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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08] 강진에서 순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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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금) 강진에서 장흥 안양면까지 (23.1km)

하루를 푹쉬고 침 까지 맞았더니 씻은 듯 통증이 사라졌다. 역시 인대, 근육에는 침이 최고다. 우리나라 침 만세.

강진... 이틀을 묵었지만 영 별로다. 첫 대면부터 혼자라고 식당에서 쫓겨나더니 어젠 점심 먹으러 들어갔더니 두 내외가 밥 먹으면서 “오늘 장사 안 해” 반말이다. 친절하고는 담쌓은 동네다. 하기야 식당이면 밥만 맛있으면 되지 맘에도 없이 친절해야 하나? 독일에 유학중인 후배가 한 말이 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독일사람 들 엄청 불친절하단다. 그런데 그이들 생각이 ‘내가 과분한 맘에도 없는 친절을 접대 받으면 나 역시 맘에도 없는 거짓웃음을 흘려야 하는데 왜 거짓 친절을 해야 하냐’며 한국이나 일본인들의 과잉 친절을 못마땅해 한단다. 그게 맞긴 맞는 것 같은데 거짓친절에 맛들인 나는 영 개운치 않다.

 

오늘도 4차선 국도를 피해 2차선 지방도로다. 양옆으로 산들이 호위를 서주고 그 안쪽으로 평야지대가 따라온다. 오늘도 이쁜 산들과 같이 간다. 논에서는 로타리를 치고 논물 받고 한창 바쁘다. 적당히 구름도 끼고 시원한 날씨다. 그런데 또 거센 맞바람이다. 에구, 오늘도 죽었다.

 

남미륵사. 관광차가 계속 나온다. 나름 큰절인가보다. 그렇지만 들어갔다 가긴엔... 어. 그런데 바로 앞이다. 700m만 들어가면 된단다. 좌불상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가보자.

그런데 입구부터 짜증이다. 큰절인 것은 맞고 그 규모에 맞게 온갖 석물이 즐비하다. 입구의 어마어마한 코끼리 두 쌍과 대리석 입구, 지나가자마자 고타마싯다르타의 제자들과 득도한 존자들의 수백의 석상이 반긴다. 대웅전을 지나 불상근처로 가니 어마어마한 파르테논신전이다. 온갖 석물이 즐비하고 초파일을 맞이할 준비 공사가 한창이다. 정말 내가 가본 산사중 이렇게 석물 많은 데는 첨본다. 부처님도 동양최대의 좌불상이란다. 36m... 공주의 성곡사라는 절이 있는데 거기는 온통 커다란 금부처 상으로 도배를 하더니...

짜증이 난 이유는 그 모든 석물 아래 기증자와 가족의 이름과 생년월일일 가득하다. 결국 나와 내가족 잘 되게 해 달라 부처님께 뇌물을 바친 거다.

 

내가 도닦으러 갔을때 스님 한분 때문에 불교 집회엔 꼭 나갔다. 불법을 전하시는데 욕한번 잘하신다. 설법 내내 욕이다. “진짜 큰 도둑놈들은 다 밖에서 호통 치며 잘 사는데 이곳엔 좀도둑놈들만 득실득실 하구나” 하시며 “니놈들 여기와서 하루라도 빨리나가게 해달라고 부처님한테 빌려면 나오지도 마. 부처님은 그런 것 안 들어줘. 부처님은 개인의 사적인 일에 신경 쓰실 겨를이 없어” 엥? “우리나라 중들과 목사들, 절과 교회 다 사이비야. 내 아들 놈 꼭 좋은 대학 보내달라고, 꼭 1등 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시주 헌금 받아 챙기는... 그럼 중이나 목사는 어떻게 해야 되? 부처와 하나님한테 협박해야 할 거 아냐? 누구는 얼마 시주하고 헌금했으니 1등 시켜 주고, 서울대 가게해주고, 누구는 얼마 했으니 20등 정도에 대충 지방대 정도 가게해달라고... 우리나라 모든 종교가 개인의 기복만을 바라는 사이비 종교로 채워져있어. 이게 부처님과 하나님의 뜻을 거스리는 짓거리야” 하시며 “현세 민생들이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빌고 올바르게 행동해. 그게 부처와 예수가 했던 일이고, 만들고자 하는 극락, 하늘나라야” 하시던....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 종교 반성해야 한다.

