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스승의 날'이라는 말을 쓰...(3)
- 초보좌파
- 2009
-
- 죽음(2)
- 초보좌파
- 2008
-
- 쥐박이 사면...(4)
- 초보좌파
- 2008
-
- 벌초에 대한 단상...(3)
- 초보좌파
- 2008
-
- 학업?(1)
- 초보좌파
- 2008
한국의 말과 글은 높임표현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그 높임표현도 세분화되어...
객체높임, 상대높임, 주체높임, 청자높임....
아주높임, 예사높임, 두루높임, 두루낮춤, 예사낮춤, 아주낮춤....
직접높임, 간접높임, 직접낮춤, 간접낮춤....
이 사회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이제 갓 말을 시작하기 시작하는 애기 때부터 높임표현이 내면화된다...어느 정도 문장 구사력이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는 아예 대놓고 어른이나 나이많은 사람들에게 높임표현을 쓰도록 강요한다...부드러운 협박으로...
아이 : 그거 사 줘.
어른 : "그거 사 주세요"라고 해야지.
아이 : (아빠보고) 너 왜 그래!
어른 : 아빠한테 '너'가 뭐니?
아이 : 할아버지, 밥 먹어.
어른 : "진지 잡수세요"라고 해야지.
그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아이의 표현이 이 사회의 높임표현에 조금이라도 어긋난다 싶으면 바로 수정된다...
나이가 어리다싶은 사람이 반말이라도 하면 바로 들어온다..."너 몇 살인데 반말이야?"
나이가 많다싶은 사람이 반말이라도 하면 역시 바로 들어간다..."왜 저한테 반말이세요?"
반말에 대한 불만....그것은 권력관계에 의한 높임표현에 대한 유지이자 저항이다...
높임표현....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높임표현은 권력 관계를 자연스레 형성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만든다.
높임표현은...
나이주의에 따른 권력 관계를 재생산하고 강화하며,
성별차이에 따른 권력 관계를 재생산하고 강화하며,
지위와 권위에 따른 권력 관계를 재생산하고 강화한다.
개개인의 내면에 무의식적으로 권력 관계를 정당화시키며,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권력 관계의 재생산을 정당화시킨다.
높임표현이 공경의 표현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나이가 많은, 남성에 대한, 지위가 높은, 권위가 있는, 다시 말해서 이 사회에서 작은 권력이라도 그 권력을 가지고 있는 대상에 대한 내 꿇림의 표현일 뿐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높임표현을 쓰면 되지 않느냐? 고 한다면....그 순간 높임표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한 동의이다. 왜냐면, 서로가 누구에게나 높임표현을 쓴다면 낮춤표현이라는 것이 존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순간 높임표현은 그냥 말과 글의 일상적 표현 방법일 뿐이다...
높임표현을 쓴다는 것이 굳이 그러한 권력 관계의 재생산과 강화라는데 기여한다고만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진심으로 높임표현을 쓰고 싶은 경우도 있지 않는가? 라고 한다면....나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 내가 높임표현을 진심으로 쓰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도 별로 없이 그냥 높임표현을 써왔지만, 높임표현을 진심으로 쓰고 싶다고 생각을 해 봤을 때에도 이런저런 권력관계 속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진짜 나이가 많거나, 진짜 대선배이거나, 진짜 존경하는 사람이거나, 진짜 어떤 사람이거나간에 나와 상대 사이에 형성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있었거나 형성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친밀한 사람들 사이에도 반말이라도 한 번 할라치면 "싸가지 없는 후배" 정도로 "재는 어쩔 수 없어"라는 것으로 되돌아 오게 되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반말은 좀 그렇다!!"라면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운영위원 중 하나인 교장에게 "아무개교장선생님"이라고 하지 않고, "아무개위원"이라고 한 번 불렀다가, "아니 교장선생님에게 '위원'이라니!!!"하면서 난리난 적도 있다....등등등....
사람에 대한 공경은 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말이 관계를 결정짓게 되면 그 말은 폭력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국 말과 글에서 높임표현을 추방하라!!!
ㅋㅋㅋ 그럴려면 진짜 싸가지 없는 년놈이 되어야 하는데....은근슬쩍 높임표현을 쓰지 않는 적도 있지만....웬지 켕기고, 내가 버릇없는 사람인 것 같고, 그랬을 때 내가 당할 뒷감당에 자신이 없어서...아직도 생각만 그렇게 하고 있다....쩌비^^;
날 아는 사람들....혹 내가 반말 써도 기분 나빠하지 않기^^
[소란을 일으키고 그것을 즐겨라]...언제쯤이나 일상의 반역이 일상이 될까?
댓글 목록
티코
관리 메뉴
본문
그 보다 자기 보다 나이 적은 사람에겐 까고, 나이 많은 사람에겐 철저하게, 비굴해 보일 정도로 경어체를 쓰는 사람들 보면 어찌나 심사가 뒤틀리든지.. 전 솔직히 모든 사람에 대한 배려의 차원에서 높임 표현을 쓰는게 더 적당하지 않을까 싶은데..-.- 모르는 사람은 '동갑'이나 나이 적은 사람한테 높인다고 나이를 오해하는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그런것도 알고보면 그다지 나쁠건 없겠죠.. 오히려 모르는 경우에 '까는'게 더 나쁘겠죠? 아무리 아래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언제봤다고??? 고등학교때 교육방송 수능강좌에서 언어영역 강의하시던 분이 시인 이름 뒤에 ~님 붙이던 것에서 긍정적 메세지를 받았죠 물론 그 분 얼마전에 보니 사교육업체 신문광고에 얼굴 내밀었더라구요? 무지 실망했죠 그분 괜찮았었는데..-.-부가 정보
이슬이
관리 메뉴
본문
누구에게든 존대말을 쓰자_단, 친해지긴 전에는_는 주의인 저로선 음....그런데 말이죠. 남을 하대하려는 차원에서 말을 놓는 것과 걍 그런 의미 아니고 편한 의미에서 말을 놓는 것은 듣는 사람은, 그리고 어쩔 땐 말하는 사람은 안다는 거죠. 그래서 듣는 이가 제기할 때는 늘 그 제기에 진지해야 할 것 같아요.부가 정보
모과
관리 메뉴
본문
모두가 서로 존대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_-말이 조금 길어서 그렇지 어차피 다들 존대를 하면 상대 하대 차이가 없어질 것이고 존대라는 의미도 사라져 버리겠죠. 좋은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되 출혈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이선생님처럼 하다간 하루 걸러 멱살잡이 하겠는데요. ㅎㅎ
부가 정보
뻐꾸기
관리 메뉴
본문
저는 공동육아 하면서 반말문화를 접했어요. 반말을 하다보면 고운 말이 안 될 때가 있기는 해도 평등한 관계를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더군요. 진보블로거들도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스무살 차이나는 친구들끼리도 반말하기도 한답니다.예를 들면 산오리와 야옹이 ㅋㅋ 하지만 그건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이야기이고.... 나이들면서는 나이어린 사람들한테 되도록 존댓말을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잘 안되더군요. 제 결론은 듣고 싶은 대로 불러주자 뭐 이런 거.....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