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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07
    내 몸뚱아리....
    초보좌파
  2. 2006/08/07
    왜냐면....
    초보좌파

내 몸뚱아리....

1년 전...키 166,  몸무게 76, 가슴둘레 105, 허리둘레 36

 

98년도로 기억한다....내 몸이 너무 왜소하다고 생각했다...'남자'라면 키도 웬만하고 덩치도 있고 근육도 빵빵하고....

그래서 그 해 여름에 몸 키우기를 시작했다...

 

하루에 우유 1리터짜리 2개는 기본...목마르면 물 대신 우유를 마신다...

하루 한 끼는 삼계탕, 한 끼는 고기...살을 찌우고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

하루에 2시간~2시간30분씩 웨이트트레이닝...가슴과 팔뚝에 우람한 근육을 위하야...

결과는 성공....남들은 나를 작은 조폭이라고 불렀다...

갑자기 불어난 몸뚱아리를 감당하지 못해서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오는 바람에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야 하는 약간(?)의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ㅋㅋㅋ

 

"몸 좋은데요" "덩치가 좋으세요" "밤거리에서 만나면 기분 안 좋을 것 같은데요" "남자답네요" "팔뚝이 엄청나네요"...ㅎㅎㅎ...그려...이 정도는 되야 어디서도 꿀리지 않지...가슴과 팔뚝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나를 바라보는(사실 나를 보는 것도 아닐 터인데...또 나를 좋게만 바라보지도 않을 터인데...혼자 생각에^^;)  남들의 시선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디....키는 워쩔거여? 본시 타고난 것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인디...키가 작은 것이 결정적 흠이네...'남자'라면 다른 사람들이 요구하는 '키'가 있지 않은가 말이여...하늘 높은 줄 모르고 땅 넓은 줄만 아는 꼴 아닌감?.....음....그려도 워뗘...이만한 덩치면 '남자'답지 않은가 말시.....

 

1년 후 지금...키 166, 몸무게 59, 가슴둘레 95, 허리둘레 28

 

따로 다이어트를 하지는 않았다...남들은 몰라 보게 변해버린 나를 보고 다이어트의 비밀이 무엇이냐고 물어 본다...다이어트?....다이어트가 집단 정신병임에는 틀림없나 보다...갑자기 살빠진 내 걱정은 안해주고 말이야 다이어트부터 물어 보는 거시 말이여...그게 왜 물어보는 사람 잘못이겄냐? 이노무 자본주의 사회가 한편으로는 실컷 먹으라고 식품 광고를 무슨 보약 광고하듯이 떠들어대면서, 한편으로는 다이어트 안 하면 인간도 아니라고 떠드는 바람에 기껏 먹고 나서 쌔빠지게 살빼야만 하는 것 같이 되어 버린 세상 아닌감....

 

개인 사정상 맘고생, 몸고생이 많았다...술과 담배가 엄청 늘었고, 잠은 설쳤으며,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졌다...

 

갑자기 살이 빠져서 걱정되어 병원 검진까지 받았다...이상 없단다...스트레스로 인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운동은 꾸준히 적당히 했다...지금도 틈만 나면 운동하려고 한다....

 

그럼...그동안 찾아 헤맸던 나의 '남자다움'은 어떻게 된거여?...지금 나는 '남자답지' 않은 것이여?...몸뚱아리에서 '남자다움'을 찾으려고 했던 너의 정체성은 어디로 간거여?...이제 너는 무슨 자신감으로 '남자다움'을 말하려고 하는거여? 넌 이제 남자도 아닌거여?

 

다행히 요즘은 근육질의 남자보다는 약간 마른 형의, 깡마르지 않은 약간의 근육을 가진 남자형이 주류인 것 같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ㅋㅋㅋ

 

음....그럼 이제는 다른 형태의 '남자다움'?을 내가?...흐믓흐믓...^^;

 

뱃굴레가 줄어들어서 허리 근처에 군살이 전혀 없다...

배는 쏙 들어가서 뱃근육이 만들어지고....

가슴 근육은 보기 싫지 않을 만큼 탄탄함을 유지하고...

팔은 적당한 근육으로 '남자'의 힘을 지탱하고 있다...

입어 보지 못했던 쫄티도 입어 보고...

 

근디.......

내 몸뚱아리에 대해 슬그머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1년 전이든 1년 후든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었다...

'남자다움'과 '몸' 숭배.....에 대한....살이 찌던 살이 빠지던 내 몸뚱아리에서 찾으려 했던 그 '남자다움'의 정체에 대해 조금씩 역겹다는 생각이 들어거던.....몸뚱아리를 몸뚱아리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나에게 강요하고 있는 기준에서 만족을 얻으려고 하는...그 기준에서 '안도'하고 '자신'있어 하는...그래야 하는 것만 같은...그래야 남들 속에서 소외되지 않을 것 같은.....

 

물론, 과도한 식생활을 극복하고 (이것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텔레비젼을 조금만 들여다보라...온통 웰빙이다...잘먹고 잘살기의 대명사가 맛있는 거 많이많이 먹는 거라고 하지 않나...)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골골거리다가 어이없이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생각하기 시작했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은 성차별을 통한 성역할 고정을 최전방에서 외쳐대는, 인간에 대한 반역의 단어들이 아니겠는가.....