 

이번 초파일은 5월 12일이다. 엥... 아마 내가 생일이란 개념을 갖은 이후 첨이다. 음력생일과 양력생일이 맞기는 첨이다. 음력 4월 9일, 양력 5월 13일. 허허 그 기막힌 날 난 또 혼자 어딘가를 걷고 있겠지. 뭐 어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장흥이다. 고성읍으로 직접가기엔 너무 삭막하다. 한참 돌더라도 들를곳은 들러보자. 그런데... 율포 해수욕장까진 무리다. 일단 안양면까지 가자. 열심히 걷는다. 윽 어제 쉬면서 발이 지저분해서 덜렁덜렁한 굳은살을 떼어버렸더니 다시 오른쪽 새끼 발가락이 밟힌다. 괜히 사서고생이다. 굳은살 건드리지 말자. 절대로...

 

오후 3시 도착하고 보니 여관, 여인숙 아무것도 없다. 전남지역은 면단위에서 다 이렇다. 어쩔 수 없다. 장흥읍내로 탈출이다. 이젠 꼭 읍만 가자.

 

여기서 장흥 Tip. 정동진이 왜 정동진인가?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정동쪽에 있어서 정동진이란다. 그럼 정북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지역인 평안북도 자성군에 있는 중강진, 그리고 정남쪽은 바로 이곳 장항 땅끝의 정남진이다. 그런데 그 정남진 바로 옆 섬이름이 가슴앓이 섬이란다. 장흥 이 동네 참 이쁘다. 여타의 도시와 달리 정비가 잘 되어 있다. 그리고 섬세한 관리의 모습이 눈에 띈다.

 

 

5월 10일 (토) 장흥 안양면에서 보성읍까지 (27.4km)

원위치 하고 보성으로 출발이다. 구름이 잔뜩낀 거리에 맞바람까지 거세다. 오버트로져까지 껴입고 간다. 그런데 출발부터 따라온다. “개 삽니다. 염소 삽니다. 개 염소 삽니다. 이 마을에 개 차가 왔습니다” 엥... 내가 마을을 지나치면 그 마을로 들어갔다간 한바퀴 돌고, 내가 열심히 걸어 다른 마을에 도착하면 또다시 그제야 그 마을까지 따라와 “개 삽니다”를 외친다. 오전 내내 같이 다닌다. 다행히 개들이 꼬리를 내리고 짖지를 않는다.

 

길이 이상하다. 지도와 맞질 않는다. 아... 올 3월에 완성된 도로란다. 어쩐지. 그런데 터널이다. 이번 여행 첫 터널이다. 지난번 해남에서 지날 길이 있었는데 우회했었다. 어쩌나 그냥 통과한다. 다행히 짧다. 그런데 터널안 소리가 장난 아니다. 더욱이 바닥을 과속하지 못하도록 홈을 파놔서 더하다.

터널을 나오자마자 우측에 바다가 다가온다. 비릿한 바다 내음과 아카시아 내음의 하모니는 정말 환상이다. 바로 앞 펼쳐진 섬들, 섬이 아니라 바다건너 고흥군이란다. 무식하긴...

 

율포 해수욕장이다. 딱 3년 전 요맘때 2005년 5월 1일 주유소 습격사건(모르는 분은 .www.cbnodong.org 소식란과 자유게시판을 검색해 보삼)을 한판 벌이고 잠시 숨죽일 때 온 적이 있다. 함께 숨죽이던 형님하고 친구 놈하고... 술 한 잔하고 민박집을 찾는데 주말이라고 방이 없어서 교회에서 자야 했다. 그런데 그 교회 야한 비디오가 나와서 새벽 2시까지 사내 셋이 그 비디오 보다 잠들었는데, 새벽 4시부터 새벽기도 한다고 떠들어대서 몽땅 뜬눈으로 밤을 지샜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그 교회는 그대로다. 그런데 못 보던 건물들이 즐비하다. 보성이란 이미지에 맞게 보성녹차해수사우나탕에 수영장까지 생겼다. 그때 아침을 먹었던 식당 역시 리모델링으로 깨끗해 졌다. 바지락 정식으로 배를 채우고 보성 녹차 밭으로 간다. 여기도 도로가 한층 넓어졌다. 그때만해도 위태위태했었는데 한결 여유롭다. 하나밖에 없었던 전망대 겸 녹차 판매장이 어느덧 4개로 늘어났다. 돈이 되며 뭐든 한다.

