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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의심하라....

어제는 절기로 따져서 입추라는데...가을의 초입...근디 그 절기라는 것도 세상이 하 수상하니 따라서 그러한가?...입추가 무색하게 아스팔트에는 여름만이 자리잡고 있다...어제는 도교육청 앞 1인 시위 2차 첫날째...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한 곳에 붙박혀 있는 나는 마치 허수아비 같다...

잘익은 벼는 바람에 출렁거리고,

산을 넘어온 바람은 농민의 이마에 송송히 맺혀 흐르는 (요즘엔 농민의 눈에 눈물이 맺혀 흐르는 때가 더 많은 것 같지만...박살! FTA!  박살! 평택미군기지확장이전!...) 땀방울을 거두어 가고,

호시탐탐 벼이삭을 구하려는 새들의 날개짓은 바쁘기만 하고,

빨간꼬랑지 잠자리들은(요즘은 요것들도 시도 때도 없이 날아다니더구만...) 허수아비 어깨를 서로 차지하려 하는.....

그 역동의 한가운데에, 세상의 모든 고요와 침묵을 혼자 가진 듯이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허수아비...과연 그 허수아비의 외침에 새들은 아랑곳할 것인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안한다는 이유로 도교육청으로부터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나는...지금...도교육청 본관 건물 한 가운데에서 유유히 흩날리는 태극기를 정면으로 대면하고 있다.

날 비웃기라도 하는 듯 태극기는 연신 바람에 몸을 맡기고 온몸으로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다..."복종하라!!"

 

어제부터 도교육청 본관의 현관 앞에서 경기도장애인교육권연대가 천막농성 중이다...

 - 장애인 교육예산 6% 배정 등의 요구사항을 걸고 노숙철야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연대!! 투쟁!! 힘내세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연신 응원을 보낸다...

 

게양대에 걸려 의기양양하게 휘날리는 태극기와 그 아래에서, 그 잘난 대한민국 속에서 자신의 권리가 철저히 외면되고 있는 것에 대한 그들의 저항은 묘한 대비로 가슴 속에 울분을 만든다.

 

근디 갑자기 '애국가'가 들려 온다...이건 뭔 시츄에이션?...귀를 쫑긋 세우고 그 소리를 따라가다 당황스러움을 느꼈다...천막농성장에서 목청껏 부르고 있다....'애국가'를 다함께 열심히 부르고 있었다....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소외된 그들의 목소리....국가의 이익이 마치 개개인 모두의 이익이라는 허상 아래에 끊임없이 요구되어온 그들의 희생.....당연한 그들의 권리가 철저히 외면당해 온 것에 대한 분노와 요구의 분출이 지금의 저 천막농성일 것 같은데..

 

"전체를 위한 소수(개인)의 희생"이 미덕이고, 또 그것을 원하는 국가주의(전체주의)의 또 다른 목소리가 '애국가'가 아닐까...

 

천막농성 중인 그들에게서 흘러나온 '애국가'는 아마도 우리의 일상적 모순이리라...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말 깊숙히 자리잡은 '무의식의 일상'이 무서웠다...나에게도 그러한 일상적 모순이 틈틈이 배어 나와 다른 모순들을 강화시키고 있을 것이기에...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말과 행동이 지배이데올로기에 복무함으로써 이 사회의 모순이 유지되는 것에 기여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무서웠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정말 그런가? 천막농성하는 그들에게 '우리나라'는 '만세'일까? 혹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나의 다른 모습들 속에서 '우리나라 만세'라고 나는 외치고 있지는 않을까?

 

로자 룩셈부르크...."모든 것을 의심하라"....오늘 나의 말과 행동을 다시금 곱씹어 '의심'해본다....지금 이 글조차도.......

 

[이 글이 천막농성 중이신 장애인교육권연대 동지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네요....동지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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