다. 엥... 전교생이 3-40여명이다. 선생님들도 전부인 것 같은데 5명이다. 4학년은 굴렁쇠 굴리기를, 나머지 학년은 응원을 연습중이다. 정말 조촐하다. 이 애기들(전라도에선 다 이렇게 부른다)도 이동네애들이 아니란다. 신전면 곳곳에 퍼져있어 통학차가 한바퀴 돌아 데리고 온단다.

 

두륜산이 끝나는가 싶더니 덕룡산이란다. 이름이 노해마을이다. 노동해방을 위해 싸우는 동지들이 모였나? 아 첨으로 모내기를 하는 광경이다. 그동안 모내기 준비를 위해 논에 물을 대고 하는 건 봤는데 모내기 하는 건 오늘 첨 본다. 벌써 모내기라. 좀 빠른 것 아닌지? 어... 여기서 카메라 배터리가 나갔다. 에궁... 배터리 여유분은 배낭 제일 밑에 있는데... 귀찮다. 오늘은 사진 여기서 끝.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카시아다. 꽃이 벌써 폈다. 어렸을때 앞산으로 아카시아 따러 많이도 다녔는데... 막 달린 아카시아를 가시를 피해 ?어 먹는 그 달콤함이란... 그런데 이놈들이 과수농가에게는 지독한 말썽쟁이다. 잘 죽지도 않고 뿌리가 워낙 깊어 타 과수들의 성장을 방해한단다. 그래서 이놈들 죽이려면 밑동을 친 다음 '근사미'란 아주 독한 제초제를, 그것도 원액을 붓으로 찍어 발라주어야 한다. 그래야 완전히 죽는다. 그래도 번식력이 강해 굳굳하게 살아간다.

 

이쁜 석벽을 통과한다. 강진의 소금강이란다. 이쁜긴 이쁜데 소금강이라 하기에는 너무 짧다.

도암면을 돌아 국도 2호선에 들어선다. 아... 도로 확장공사를 하느라 난리가 아니다. 그래 제일 오래된 국도 2호선인데 아직까지 2차선 이라면 좀 그렇지. 그런데 빨리좀 끝내라. 좀 호젓하게 가고 싶다. 차량량이 장난아니다. 조심 조심 간다. 그런데 이놈의 도로공사 산천을 다 파헤친다. 산이 가다가 주저 앉는다. 애구...

 

어제 뜨끔한 종아리 앞 근육이 장난이 아니다. 죽을 듯이 간다. 발바닥이 나으니 이젠... 그나마 어제 많이 걸어놔서 오늘은 22km밖에 않된다. 어거지로 간다. 간신히 도착한 강진. 늦은 점심겸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다. 분명히 백반 된다고 되어 있는데... 에구 "우린 1인분은 안해요" 하더니 나가란다. 이 괘씸한 아줌마. 정말 넘 한다. 강진군청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이다. "남문식당" 절대 가지 말자.

 

 

5월 8일 (목) 휴식

아침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뭐 그리 큰 카네이션 바구니를 보냈냐구 하시며 고맙단다. 그러곤 끊으신다. 우리 엄마 전화 한번 시원하게 하신다. 딱 본인 말씀만 하신다. 하기야 아들 잘 못 둬 맘 고생 많으신데... 지금 이러는 거 알면 뭐라 하실까 걱정이다.

종아리 앞근육이 장난이 아니다. 도저히 못걸을 것 같다. 하기야 지난 화요일부터 내리 9일을 걸었으니 좀 쉬긴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오늘은 푹 쉬고 침이라도 맞자. 앞쪽 인대가 늘어났다고 부황뜨고 피빼고 침맞고 한결 낮다. 쉴때 더 쉬자.

 

 아무도 없는 산길. 내가 주인이다.

 해남의 명물이다. 10월에서 3월 사이 일출이 이 가운데로 떠오른단다. 에구... 요즘은 않떠오른단다.

 땅끝에서 만나는 일출. 이쁘다.

 남해 다도해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달마산 능선이 눈앞을 현혹시킨다.

 저 멀리 8개의 봉우리가 달려가는 두륜산 정상이 보인다.

 두륜산의 기암괴석. 마치 신선이 돌탑을 쌓아놓은 것 같다.

 첫 모내기를 하고 있다.

 아카시아가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신전초등학교 애기들... 조촐하다.

 가끔 만나게 되는 자전거족들... 혼자는 너무 위험하다. 둘 이상이면 자전거 여행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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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8 15:25 2008/05/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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