 

고개를 넘어서니 장난 아니다. 사람이, 차가... 연휴다. 커다란 배낭을 맨 나에게 물어본다. 어디가 전망이 좋으냐? 연휴인데 어디로 가면 좋으냐? 도보여행만이 알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을 알려주고, 율포와 경치 좋은 길을 알려준다. 마치 여행전문가가 된 것 처럼...

 

새로 뚫고 있는 4차선 국도를 따라 보성읍으로 입성이다. 역시 조용하다. 도시는 장흥보다 별로다. 내일이 보성 녹차 마라톤대회라고 허름한 장급 여관이 4만원이란다. 우씨...

 

 

5월 11일 (일) 보성에서 구례까지 (31.7km)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고 시내가 마라토러너들과 길안내 전경들로 득실거린다. 다행히 내 코스와 중복이 안 된단다.

읍을 벗어나자마자 “Oh My God" 처음으로 만나는 6차선 국도다. 죽음이다. 정말 쌩쌩 소리가 장난 아니다. 귀가 멍멍하다. 연휴라고 차도 엄청 많다. 산악회 차들도 엄청 온다. 경남에서 까지 날아온다. ”보성 일림산“ 철쭉이 유명하다던데... 그런데 꼴을 보니 앞사람 엉덩이만 보다 내려오겠다. 내가 본 관광버스만 20대가 넘는다.

 

도저히 못 참겠다. 4km를 우회한다. 정말 맑다 못해 시린 파란하늘을 벗하고 이쁜 산길로 흐느적거리면 걷는다.

엥... 왠 놈이 나를 보더니 잽싸게 방향을 바꿔 도망간다. 이번엔 초록색이다. 이놈이 화사인 것 같다. 초록색이다. 이놈이 놀랬을까? 아님 내가 더 놀랬을까? 당근 후자다. 내내 뒷덜미가 썰렁하다. 그러곤 죽은 놈을 세 마리나 더 봤다. 이 동네 뱀이 참 많은 것 같다.

 

산길을 내려오니 커다란 저수지다. 지도엔 나와 있질 않다. 망할 지도. 예당리라는데 동네 참 크다. 큰 교회가 두 개나 있고, 모텔도 있다. 모텔 이름이 ‘진보’모텔이다.

 

동생한테 전화가 온다. ‘미역국 먹었냐?’ 고... 초파일 다음날인 내 생일을 전날로 착각했단다.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기억해 주는 사람도 드물지. 또 전화다. 아파트 동생놈인데 장가도 안 간 형님한테 딸내미 돌잔치 꼭오란다. 다행히 17일 이란다. 16일 아버님 기일이라 가야 했는데 겸사겸사 꼭 간다고 한다. 또 전화다. 이번엔 아파트 형님이다. “벌교가서 주먹자랑 하지 마” 내가 언제 주먹 쓴일 있나? 우씨 하여간 걱정도 팔자다.

 

조성리를 지나니 다시 4차선 국도다. 그런데 산사태가 나서 갓길이 없는 게 아니라 남은 길이 1.5선이다. 우짜나. 그 와중에 차들은 씽씽이다. 어쩔 수 없다. 산사태 난 한가운데로 돌진이다. 바위가 무너져 내려 위험하다. 조심조심 내려간다. 다행히 일요일이라서 공사가 중단 되어서 통과한다.

 

벌교다. 온통 수산시장과 식당 뿐이다. 주먹 자랑할 곳도 없다. 태백산맥의 고장 “벌교 꼬막”정식을 먹는다. 정말 풍성하다.