대가리 속에서는 생각한다...'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인간'이 있을 뿐이라고...그리고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이 아니라 오직 '존재의 존엄'이 있을 뿐이라고...

근디 몸뚱아리는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에 익숙해져 있던 게 아닐까....머리와 몸이 따로 놀고 있는 또라이였다...

 

'몸'은 남녀 성차별의 가장 좋은 숙주....

더군다나 '남자의 근육'과 '여자의 날씬함'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요구되어졌던 몸뚱아리의 본능이 아니라, 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을 욕망의 대상으로 상품화시켜온 결과가 아니겠는가....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으로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고정시켜온 성차별의 도구이자 결과가 아니겠는가...왜 남자는 근육질의 덩치이어야 하고, 여자는 섹시한 날씬함이어야 하는가 말이다...

 

나의 몸을 나에게 되돌려 달라....!!!

 

요즘에 운동하면서 생각한다...난 왜 운동하지?

 

군살없는 몸매와 보기 좋은 근육을 위해?

거울 앞에 서면 군살없는 몸매에 대해 투정부리지는 않는다...사실은 아직도 일종의 흐뭇함까지...이런 제길....하면서도 살찌지 않는 몸뚱아리에 대해 만족해 하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그러나...적어도 군살없는 몸매를 위해 운동하지는 않겠다고....쩝^^; 왔다갔다 하고 있다....

 

그럼? 건강을 위해서? 그려 건강을 위해서...

그러나...건강마저도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이윤을 뽑아 먹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어도 '웰빙'을 외치지는 않겠다고...생각하면서...헥헥헥....운동한다....근디...그래도 노동자를 위한 웰빙은 수없이 외쳐야 되는 거 아녀????

 

에구...아직도 내 몸뚱아리의 주인은 내가 아닌갑다....그럼 너는 뚱뚱한 것이 좋다는 거냐?...라고 묻는다면?....아니 싫어, 다만 뚱뚱한 것도 상관없다는 거야...라고 횡설수설 말하려는디....

 

근디, 진짜로 그렇게 생각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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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한겨레신문 독자투고란 "왜냐면"에 실었던 글]

 

   고등학교에서 독서를 가르치는 교사다. 지난달 19일치 〈조선일보〉가 “편향된 가치관을 세뇌교육”했다며 ‘문제 교사’로 몰아간 당사자다. 문제의 기사는 진실을 교묘하고도 철저하게 왜곡했을 뿐 아니라 여전히 ‘빨갱이 이데올로기’에 갇힌 마녀사냥에 지나지 않는다.

 

   교과목의 특성상, 다양한 관점의 글들을 접하게 된다. 기존의 우리 사회의 지배적 가치관과는 다른 관점, 즉 이 사회의 기득권층의 관점과 논리뿐만 아니라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관점도 있음을 접한다. 학생들 역시 다양한 관점들을 접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교사는 이러한 다양한 관점을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이미 청소년들에게 이른바 ‘편향된’ 가치관을 주입시키고 있다.    

   지난 군사독재 시절에 청소년들은 ‘교련’ 과목 등을 통해 군사주의, 국가주의, 폭력, 명령, 복종 등의 가치관을 내면화할 수밖에 없었다.

   상업자본과 남성가부장 문화 속에서 ‘날씬함’이 여성다움의 잣대가 되어버려 자신의 정체성을 날씬함에서 찾으려는, 왜곡된 가치관이 청소년들에게 내면화되어 가고 있다.

   교과서에서는 인권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두발규제, 체벌 등의 폭력 앞에서 힘의 논리가 청소년들에게 내면화되어 가고 있다.

   조폭들의 의리와 폭력이 미화되는 상업영화 속에서 남성가부장 문화와 폭력이 청소년들에게 내면화되어 가고 있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조작된 마구잡이식 ‘월드컵 애국주의’에 청소년들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집단주의와 전체주의가 내면화되어 가고 있다.

   남성, 성인, 비장애인, 이성애자, 가진 자 중심의 가부장 문화 속에서 여성, 어린이, 청소년, 빈민 등이 철저히 외면당하는 사회 현실이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내면화되어 가고 있다. 이처럼 ‘편향된’ 가치관을 교육하고 주입시키는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기득권 집단이며, 조선일보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관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편향교육이며 세뇌교육인가? 경쟁과 이윤이 인간을 소외시키고 있음에도 그것이 당연한 것인 양 이야기하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에는 무관심하면서도 시혜를 베풀고 도와주는 척하면서 사랑을 이야기하는, 가증스러운 집단적 행태야말로 편향교육이자 세뇌교육이 아닐까?

 

   인간이 지금만큼이라도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관점에 대한 부정과 폭력을 극복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함이 인정되고, 또 그것이 교실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될 수 있을 때 이 사회는 더욱 풍부해지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교실은 차이에 따른 차별을 부정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진보의 공간이어야 한다.

 

이용석 /경기 부천시 상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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