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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를 꾸짖지 마라!!

그저께 을왕리해수욕장에 갔다왔다.

 

용유도에 발을 얹는 순간, 비릿한 바다냄새가 나의 후각을 치고 들어 온다. 장마가 끝났다지만, 아직 물기를 머금고 있는 대기는 내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내 머릿속 바다와 실제 바다는 다르다. 머릿속 바다는 파란색이지만 실제 바다는 파란색이 아니다. 바다는 어떤 하나의 색만을 가진 적이 없다. 머릿속 바다는 시원한 바람을 머금고 있지만 실제 바다는 시원한 바람을 머금은 적이 없다. 시원한 바람은 바다를 스쳐지나갈 뿐이다. 머릿속 바다는 일탈의 공간이지만 실제 바다는 삶의 공간이다. 그곳엔 일탈은 없다. 그저 사람들이 "하고 싶은" 또 다른 삶이 존재할 뿐이다.

 

저녁 때 출발했기 때문에 도착할 즈음에는 나의 오장육부가 시위를 하고 있다.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말씀^^; 모래사장이 바로 코 앞에 있는 식당에서 소주를 곁들인 만찬을 즐긴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한다. 오장육부를 만족시키고 나니 모래사장 건너편의 어스름한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같이 간 친구가 말한다. "지금 시간의 바다 색깔이 제일 이쁘다" 그러고보니 바다는 시시각각 자신의 색깔을 바꾸어가고 있었다. 나의 옹졸한 두 눈만이 바다는 늘 푸르다고 억지부리고 있을 뿐이었다. 푸르지 않은 바다 색깔이 정말 이뻤다.

 

내 두 눈과 바다 사이에 밀회를 무언가로부터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꾸 눈에 스쳐지나가는 것들이 있다. 사.람.들.

나처럼 바다를 보러, 바다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온 사.람.들.

지금이 휴가철이구나. 소위 말하는 휴가철말이다. 여름 한 철, 아니 여름 며칠을 산과 바다를 찾아 떠나는 휴가철.

 

바다를 찾는다는 기분에 나의 복장도 한껏 가벼워졌다. 찢어진 반청바지에 노란색 런닝티셔츠를 입고 쪼리를 신었다. 9mm짧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말이다. 사실 특별히 여름 휴가 복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다를 찾는 것 아닌가...여름 바다...

비우지만 말고 채울 줄도 알라는 통장의 준엄한 '저축'정신을 외면한 채 지갑도 두둑히 배부르게 하고...

 

달라야 한다. 봄의 바다는 생기를 머금고, 가을 바다는 하늘이 높아야 하고, 겨울 바다는 외로워야 한다. 그러나 여름의 바다는 미쳐 날 뛸 줄 알아야 한다. 1년 365일 허리짝 휘게 노동의 현장에서 지치고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한 해방구가 아니겠는가.

혹자는 말한다. 왜 그 사람 많은 곳으로 가려고 하냐고... 난 생각한다. 이 땅에서 뻔한 지갑가지고 달리 갈 곳도 없지 않은가?

혹자는 말한다. 조용하게 책도 읽으며 지내는 것이 좋지 않냐고... 난 생각한다. 1년에 고작 4~5일 휴가인데 꼭 그 때 책을 읽어야 하나?

혹자는 말한다. 과소비하지 말고 아껴 쓰는 휴가를 보내야 한다고...난 생각한다. 1년 내내 그노무 "절약"이 신물나지 않나? 내 허리띠를 조르고 졸라 이제는 마지막 구멍 하나밖에 남기지 않고 모조리 뺏어가는 자본주의. 그 괴물이 앞장 서서 외치는 '절약'은 누구를 위한 절약? 절약하라고 목쉬도록 외쳐대지 않아도 쓸 돈도 없다. 돈이나 주고 절약하라고 이야기하란 말이다.

 

휴가철만 되면 근엄하게 설교하는 저 주둥아리들을 청테이프로 꽁꽁 묶어버리고, 나만의 휴가를 즐기련다. 어쩌다 징검다리 휴일에 하루라도 더 쉬자고 이야기하면, 경제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같이 호들갑을 떠는 이 땅덩어리에서 이 정도면 그래도 미덕이 아닌가?

 

바캉스를 꾸짖지 마라!!

 

그리고 나는 어제부터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하루 종일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았다고 경기도교육청이 나를 중징계한단다...*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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