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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은 학생의 명복을 빕니다 ]
어제 동료선생님에게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잉? 방학 중에 워쩐 일이셔요?"
다소 뜬금없이 걸려온 전화이기에 약간의 퉁명함으로 응수했다.
사실 그 선생님과는 친하다^^
"오늘 뭔 일 있어?"...오늘 술 한 잔 하자는 말인가?...라고 생각하며..."저녁 때에는 서울 여동생네 가야하는데...왜?"....
"우리 반에 박*은이라는 얘 알지? 기억나?"
"알지...그 반은 내가 수업들어가잖아..."
"죽었어?"
"응? 뭐라구?"
"죽었다구....."
"언제? 어떻게?"
"어제.....자살......"
"................."
뒤통수를 맞아도 이렇게 맞아 본 적은 없었다...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한 생명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지금까지 내 주변에서, 적어도 내가 아는 학생에 한하여 이러한 죽음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말이다..
통통 튀는 아이였다.
눈이 크고 맑은 아이였다.
밝게 웃을 줄 아는 아이였다.
"죽긴 왜 죽어? 죽을 각오로 하면 무엇을 못할까"...라고 세상은 말한다...
무서운 말이다...죽음을 결심한 사람에 대해서 그 아픔을 공감하려는 맘은 눈꼽의 눈꼽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말이다...
오죽 했으면 지 손으로 지 목숨을 끊겠는가...오죽했으면...그렇게 되기까지 우리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도와달라고 살고 싶다고 내미는 그 손을 우리는 여러가지 자신의 핑계를 가지고 외면하지는 않았는가.....온갖 변명으로 그 죽음 앞에서 자신을 변호하고 있지는 않는가.....
나는.....아픔을 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어찌어찌 하라고, 무엇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이렇게저렇게 하라고....위하는 척하면서 충고하지는 않았는가...그냥 들어주지 못하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함께 아파하지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내 잘난 말만 늘어 놓지는 않았는가.....
나에게 필요한 것은 충고가 아니라 공감인데....
나에게 필요한 것은 배려가 아니라 이해인데....
나에게 필요한 것은 듣기가 아니라 말하기인데....
나에게 필요한 것은 도움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인데...지금까지 난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했는가?
학생의 영정 앞에서 난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저 세상에서 행복하기만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거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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