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높임표현을 추방하자!!!

한국의 말과 글은 높임표현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그 높임표현도 세분화되어...

객체높임, 상대높임, 주체높임, 청자높임....

아주높임, 예사높임, 두루높임, 두루낮춤, 예사낮춤, 아주낮춤....

직접높임, 간접높임, 직접낮춤, 간접낮춤....

 

이 사회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이제 갓 말을 시작하기 시작하는 애기 때부터 높임표현이 내면화된다...어느 정도 문장 구사력이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는 아예 대놓고 어른이나 나이많은 사람들에게 높임표현을 쓰도록 강요한다...부드러운 협박으로...

 

아이 : 그거 사 줘.

어른 : "그거 사 주세요"라고 해야지.

아이 : (아빠보고) 너 왜 그래!

어른 : 아빠한테 '너'가 뭐니?

아이 : 할아버지, 밥 먹어.

어른 : "진지 잡수세요"라고 해야지.

 

그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아이의 표현이 이 사회의 높임표현에 조금이라도 어긋난다 싶으면 바로 수정된다...

 

나이가 어리다싶은 사람이 반말이라도 하면 바로 들어온다..."너 몇 살인데 반말이야?"

나이가 많다싶은 사람이 반말이라도 하면 역시 바로 들어간다..."왜 저한테 반말이세요?"

 

반말에 대한 불만....그것은 권력관계에 의한 높임표현에 대한 유지이자 저항이다...

 

높임표현....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높임표현은 권력 관계를 자연스레 형성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만든다.

높임표현은...

나이주의에 따른 권력 관계를 재생산하고 강화하며,

성별차이에 따른 권력 관계를 재생산하고 강화하며,

지위와 권위에 따른 권력 관계를 재생산하고 강화한다.

개개인의 내면에 무의식적으로 권력 관계를 정당화시키며,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권력 관계의 재생산을 정당화시킨다.

 

높임표현이 공경의 표현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나이가 많은, 남성에 대한, 지위가 높은, 권위가 있는, 다시 말해서 이 사회에서 작은 권력이라도 그 권력을 가지고 있는 대상에 대한 내 꿇림의 표현일 뿐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높임표현을 쓰면 되지 않느냐? 고 한다면....그 순간 높임표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한 동의이다. 왜냐면, 서로가 누구에게나 높임표현을 쓴다면 낮춤표현이라는 것이 존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순간 높임표현은 그냥 말과 글의 일상적 표현 방법일 뿐이다...

 

높임표현을 쓴다는 것이 굳이 그러한 권력 관계의 재생산과 강화라는데 기여한다고만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진심으로 높임표현을 쓰고 싶은 경우도 있지 않는가? 라고 한다면....나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 내가 높임표현을 진심으로 쓰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도 별로 없이 그냥 높임표현을 써왔지만, 높임표현을 진심으로 쓰고 싶다고 생각을 해 봤을 때에도 이런저런 권력관계 속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진짜 나이가 많거나, 진짜 대선배이거나, 진짜 존경하는 사람이거나, 진짜 어떤 사람이거나간에 나와 상대 사이에 형성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있었거나 형성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친밀한 사람들 사이에도 반말이라도 한 번 할라치면 "싸가지 없는 후배" 정도로 "재는 어쩔 수 없어"라는 것으로 되돌아 오게 되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반말은 좀 그렇다!!"라면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운영위원 중 하나인 교장에게 "아무개교장선생님"이라고 하지 않고, "아무개위원"이라고 한 번 불렀다가, "아니 교장선생님에게 '위원'이라니!!!"하면서 난리난 적도 있다....등등등....

 

사람에 대한 공경은 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말이 관계를 결정짓게 되면 그 말은 폭력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국 말과 글에서 높임표현을 추방하라!!!

ㅋㅋㅋ 그럴려면 진짜 싸가지 없는 년놈이 되어야 하는데....은근슬쩍 높임표현을 쓰지 않는 적도 있지만....웬지 켕기고, 내가 버릇없는 사람인 것 같고, 그랬을 때 내가 당할 뒷감당에 자신이 없어서...아직도 생각만 그렇게 하고 있다....쩌비^^;

 

날 아는 사람들....혹 내가 반말 써도 기분 나빠하지 않기^^

[소란을 일으키고 그것을 즐겨라]...언제쯤이나 일상의 반역이 일상이 될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