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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뚱아리....

1년 전...키 166,  몸무게 76, 가슴둘레 105, 허리둘레 36

 

98년도로 기억한다....내 몸이 너무 왜소하다고 생각했다...'남자'라면 키도 웬만하고 덩치도 있고 근육도 빵빵하고....

그래서 그 해 여름에 몸 키우기를 시작했다...

 

하루에 우유 1리터짜리 2개는 기본...목마르면 물 대신 우유를 마신다...

하루 한 끼는 삼계탕, 한 끼는 고기...살을 찌우고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

하루에 2시간~2시간30분씩 웨이트트레이닝...가슴과 팔뚝에 우람한 근육을 위하야...

결과는 성공....남들은 나를 작은 조폭이라고 불렀다...

갑자기 불어난 몸뚱아리를 감당하지 못해서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오는 바람에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야 하는 약간(?)의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ㅋㅋㅋ

 

"몸 좋은데요" "덩치가 좋으세요" "밤거리에서 만나면 기분 안 좋을 것 같은데요" "남자답네요" "팔뚝이 엄청나네요"...ㅎㅎㅎ...그려...이 정도는 되야 어디서도 꿀리지 않지...가슴과 팔뚝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나를 바라보는(사실 나를 보는 것도 아닐 터인데...또 나를 좋게만 바라보지도 않을 터인데...혼자 생각에^^;)  남들의 시선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디....키는 워쩔거여? 본시 타고난 것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인디...키가 작은 것이 결정적 흠이네...'남자'라면 다른 사람들이 요구하는 '키'가 있지 않은가 말이여...하늘 높은 줄 모르고 땅 넓은 줄만 아는 꼴 아닌감?.....음....그려도 워뗘...이만한 덩치면 '남자'답지 않은가 말시.....

 

1년 후 지금...키 166, 몸무게 59, 가슴둘레 95, 허리둘레 28

 

따로 다이어트를 하지는 않았다...남들은 몰라 보게 변해버린 나를 보고 다이어트의 비밀이 무엇이냐고 물어 본다...다이어트?....다이어트가 집단 정신병임에는 틀림없나 보다...갑자기 살빠진 내 걱정은 안해주고 말이야 다이어트부터 물어 보는 거시 말이여...그게 왜 물어보는 사람 잘못이겄냐? 이노무 자본주의 사회가 한편으로는 실컷 먹으라고 식품 광고를 무슨 보약 광고하듯이 떠들어대면서, 한편으로는 다이어트 안 하면 인간도 아니라고 떠드는 바람에 기껏 먹고 나서 쌔빠지게 살빼야만 하는 것 같이 되어 버린 세상 아닌감....

 

개인 사정상 맘고생, 몸고생이 많았다...술과 담배가 엄청 늘었고, 잠은 설쳤으며,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졌다...

 

갑자기 살이 빠져서 걱정되어 병원 검진까지 받았다...이상 없단다...스트레스로 인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운동은 꾸준히 적당히 했다...지금도 틈만 나면 운동하려고 한다....

 

그럼...그동안 찾아 헤맸던 나의 '남자다움'은 어떻게 된거여?...지금 나는 '남자답지' 않은 것이여?...몸뚱아리에서 '남자다움'을 찾으려고 했던 너의 정체성은 어디로 간거여?...이제 너는 무슨 자신감으로 '남자다움'을 말하려고 하는거여? 넌 이제 남자도 아닌거여?

 

다행히 요즘은 근육질의 남자보다는 약간 마른 형의, 깡마르지 않은 약간의 근육을 가진 남자형이 주류인 것 같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ㅋㅋㅋ

 

음....그럼 이제는 다른 형태의 '남자다움'?을 내가?...흐믓흐믓...^^;

 

뱃굴레가 줄어들어서 허리 근처에 군살이 전혀 없다...

배는 쏙 들어가서 뱃근육이 만들어지고....

가슴 근육은 보기 싫지 않을 만큼 탄탄함을 유지하고...

팔은 적당한 근육으로 '남자'의 힘을 지탱하고 있다...

입어 보지 못했던 쫄티도 입어 보고...

 

근디.......

내 몸뚱아리에 대해 슬그머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1년 전이든 1년 후든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었다...

'남자다움'과 '몸' 숭배.....에 대한....살이 찌던 살이 빠지던 내 몸뚱아리에서 찾으려 했던 그 '남자다움'의 정체에 대해 조금씩 역겹다는 생각이 들어거던.....몸뚱아리를 몸뚱아리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나에게 강요하고 있는 기준에서 만족을 얻으려고 하는...그 기준에서 '안도'하고 '자신'있어 하는...그래야 하는 것만 같은...그래야 남들 속에서 소외되지 않을 것 같은.....

 

물론, 과도한 식생활을 극복하고 (이것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텔레비젼을 조금만 들여다보라...온통 웰빙이다...잘먹고 잘살기의 대명사가 맛있는 거 많이많이 먹는 거라고 하지 않나...)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골골거리다가 어이없이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은 성차별을 통한 성역할 고정을 최전방에서 외쳐대는, 인간에 대한 반역의 단어들이 아니겠는가.....

대가리 속에서는 생각한다...'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인간'이 있을 뿐이라고...그리고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이 아니라 오직 '존재의 존엄'이 있을 뿐이라고...

근디 몸뚱아리는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에 익숙해져 있던 게 아닐까....머리와 몸이 따로 놀고 있는 또라이였다...

 

'몸'은 남녀 성차별의 가장 좋은 숙주....

더군다나 '남자의 근육'과 '여자의 날씬함'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요구되어졌던 몸뚱아리의 본능이 아니라, 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을 욕망의 대상으로 상품화시켜온 결과가 아니겠는가....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으로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고정시켜온 성차별의 도구이자 결과가 아니겠는가...왜 남자는 근육질의 덩치이어야 하고, 여자는 섹시한 날씬함이어야 하는가 말이다...

 

나의 몸을 나에게 되돌려 달라....!!!

 

요즘에 운동하면서 생각한다...난 왜 운동하지?

 

군살없는 몸매와 보기 좋은 근육을 위해?

거울 앞에 서면 군살없는 몸매에 대해 투정부리지는 않는다...사실은 아직도 일종의 흐뭇함까지...이런 제길....하면서도 살찌지 않는 몸뚱아리에 대해 만족해 하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그러나...적어도 군살없는 몸매를 위해 운동하지는 않겠다고....쩝^^; 왔다갔다 하고 있다....

 

그럼? 건강을 위해서? 그려 건강을 위해서...

그러나...건강마저도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이윤을 뽑아 먹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어도 '웰빙'을 외치지는 않겠다고...생각하면서...헥헥헥....운동한다....근디...그래도 노동자를 위한 웰빙은 수없이 외쳐야 되는 거 아녀????

 

에구...아직도 내 몸뚱아리의 주인은 내가 아닌갑다....그럼 너는 뚱뚱한 것이 좋다는 거냐?...라고 묻는다면?....아니 싫어, 다만 뚱뚱한 것도 상관없다는 거야...라고 횡설수설 말하려는디....

 

근디, 진짜로 그렇게 생각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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