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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17] 속초에서 통일전망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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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속초에서 고성군 간성읍까지 (23.9km)

아침에 발바닥에 붙인 파스를 떼어내다가 아뿔사 굳은살이 속살까지 같이 떼어져 버렸다. 이거 장난 아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큰일났다. 발로 먹고사는데 오늘 하루 죽음이다.

그래도 간다. 내일부터 장마라더니 온통 먹구름이다. 그 아름다운 설악산이 구름에 가려져 버렸다. 울산바위가 밑둥부터 잘려져 보이질 않는다. 설악산이 나를 거부한다. 이렇게 눈대중으로 보지말고 제대로 와서 종주하라고 하는 것 같다. 알겠습니다. 꼭 휴가기간 안에 와서 직접 품에 안기지요.

 

청간정이란다. 관동팔경 중 하나라는데 이층짜리 누각이 참 이쁘다.
관동팔경, 그중 남한에는 낙산의 의상대, 간성의 청간정,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울진의 망양정이 있단다. 미리 알았으면 챙겨볼 것을... 지나왔으면서 보지 못한 곳이 삼척의 죽서루다. 아깝다. 망루에서 바라보는 동해는 정말 이쁘다. 맥주 한잔이 간절하다.

청간정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청학정이란 정자가 있다. 규모나 아름다움은 청간정보다 떨어지는데 주변은 참 잘 꾸며져 있다. 민가 인 듯한데 아기자기한 조각들을 집 밖에 전시해 놓고 시들을 전시해 놨다. 청학정에서 바라보는 바위들은 올망졸망한게 이런 저런 형상을 하고 있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군대 훈련이 집중되는 시기인가 보다. 하루 종일 군용트럭이 왔다 갔다 하더니 농로로 K-1전차가 지나간다. 이 동네에 기계화여단이 있나보다. 그런데 달랑 한대다. 좀 있더니 엄청난 캐퍼필더 소리가 나면서 장갑차와 자주포전차가 떼로 몰려온다. 그 굉음이란... 그런데 장갑차가 구형 미제장갑이다. 6.25때 쓰다가 놓고 간 것을 아직까지 쓰고 있다. 대단하다.
기계화사단은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가 호세월이다. 왜냐고? 기름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전차와 장갑의 무시무시한 기름값 때문에 유가가 올라가면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훈련기간을 줄이거나, 심할때는 훈련을 취소하기도 한다. 그럼 병사들은 봉잡은 거다. 94년인가 95년에도 유가가 엄청 올라 훈련 다 취소해서 엄청 편하게 군생활을 한 기억이 난다.
군장비 참 많이 발전했다. 군 전투배낭이 내 배낭처럼 잘 나와있다. 어 fp인커버도 있다. 그러고 보니 병사들 헬멧도 미군처럼 귀까지 내려온다. 세상 참 좋아졌다. 그래도 군대는 군대다. 개처럼 끌려간...

 

먹구름이 몰려온다. 송지호를 주변으로 계속이어진 해수욕장들... 참 이쁘다.
향후 동해 종주를 꿈꾸는 이들에게 정보 하나.
종주는 통일전망대에서 거꾸로 내려와라. 그래야 경치 구경하기 좋다. 길 왼편에서 걸으니 바로 옆이 바닷가다. 나처럼 남해에서 올라가면 길 건너가 바닷가라 한계가 있다.

 

화물차다. 어... 화물연대 파업중인데?
아! 현대아산 현대택배 화물차다. 금강산에서 화물을 실어오나 보다. 고성이다.

 

6월 18일 하루 휴식
고성군 고성읍은? 허리 잘린 한반도의 위쪽에 있다. 동네사람들이 위 아래로 나뉘어 평생을 적으로 살아온 동네다. 그 아름다운 금강산과 설악산이 잘려버린 동네가 바로 고성이다.


현재 고성군청은 남한의 간성읍에 있다. 고성읍은 북에 있다. 예전 금강산 해로 관광시 배가 내렸던 장전항이 고성읍이다. 분단의 역사는 이제 종말을 고해야 한다. 남측이나 북측이나 권력을 장악한 이들 모두의 책임이다. 아니 민초들의 몫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비다. 근 삼주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푹 쉬자. 그런데 간성읍. 쉴곳이 없다. 숙소도 최악이다. 공현진 해수욕장으로 물러나 푹 쉰다.

 

6월 19일 간성에서 통일전망대까지 (19km)

두달여의 기나긴 여정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저녁 그친 비로 아침 일출을 기대하며 또다시 새벽 4시 30분 일어났다. 저멀리 바다는 구름이 걷혀져 있다. 그런데... 아니다. 저 멀리 해무가 끼어 있나보다. 해가 또다시 실패다. 동해 일출하고는 정말 연이 없나보다.

