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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08360

 

마누라가 얼마전 신용정보 조회를 하고선, 깜짝 놀랬다. 대학원 등록금 미납분이 있더라는 거다. 대학원 졸업 때 농협에서 빌렸던 돈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여튼 목돈을 내고서 한 숨을 쉬는데, 그래도 일터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지폐 다발을 던져주는 행운이 없었다면 불행한 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여튼 최근 등록금 관련한 학생들의 시위가 눈에 띈다. 예전에는 '소'라도, 아니 결국 소를 팔아 등록금을 냈단다. 등록금 문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팔 게 뭐있나. 몸뚱아리를 저당잡히고 대학에 돈다발을 갖다바쳐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물론 일자리도 충분하고 갚을 능력을 사회가 흡수할 태세가 되어있다면 모르겠지만, 결단코 그렇지 않다는 현실을 부정할 이들은 없다. 학생들이 자기의 학비를 대기 위하 선택하는 아르바이트들은 이미 양질의 노동은 고사하고 불량 노동이 된 지 오래다. 시간 당 주는 임금으로는 학비를 마련하는데 역부족이고 최저임금을 들락날락하며 사장의 횡포에 학생들은 마음을 다치기 일쑤다. 최저임금은 그저 정부의 고시일 뿐, 그 이상을 주든 안주든은 사장님의 너그러운 자비심의 신성한 영역이 되었다.

 

이런 개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대학 안에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교수들은 지 새끼 걱정은 되는지, 술자리마다 우리 새끼는 어디 들어가고, 뭐를 잘하고 이딴 소리를 하고 있다. 위기감? 그들에게는 없다.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교수님, 교수님하며 존경과 아부를 몸에 문신을 그리듯 충성하는 제자들은 그저 상품일 뿐이고, 교수들은 강의실에서 시간만 떼우고 들어오면 그만이다. 학생들이 대가리를 깎든 길바닥에 엎어져 삼보일배를 하든 백보일배를 하던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니 그 학생들을 면전에서 가르치는 교수들 중 거리로 나온 이 학생들을 지지하거나 자신들의 고임금을 포기하더라도 등록금 인상을 반대한다는 얘기를 한 놈도 없을 뿐더러 미안하다고 자기반성하는 새끼들도 없다는 것이 심히 통탄스러울 뿐이다. 그런데 분명히 기억해 둘 건 있다. 학자들 머리통에서 나오는 정책들이나 연구들이 순수하게 잘난 지 머리통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지만, 제자랍시고 노동력을 빼앗고, 복사에서 출판까지 소요되는 대부분의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앵벌이를 해서 갖다 준 학생들의 공물과 균역이 바탕이 되었다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미안한 줄 알아야 한다.

 

부모 잘 만나서 요강에 똥사는 호강을 누린 아해들에게는 등록금 투쟁이  학생운동의 끝물을 붙잡고 한번 떠 볼려는 쇼로 보일지 모른다. 작금의 상황은 학생들이 교문 밖을 나와 아비와 어미의 노동력을 소진하는 것에 대한 죄스러움을 넘어, 졸업하기도 전에 자신들의 미래를 금융권에서 저당잡아 급전을 강요하는 대학들의 행태에 저항하는 생계형 투쟁이라는 건 두말할 여지가 없다. 왜 이 사회가 이 학생들을 밖으로 내모는지 심각하게 반성해 본 적이 있는가.

 

등록금에 대해 원가계산을 해서, 이건 가격이 부당하다, 가격을 형성하는 담합이 있다, 등등 지랄 해대며 소송을 할 껀덕지도 보이지 않는데다, 툭하면 대학 자율성이니 뭐니 하면서 국가 또한 뒷짐지고 있으니 대체 해결할 방도가 당최 보이지를 않는다. 오히려 고려대의 경우는 더욱 한심의 극치를 넘어 분노의 극강을 달리고 있다. 얼마전 외고생 유치를 위하여 자행했던 그들의 행태는 비단 교육의 문제 뿐만 아니라 앞으로 돈 있는 외고생을 유치해서 '등록금 투쟁' 없애겠다, 이런 심산이 깔려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나하나씩 바로 잡아야 하지만, 경제가 잘 돌아가면 이명박 정부든 이명박이 할아버지 정부든 간에 앞으로 3년 좀 더 되는 세월을 참을 자신이 있다. 그러나 이미 이런 기대는 물건너 갔을 뿐더러 공인인증을 받은 지 오래다. 난감하다. 더구나 이 정부와 꼭 맡물리는 올해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겪어야할 3년 좀 더 되는 세월을 견디게 하는 것은 학대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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