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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버리자....

오늘 1인 시위를 끝내고 내가 1인 시위했던 장소를 정리했다...

펼침막을 접고...

1인 시위용 구호판을 챙기고...

그리고...

내가 사용했던 플라스틱 물병을 버리려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데...잉?...쓰레기통이 없다..

그 주변을 두리번거려도 쓰레기통이 없다...잠시...이걸 그냥 두고 가?...하다가 도교육청 마당에 있는 쓰레기통을 생각해내고는 그 쓰레기통을 찾아가서 버렸다...

에구...어쩔 수 없는 이 '착한 사람' 이데올로기....씁쓸....

 

어느 때부터인가....우리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어졌다...예전에 - 내 고등학교 때만 해도 - 길거리 곳곳에 쓰레기통이 있었던 것같은데...

지금은...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가지고 가자"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없어졌다...

쓰레기통이 없어짐으로써 자연스럽게 나에게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가지고 가라"고 강요하고 있다...

 

기껏해야...길가다가...눈치껏...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가 눈에 띄면 은근슬쩍 올려놓거나...상점 앞에 있는 쓰레기통에 주인 눈치보며 황급히 집어 넣거나...이도저도 아니면 내 눈을 피해 내 손이 알아서 버리거나...그냥 대충 집어넣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맙시다...."

법이 없어도 산다는 사람들에게는 참 거부하기 힘든 말이다...

악법은 어겨서라도 깨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조차도...왠지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면 "착한 사람"이 아닌 것같은 꺼림칙함이 내 맘 속에 도사리고 있고...왜냐면, 난 '착한 사람' 이데올로기 속에서 인정받고 싶으면서도,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기에^^;...이중인격자.....ㅋㅋㅋ

 

내가 억울한 것은 이것이다...

내가 구입한 그 어떤 물건이라도 그것을 폐기처분해서 버리거나, 그것으로부터 파생된 쓰레기들은 온전히 나의 책임이라고...하는 것이다...내가 산 과자의 겉포장과 속포장지는 내가 잘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아니!!! 이윤추구를 위해 한껏 부풀려 놓은 거품 포장들에 대해 왜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인가? 설혹 거품 포장이 아니더라도 그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함으로써 파생되는 쓰레기들은 그 물건을 생산해서 이윤을 챙긴 인간들이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 말이다...

 

왜 내가 공들여서 재활용으로 분리수거를 해야만 나에게 이익이 돌아오는 것인가(돌아오는 이익이 있긴 있나?)...그들의 이윤을 위해 만들어진 쓰레기는 그들의 비용으로 처리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내가 나의 비용을 들여서 (쓰레기봉투 구입 등) 그들의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것인가? 그들의 비용으로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거 완전히 소비노동이 아닌가 말이다...'소비'하는 행위에서 또 다시 나의 '비용'이 착취되는....(예를 들어서) 재래시장에서 음료수를 사면 딱 필요한 만큼 소비하게 되기에 별다른 나의 비용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대형유통마트에서 음료수를 사면 한 개가 아니라 서너 개를 한꺼번에 구입해야 되기에, 판매자 측에서 부담해야 할 보관비용을, 예정되어 있지 않은 미래의 소비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내 집 냉장고의 전깃세를 더 들여가면서 보관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내가 그 상품을 구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품에서 파생되는 쓰레기조차 나의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거...이거 완전히 소비노동이다...나에게 전가하는 그들의 비용.....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맙시다...가 아니라...쓰레기를 마음껏 버릴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 내가 만들어 낸 쓰레기들이 아니기에)...길거리의 쓰레기통을 많이 배치하고, 재활용 분리수거를 나에게 시키지 말란 말이다...그들의 비용으로 설치하고 처리하란 말이다...

 

절약?

이윤을 위해 과생산, 과포장, 과대선전하는 그들을 위해 내가 절약해야 하는가? 내가 절약한 그 만큼이 누구의 이윤을 위해 재생산되는가? 덥더라도 에어컨 줄이고 추우면 옷을 더 입으라고? 에어컨을 생산해서 이윤을 챙기고 열난방에 드는 에너지를 이용해서 이윤을 챙기는 그 인간들이 모두의 시원한 여름과 따뜻한 겨울을 위해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거 아닌가 말이다...나에게 절약이 미덕이라고 강요하기 전에....나도 여름엔 시원하게 살고 싶거든.....

공동체?

자신의 이윤만을 생각하는 그들이 진정 공동체를 위한 마음이 눈꼽만큼이라도 있다면 그들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길거리에 쓰레기통을 설치하라...그리고 그들의 비용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라...

 

나에게 윤리니 공동체 의식이니 시민의식이니 절약이니 하는 쓸데없는 '착한 사람'이데올로기를 강요하지 마라...누구를 위한 윤리이고 누구를 위한 공동체 의식이고 누구를 위한 시민의식이고 누구를 위한 절약인가?

 

대한민국 지배집단의 이익을 위한 황우석 집단정신병이 나에게 윤리를 이야기하는가?

한미FTA와 평택미군기지 확장 이전이 나에게 공동체 의식을 이야기하는가?

자본주의 남성가부장 중심의 이데올로기가 나에게 시민의식을 이야기하는가?

과거 허리띠를 졸라맨 '절약'이 지금도 민중들에게 '절약'을 요구하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 사회가 나에게 '절약'을 이야기하는가?

 

아직도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릴 땐 마음이 찜찜하다...하지만, 난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데 점점 익숙해지고 싶고, 익숙해지고 있다...철 덜 든 아이들의 칭얼대기 수준이라도 칭얼대고 싶다....

 

[아!!!!]

물론, 자연생태계 속에서는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그건 그네들(자연생태계)이 원하던, 원하는 쓰레기가 아니걸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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