 

간성읍. 아침부터 포소리 요란하다. 정말 깜깍 놀란다. 이놈들 동네 옆에서 포사격을 하면 어쩌냐? 읍내에서 1km도 채 벗어나지 않은 곳에서 똥포들이 굉음을 울리며 쏘아지고 있다. 좀 멀리가서 하지. 하루 종일 저 소리 들으며 가야할 팔자갔다.

 

남은길이 아쉬워 발걸음 떼기가 싫다. 그런데 하루 쉬었다고 발걸음이 너무나 가볍다. 아끼면서 살살가야 하는데...
할아버지 자전거족 10여명 떼로 몰려 간다. 저분들도 통일전망대를 가는가 보다. 서로 환호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환영한다.

 

화진포란다. 이승만 초대대통령, 이기붕 부통령, 김일성 별장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호칭을 붙였으면 다같이 붙여주지 누구는 대통령, 부통령하면서 김일성만 호칭이 없다. 이왕 불러주는 것 김일성주석 별장이라고 해주지. 에구 쫍쌀들...
호수와 갈대, 해당화의 환상적인 조화, 그리고 이어진 넓디 넓은 모래사장과 쪽빛 바다. 그를 둘러싼 권력자들의 별장. 동해로 가는 금구도...
정말 아름답다. 내가 본 해수욕장 중 2위다. 예전엔 군부대가 출입을 통제했는데 풀린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말 이쁘다.

남한 마지막 등대인 대진등대, 금강산 콘도가 행로가 거의 다 되어 감을 알려준다.

 

11km를 남겨둔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민통선 안이라서 걸어서는 못간단다. 카풀해서 가란다. 다행히 젊은 커플 차를 얻어타고 간다.
3시 통일전망대다. 저 멀리 채 10km도 안되는 곳에 금강산이 우뚝 서있다. 금강산. 꼭 한번 가 보면 좋다. 민족의 영산이란 표현이 왜 따라 다니는지 알 수 있다. 한정된 등산로지만 가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11km를 걷지 못하고 공짜로 왔다. 이길 꼭 걸어보는 날이 왔으면 한다. 아니 내친김에 백두산까지 걸어서 갈날이 왔으면 한다. 올테지.

 

이제 뭐한다냐? 원 없이 걸었다. 두달여 1445.5km를 걸었다.  아직도 발은 뜨끈 얼얼하다. 뭔가 한 없이 허전하다. 막 기뻐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느낀 점.

사람 구경 할 것 아니고 해수욕장 가고 싶으면 경포대 같은 곳 가지말고 해변을 따라 가다가 맘에 드는 곳에서 정착해라. 동해는 너무 좋은 곳이 널려있다.

 

나처럼 혼자 장기간은 아니더라도 같이 하고 싶은 이들과 함께 구간을 정해서 걸어봐라. 차타고 가면서 보지 못했던 것, 듣지 못했던 것, 느끼지 못했던 것 너무나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다. 꼭 한번 해봐라. 2박 3일 정도 좋은 코스 잡아서...


그리고...

모든 길은 첫걸음부터 시작된다.
오늘 최선을 다해라.
오늘은 내가 살아갈 남은 인생의 첫날이고, 어제 죽은 이가 가장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다.

 

하루 하루 후회없이 살아라.

   

속초 영랑호에서 바라본 설악산. 온통 구름에 잘려있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

 청학정이다. 두달을 나와 함께 한 배낭도 한컷

 청학정 옆의 가도. 흔들바위가 위태 위태 하다.

 청학정 옆 바위. 숨은 그림 찾기 고래 손 코끼리머리속불상

 비 갠 후 공현진 바닷가의 일몰

 공현진에서의 일출. 해 아래 해무가 잔뜩 끼어 있다.

 바위 섬 위 갈매기가 날개를 말리고 있다.

 훈련중인 자주포 전차

 훈련중인 고물 장갑차

 똥포가 하루 종일 귀를 괴롭힌다.

 한국군의 자랑이라는 k-1전차

 해당화와 어우러진 화진포호수

 화진포의성. 김일성 주석 별장

 별장에서 바라본 화진포 해수욕장.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

 남쪽땅 마지막 등대. 대진 등대

 민족의 영상 금강산. 좌측으로 육로가 뚫려있다.

 통일을 염원하는 부처님과 성모 마리아

 주인을 잘못 만나 두달여 죽을 고생을 한 내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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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0 10:54 2008/06/20 10:54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아무개 2014/03/02 18:12

    훈련중인 고물장갑차라는 사진은..K-9 최신형 자주포에 포탄을 자동을 공급해주는

    마찬가지로 최신형인 K-9용 탄약운반 장갑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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