태백산맥. 2번을 읽었다. 두 번다 도 닦을 때 읽었다. 사실 분량이 장난 아니라서 그 곳 아니면 읽기가 힘들다. 민족의 아픔? 아니다. 가진 자들의 무모할 정도의 욕심과 오만이 불러온 아픔이다. 양반 상놈의 신분제도속에서 뼈 빠지게 일해도 양반 놈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야 했던 이 땅의 민초들, 일본 놈들이 오더니 일본 놈에 빌붙은 양반과 일본 놈들 두 놈이 두 배로 뺏어간다. 해방되었다고 친일파 척결되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오는가 싶더니 미국 놈들을 배경으로 친일파 놈들과 손을 잡은 이승만 정권에 의해 또다시 두 배로 착취를 당해야 했던 우리 민족... 그 아픔을 너무나 잘 보여준 실화같은 소설이다. 이런 걸 중고등학생들 역사 부교과서로 써야 하는데...

 

기억에 이곳 벌교가 그 한복판 이었던 것 같다. 염상진, 하대치 등... 태백산맥의 주인공들은 지금도 도처에서 싸우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내팽개친 이명박 정권에 맞서 촛불을 들고, 비정규직의 설움을 날리고자 피눈물 나는 투쟁으로...

 

 

5월 12일(월) 벌교에서 순천시까지... (24.4km)

일기예보에 오후부터 비가 온단다. 맘이 급해졌다. 벌교 ‘담에 태백산맥 들고 다시 한 번 와보자’ 하는 다짐을 하며 떠난다. 오늘은 태백산맥에서 잡혀온 빨치산들을 잡아 가두었던, 빨치산의 첫 출발인 여순반란사건의 고장 순천시다.

비가 온다는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다. 읍내를 돌아 고개하나를 넘자마자 순천이란다. 역시 농로길로 접어든다. 한참을 가는데 에구 길이 없다. 어쩌나? Back. 이거 진짜 싫다. 싫어도 어쩌나 길이 없는데....

 

어쩔 수 없이 4차선 도로로 나온다. 에구 레미콘 회사가 보인다. 큰일났다. 레미콘회사가 있으면 레미콘차와 덤프, 시멘트 BCT차 등 대형차량들이 장난 아니다. 게다가 연휴 막바지라고 차들이 정말 장난 아니다. 쏟아져 나온다는 말이 맞다. 아... 일부 덤프들. 차량 번호판을 엉뚱한데로 옮겨놓았다. 저러면 카메라 찍힐 일은 없겠네.

용두리로 탈출한다. 바로 옆 도로인데 정말 한산하다. 그런데 마을엔 아무도 없다. 연휴는 도시인들의 특권이다. 농민들은 논 밭에서 초파일이 뭔지도 모른 체 일에 몰두하고 계신다. 식당 역시 홀 손님은 신경도 안 쓴다.. 밥에 반찬, 국에, 가스렌지까지 한 짐씩 수십 개를 보자기로 싸서 들로 날아간다. 농번기답다.

 

별량면을 나오니 역시 농로가 없다. 어쩐다. 순천만 쪽으로 돌기에는 한참을 돌아야 하는데... 머리 위로 어느새 구름이 가득하다. 먹구름은 아니라서 다행인데... 어쩐다. 8km정도 남았다. 두시간... 시내 들어가서 까지 합치면 2시간 반 정도... 돌면 4시간... 그냥 가자. 어쩔 수 없다. 죽어라 기를 쓰고 간다. 일부러 스틱을 잡고 휙휙 휘두르며 갓길로 바짝 붙어서 내가 차들을 위협하며 간다.

청암대학교를 지나면서 멀리 순천시가 보인다. 아파트가 쭉쭉 들어서 있다. 다시 죽어라 간다. 정말 가기 싫은 길이다. 어... 순천시내다. 오늘 걸은 길은 24km도 안 되는 짧은 거리인데 피로도는 가장 많은 것 같다. 하기 싫은 일을 해서 그런가 보다.

그런데 순천시 참 크다. 아... 현대 하이스코. 하이닉스 비정규직과 같은 시기 투쟁했었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바람 장난 아니다

 

 동양최대의 좌불상 남미륵사. 석물공장을 연상시킨다.

 철쭉꽃인가?

 할미꽃이다. 요즘 보기 참 힘들다.

 아카시아와 바닷물의 환상적인 향기의 하모니

 고성에 가면 밭에 모두 이놈을 심어놨는데... 뭐지? 아는 사람?

 보성 녹차밭. 이쁘다.

 차량 번호판을 엉뚱한데로 옮겨놓은 일부 덤프들

 이길을 질러 왔다. 좀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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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2 18:40 2008/05/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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